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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하는 GMO

GMO의 뜻 이해 돕는 책 4권
등록 2016-12-24 19:07 수정 2020-05-03 04:28

방울토마토. 천연 농약 성분을 품은 옥수수(BT옥수수). 색이 변하지 않는 양송이버섯.

이 셋의 공통점은? 답: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농작물 품종.

차이점은? 답: 하나는 지엠오(GMO)가 아니고, 다른 하나는 지엠오에 속하고, 나머지 하나는 지역에 따라 지엠오로 분류하기도 하고 분류하지 않기도 한다는 것. 어떻게 된 일일까.

“과학 용어도 상당히 정치적이다. GMO가 그렇다.” 김훈기 교수가 2013년 출간한 [생명공학 소비시대 알 권리 선택할 권리](동아시아 펴냄)의 맨 첫 부분이다. 정부에서는 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를 ‘유전적으로 변형된 생물체’ ‘유전자재조합체’라고 부른다. 반GMO 단체에서는 ‘유전자조작생물체’로 칭하기도 한다. ‘조작’은 ‘변형’ ‘재조합’과는 어감이 다르다. 영어로도 GEO(Genetically Engineered Organism), LMO(Living Modified Organism) 등 다양하다. 장호민 한국바이오안전성정보센터장은 “GMO의 개념에는 공급자 측에서 제공하는 효용과 소비자 측에서 인식하는 우려가 혼재되어” 있다고 했다([GMO 논쟁 상자를 다시 열다] , 한겨레출판 펴냄).

표현이야 어쨌든 지엠오 정의의 핵심은 유전자다. 나는 왜 나를 낳아준 부모를 닮았는가. 부모는 왜 부모의 부모를 닮았는가. 부모의 부모는 왜 부모의 부모의 부모를…. 인간은 이 현상을 ‘유전’이라 부르고 원리를 연구해왔다.

‘유전자’는 눈 색깔, 질병 등 개개의 유전형질을 이루는 기본단위로, DNA의 일정 구간(염기서열)을 의미한다. 한 생명체를 만드는 데 필요한 모든 유전자의 염기서열을 통틀어 ‘게놈’이라 부른다. 인간 게놈은 유전자 3만여 개, 염기서열 30억 개로 이루어져 있다. 유전자는 자손에게 이어진다.

지엠오는 유전자를 인위적으로 변형/조작/재조합한 것이다. 유전공학(Genetic Engineering)은 지엠오를 탄생시킨 분야다. 현대 유전공학의 역사는 ‘하와이 만남’에서 시작됐다. 1972년 스탠리 코언 미국 스탠퍼드대학 교수와 허버트 보이어 캘리포니아대학 교수는 와이키키 해변을 함께 걸었다. 한 명은 유전자를 자르는 ‘가위’ 역할을 하는 제한효소를, 다른 한 명은 유전자를 다른 생명체의 DNA에 실어나를 운반체(벡터)를 연구 중이었다. 마침 유전자를 이어붙이는 ‘풀’ 역할을 하는 연결효소도 그즈음 개발됐다.

두 사람은 오랜 산책 끝에 가게에 들어가 맥주와 샌드위치를 시켰다. 식당 냅킨에 두 사람이 함께 연구할 실험 계획을 그렸다. 1년 뒤 그들은 아프리카 두꺼비의 유전자를 잘라내 대장균에 옮기는 데 성공했다. 지엠오를 가능케 하는 ‘재조합DNA기술’의 탄생이었다. 변형/조작/재조합된 유전자도 자손에게 이어진다.

많은 사람들이 지엠오를 ‘유전자변형식품’으로 알고 있지만, 지엠오는 먹을거리 말고도 의약품, 화훼 등 다양한 영역에 존재한다. 최초의 지엠오는 인슐린에 적용됐다. 사람의 인슐린 유전자를 박테리아에 삽입해 의료 영역에 사용한 것이다. 파란색 카네이션도 지엠오다.

방울토마토는 비슷한 종끼리 교배해 만들었다. 지엠오가 아니다. BT옥수수는 옥수수와 전혀 다른 종인 박테리아 유전자를 옥수수 세포에 삽입했다. 지엠오다. 이렇듯 지엠오의 정의는 GM식품 상업화 20여 년간 “외부 유전자를 갖게 된 생물”([유전자 복제와 GMO], 오딜 로베르 지음, 심영섭 옮김, 현실문화 펴냄)을 의미했다. “어떤 생명체에 특정 기능을 발휘하는 유전자를 인위적으로 삽입했을 때, 그 생명체를 GMO라고 부른다.”([생명공학 소비시대 알 권리 선택할 권리])

2013년 유전자 가위 ‘크리스퍼’(CRISPR-Cas9)의 성공 사례가 처음 공개됐다. 외래 유전자의 삽입 없이 크리스퍼만으로 유전자를 편집해 생명체의 특정 형질을 없애거나 발현시키는 일이 가능해졌다. 색이 변하지 않는 버섯은 크리스퍼를 이용해 유전자를 변형시킨 것이다. ‘유전자교정작물’(GEC·Genetically Edited Crop)이란 명칭이 등장했다.

GEC가 지엠오와의 ‘구별짓기’에 성공하느냐 여부는 무엇보다 상업화 문제와 직결된다. 지엠오로 분류되면 지엠오 관련 규제를 받아야 한다. 식품 분야 지엠오를 둘러싼 인체·환경 유해성 논쟁이 뜨거웠던 덕분에 지엠오 규제는 국제 합의를 비롯해 비교적 엄격하게 갖춰져 있다.

지엠오 개발국이자 최대 생산국인 미국은 올해 5월 크리스퍼를 활용해 만든 ‘유전자교정’ 버섯을 지엠오 규제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발표했다. 규제가 더 엄격한 유럽연합은 분류 결정 기한인 2015년을 넘기고도 여전히 결론을 못 내렸다.

생물학자 폴 뇌플러는 올해 출간한 책 [GMO 사피엔스의 시대](김보은 옮김, 반니 펴냄)에서 크리스퍼 기술을 주요하게 다루면서 ‘맞춤아기’(Designer Baby) 시대가 코앞까지 다가왔다고 진단했다. 이제 지엠오의 정의는 어떻게 바뀔 것인가. 이 정의에는 누구의 시각과 이해관계가 어떻게 반영될 것인가. 사회적 논의의 장과 합의는 어떻게 가능할 것인가. 정확한 정보와 열린 대화가 필요하다.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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