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이우만
운전하다가 눈을 감아버리고 싶은 순간이 있다. 로드킬당한 동물의 주검을 마주했을 때. 살기 위해 도로 이쪽에서 저쪽 땅으로 넘어가다 참사를 당한 동물들. 잠들듯 바닥에 고인 동물 주검은 아무도 거둬주지 않는다. 송가를 불러주는 이도 없다. 자동차 바퀴만이 소음을 일으키며 아슬아슬하게 이들 주변을 지날 뿐이다. 제 살길 찾아 이동하다 예기치 못한 비극을 당한 동물을 지나칠 때마다 지구 한켠, 한 무리의 사람들이 생각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죽음을 각오하고 이동하는 사람들.
조수석이나 뒷자리에 앉아 있을 때는 로드킬당한 동물이 눈에 띄지 않는다. 운전자는 동물의 주검을 발견해도 멈출 수 없다. 지금 수천만 난민들을 바라보는 세계의 시선과 태도가 로드킬당한 동물 곁을 지나는 자동차를 탄 사람들과 같지 않을까 생각한 적이 있다.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거나, 눈에 보이지도 않거나.
지난 10월3일 리비아 연안 바다 한가운데서 난민 6천여 명이 난민선을 타고 이동하다 구조됐다는 뉴스가 보도됐다. 지중해에서 하루에 구조된 난민 수로는 역대 최다 규모라고 한다. 사람들은 일말의 희망을 좇아 배 40척에 나눠서 몸을 실었다. 하지만 사람들이 빼곡하게 실린 낡은 배는 작은 지옥 같았다. 구조대가 도착했을 때, 임신부 1명을 포함해 10명이 이미 선내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하루 뒤 똑같은 바다 위에서 또 수천 명의 사람들이 발견됐다.
그래도 누군가는 투명인간 취급당하는 이들의 삶을 조명한다. 얼마 전 폐막한 제8회 DMZ영화제 상영작 목록에선 유독 난민 문제를 다룬 영화들이 눈에 띄었다. 의 주인공 테픽 가족은 코소보 출신이다. 집시라는 이유로 알바니아인들의 탄압을 받다가 덴마크로 이주해 난민수용시설에서 지낸다. 여러 국경을 넘기까지 가족은 수많은 상처를 입었다. 수용소 밖을 벗어나지 못해 늘 자전거를 타고 노는 아이는, 악몽 속에 나타나는 검은 그림자가 현실에서도 쫓아올까 늘 내달린다. 는 풍족했던 고향에서의 삶을 그리워하는 가난한 아프가니스탄 난민 소년 일리아의 이야기다. 일리아의 형과 할아버지가 탈레반의 손에 죽으면서 일리아 가족은 난민 행렬에 동참했다. 살아남아 도착한 땅에는 기대했던 희망의 씨앗조차 보이지 않는다.
스미지 못하고 떠도는 삶
테픽은 수용소 안에서 또래의 따돌림을 당하며 겉돌고, 수용소가 있는 도시를 벗어날 수 없는 일리아는 자유롭게 여행을 다닐 수 있는 네덜란드인 친구들을 보면 어쩐지 질투가 난다. 이들은 어디에도 스미지 못한 채 육지와 바다를 헤매던 때와 다름없는 삶을 이어가고 있다. 분쟁의 땅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유엔난민기구의 통계에 따르면 2015년 기준 국외를 떠도는 난민은 2100만여 명에 이른다. 세상에 있어도 없는 사람들이 여전히 지구를 떠돌고 있다.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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