‘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주목받는 책이 있다. 도서시장이 움츠러들었다고 하지만 사회과학 서적 판매량은 늘고 있다. 인터넷서점 알라딘의 11월1∼30일 사회과학 도서 판매량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대비 15% 늘었고 지난해 같은 달 대비 31%나 증가했다. 출판계에선 게이트로 드러난 권력자의 민낯을 바로 보고 결여된 민주주의를 책에서 찾으려는 움직임을 보여주는 방증이라고 분석한다.
“헌법 제1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이 시대 헌법의 가치와 존재 이유를 말하는 (차병직·윤재왕·윤지영 지음, 로고폴리스 펴냄)은 요즘 ‘핫한’ 책이다. 11월18일 출간 일주일 만에 초판 5천 권이 대부분 소진됐다.
이 책은 2009년 출간된 의 내용을 새롭게 보강하고 다듬은 개정판이다. 시민을 위한 헌법 해설서로, 헌법 조문 130개를 담고 개별 조문들마다 그 뜻과 배경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한다.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 미디어법 파동, 세월호 사건 등에 관련한 우리 사회의 논쟁 지점도 짚는다.
왜 우리는 헌법 책을 꺼내들까. 헌법은 한 국가의 상징이자 실체다. 그 주체이자 구성원인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고 그것의 실현을 담당하는 권력기관의 설치와 운영을 규정한다. “자연과학은 물론 인문학이나 사회과학의 온갖 이론은 세상을 이해하고자 하는 하나의 방식이다. 헌법이 현실보다 얼마나 더 깊은 수준의 가치를 보유하는지 모르지만, 결국 그것도 우리가 사는 국가공동체라는 세계의 일부를 이해하는 유효한 수단이다. 그러한 점에서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헌법을 읽는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헌법만 잘 작동하면 민주공화국 시민으로서 누구나 행복을 추구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하지만 헌법과 현실은 간극이 크다. 그 사이에서 민주공화국 시민으로서 자신이 누릴 수 있는 권리를 찾는 게 필요하다. 그 권리를 찾기 위해, 이제 시민들은 ‘한 손엔 촛불, 다른 한 손엔 헌법’을 들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일이란, 무수한 사건을 맞아 대응하는 행위의 연속이다. 어떤 행동을 선택할 것인가에 대한 지침의 하나로 헌법은 유용하다. 변화를 원한다면 어떠한 행태로든 싸울 수밖에 없다. 정치 현실에서 필요한 싸움은 투쟁뿐 아니라 설득까지 포함한다. 그렇다면 정치의 줄기를 형성하고 있는 헌법은 일상의 삶에 사용 가능한 싸움의 도구다.”
세월호 참사, 메르스 사태 등 일련의 사건을 겪으며 많은 사람들은 국가란 무엇인가, 누가 국가를 다스려야 하는가, 국가의 도덕적 이상은 무엇인가를 고민하게 됐다. (유시민 지음, 돌베개 펴냄)는 그 물음에 대한 답을 찾는 책이다. 저자 유시민은 어떤 공동체를 원하는지, 어떤 방법으로 그 공동체를 만들 수 있는지, 각각의 소망과 신념을 분명히 하고 함께 토론함으로써 더 훌륭한 국가의 더 훌륭한 시민이 되는 계기를 만들자고 한다.
“나는 어떤 국가를 원하는가? 내가 바라는 국가는 사람들 사이에 정의를 수립하는 국가이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을 수단이 아니라 목적으로 대하는 국가이다. 국민을 국민이기 이전에 인간으로 존중하는 국가이다. 부당한 특권과 반칙을 용납하거나 방관하지 않으며 선량한 시민 한 사람이라도 절망 속에 내버려두지 않는 국가이다. 나는 그런 국가에서 살고 싶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나는 소로가 말한 것처럼 ‘먼저 인간이고 그다음에 국민이어야 한다’ ‘법에 대한 존경심보다는 먼저 정의에 대한 존경심을 기르는’ 시민이어야 한다. 그래야만 그런 국가를 만들 수 있고, 또 그런 나라에서 살 합당한 자격이 있다고 믿는다.”
우리 사회는 다시 ‘정의란 무엇인가’도 묻는다. 정의라는 가치가 땅에 떨어진 상황에서 2010년 ‘정의 열풍’을 불러일으킨 (마이크 샌델 지음, 김영사 펴냄)를 다시 호명한다. 이 책을 통해 칸트, 롤스 등의 사상가들이 당대의 문제와 씨름하며 쌓은 이론을 통해 오늘을 되돌아볼 수 있다. 저자 마이크 샌델은 자본주의, 행복, 평등, 자유 등의 주제로 이 시대 도덕과 정의는 무엇인지 탐구한다.
2014년 2월에 출간된 (강원국 지음, 메디치미디어 펴냄)와 2016년 8월에 펴낸 (윤태영 지음, 위즈덤하우스 펴냄)도 최근 다시 주목받고 있다. 는 노무현 대통령의 연설문을 바탕으로 대통령의 글에 대해 쓰고 는 노무현 대통령의 말 속에 담긴 설득과 소통의 법칙을 이야기한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와 글 한 줄이 얼마나 큰 무게감을 갖고 엄중해야 하는지를 말해준다.
“리더는 글을 자기가 써야 한다. 자기의 생각을 써야 한다. 글은 역사에 남는다. 다른 사람이 쓴 연설문을 낭독하고, 미사여구를 모아 만든 연설문을 자기 것인 양 역사에 남기는 것은 잘못이다. 부족하더라도 자기가 써야 한다. 연설문을 직접 쓰지 못하면 리더가 될 수 없다.”( 중에서)
허윤희 기자 yhher@hani.co.kr전화신청▶ 02-2013-1300 (월납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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