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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축공장 잔혹사

AI 사태 계기로 다시 꺼내든 동물의 권리와 복지 관련 책들
등록 2017-01-03 20:59 수정 2020-05-03 04:28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와의 전쟁이다. AI는 2016년 11월16일 전남 해남과 충북 음성에서 처음 발생한 이후 한 달여 만에 전국을 휩쓸 정도로 유례없이 확산되고 있다. 살처분 피해 규모 역시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지난 2016년 12월30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으로 살처분 가금류는 2844만 마리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AI가 쉽게 전파되는 원인 중 하나로 국내 가금류 축사의 열악하고 비위생적인 환경문제를 꼽는다. 특히 학대에 가까운 사육시설 때문에 ‘농장’이 아닌 ‘공장’이란 비판도 끊이지 않는다. 현재 공장식 가축농장은 육류 생산량을 최대화하고 비용을 최소화하는 집약적 생산라인을 이용해 가축을 사육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가축은 이 시스템에서 이윤 추구를 위한 상품일 뿐이다. 공장형 일반 양계장의 닭 한 마리당 사육 면적은 A4용지보다 좁은 0.05m²에 불과하다. 닭의 수면 주기를 줄이려고 밤에도 환한 조명을 켜둔다.

더 싸게, 더 자주, 더 많이 먹게 하기 위해 고안해낸 대량 사육 시스템은 동물의 생리를 단절해 온갖 질병을 창궐하게 한다. (김재민 지음, 시대의창 펴냄)는 공장식 가축농장을 ‘전염병의 마르지 않는 저수지’라고 표현한다.

“좁은 공간에 수많은 닭을 가둬놓은 채 움직이지도 못하게 하고 밤낮없이 모이만 먹고 살만 찌우다보니 면역체계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이처럼 면역체계에 문제가 생길 우려가 높은 닭들에게 이상 징후가 발생하지 않게끔 하는 것이 양계업계의 지상 과제였다. 그러다보니 항생제를 과도하게 투여하고 동물성 사료를 공급하는 등 비정상적인 사육이 이루어지고 안전하지 못한 사육 환경이 조성되게 되었다.”

동물을 학대하고 괴롭히는 공장식 축산업을 통해 누가 이윤을 거두고 있는가. 가축을 기르는 생산자보다 다국적 거대 농·축산 기업이 막대한 이윤을 가져가는 게 현실이다. 농·축산 기업은 사료, 가축, 가공식품의 생산에서 유통과 소비까지 모든 과정을 장악하고 있다.

반면 축산 농민은 생산원가를 줄이기 위해 사료의 효율을 최대한 높여야 한다. 최소 비용으로 최대 생산을 하기 위해서는 밀집사육 방식과 다량의 항생제와 화학약품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비좁은 공간에서 스트레스를 받은 가축들이 서로 싸워 상처가 나면 경제적 손실이 크기 때문에 뿔과 부리와 꼬리를 자르고 이빨을 뽑아야 한다. 빨리 살찌우기 위해 거세를 하거나 성장호르몬제를 사용한다.

전세계에서 소비되는 쇠고기의 43%, 닭고기의 74%, 달걀의 68%가 공장형 축산 방식에서 생산된다. (박상표 지음, 개마고원 펴냄)는 “공장에서 자동차를 찍어내듯이 가축을 생산하고 있는 현대의 공장식 축산 방식을 매개로 유전자조작 씨앗, 화학비료, 농약, 항생제, 성장호르몬 등을 생산하는 거대 기업들이 서로 막대한 이윤의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다. 농민들이 자신들의 땅에서 내몰리지 않고 가축들이 학대받지 않고 자라며 소비자들이 건강하게 해롭지 않는 안전한 식품을 먹기 위해서는 이러한 카르텔을 깨뜨려야 한다”고 말한다.

공장식 축산업에 반기를 들고 나타난 것이 동물복지 축산농장이다. 동물복지 축산농장은 쾌적한 환경에서 동물의 고통과 스트레스를 최소화하는 축산 방식으로 운영되는 곳이다. 공장식 축산농장에 비해 동물복지 축산농장의 사육 면적은 세 배 정도 넓은 0.14m²다. 1m²에 7마리 정도로 제한하고, 환기시설을 잘 갖추고, 밤에 불을 켜지 않고, 닭의 부리를 잘라내지 않는다. 자연상태에서 자라는 닭이어서 면역력도 강하다.

(제레미 리프킨 지음, 신현승 옮김, 시공사 펴냄)에서는 열악하고 불안전한 축산 시스템에 대한 우려를 넘어 동물을 식탁에 올린다는 것의 의미를 진지하게 돌아보자고 말한다. 과도한 육류 소비로 비롯된 대규모 축산 방식은 식량 부족, 지구 환경과 생태계를 파괴하는 주범임을 강조한다.

“수백만 명의 인간들이 곡식이 부족해 기아에 시달린다. 그런데 선진국에서는 그 곡식으로 사육한 육류, 특히 쇠고기 과잉 섭취로 인해 생긴 질병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는다. 미국인, 유럽인, 일본인들이 그 대가로 ‘풍요의 질병’, 즉 심장발작, 암, 당뇨병으로 죽어가고 있다. 이 쇠고기 소비 문제는 미래의 지구와 인류의 행복에 가장 큰 위협으로 부상하고 있다.”

육류 소비가 줄지 않는 이상 공장식 축산업은 계속 유지될 것이다. 인간들이 만드는 ‘가축공장 잔혹사’도 계속 이어질 테다. 저자 박상표씨는 말한다. “윤리적인 측면에서도 공장식 축산은 동물의 자유를 억압하고 인간의 잔혹성을 증가시킨다. 우리가 가축의 행복에도 눈길을 줘야 하는 이유는 윤리적 차원의 ‘이상론’에 그치는 게 아니다. 바로 우리 자신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라는 ‘현실론’에도 이유가 있다. 우리 자신이 맛있고 안전한 축산식품을 먹기 위해서라도 가축의 복지에 눈을 돌려야 한다.”

허윤희 기자 yhh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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