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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료 고증에서 집필까지 30년 걸린 ‘마스터스 오브 로마’ 3부 <포르투나의 선택>
등록 2016-07-29 18:14 수정 2020-05-03 04:28

기원전 83년~기원전 69년. 은 로마 역사에서 사료와 관련 저술이 빈약한 마지막 시기를 다룬다. 정치가이자 웅변가인 키케로가 왕성한 저술 활동을 하기 전이고 고대 로마 역사가 리비우스도 없던 시절이다. 작가 콜린 매컬로는 이 시기를 “‘로마 공화정의 몰락’이라는 주제를 다루는 데 하나의 전환점”이라고 설명했다. 이 시기는 “야망이 크고 무자비하기 이를 데 없는” 귀족 술라가 로마 최초로 장기 독재를 한 시기다.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로마 최초 ‘종신 독재관’으로 군림하기 전 경험을 쌓고 힘을 키워나가던 청년기에 해당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카이사르의 활약이 본격화되는 시기의 ‘프리퀄’인 셈이다.
카이사르 시대의 ‘프리퀄’

<포르투나의 선택 1∼3> 콜린 매컬로 지음, 강선재·신봉아·이은주·홍정인 옮김, 교유서가 펴냄, 각 권 1만6500원, 1만8500원, 1만5500원

<포르투나의 선택 1∼3> 콜린 매컬로 지음, 강선재·신봉아·이은주·홍정인 옮김, 교유서가 펴냄, 각 권 1만6500원, 1만8500원, 1만5500원

콜린 매컬로는 사제와 여성의 금지된 사랑을 다룬 소설 를 쓴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다. 그의 진가는 을 포함해 기원전 110년~기원전 27년 로마사를 다룬 역사소설 7부작 ‘마스터스 오브 로마’에서 드러난다. 1~3부는 카이사르가 본격적인 활약을 시작하기 전 단계다. 1부 는 카이사르의 조부가 능력 있는 군인이지만 혈통이 좋지 않았던 마리우스와 딸을 결혼시키면서 마리우스가 유례없이 일곱 차례 로마 최고 관직인 집정관이 되게 하는 데 기여하는 시기다. 마리우스와 동서 지간인 술라도 이때 힘을 키워나간다. 2부 에선 술라가 로마 최고의 군사훈장인 풀잎관을 받으며 명예를 얻고, 3부 에서 술라는 마리우스에 등 돌리고 잔혹하게 로마 권력을 집어삼킨다.

‘마스터스 오브 로마’를 쓸 때의 작가 콜린 매컬로는 번역자가 평한 대로 마치 고고학자와 같다. 거의 모든 사료를 꼼꼼히 살펴 최대한 사실에 근거해 인물들에 ‘개연성 있는’ 숨결을 불어넣었다. 고증에서 집필까지 30년이 걸렸다는 지점은 작가 스스로 그동안 할리우드 영화 등에서 상업적으로 왜곡해온 ‘로마사’에 대한 불편함을 당당하게 토로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콜린 매컬로는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의대를 졸업하고 시드니 왕립 노스쇼어병원에 신경과학부를 창설한 의학자 출신답게 주요 인물들의 삽화를 그릴 때도 최대한 사료에 입각하는 실증주의적 태도를 견지했다. 30대 후반과 노인 시기 두 개의 흉상에 대한 진위 여부로 논란이 많은 술라의 삽화에 대해서 작가는 “귀, 코, 턱, 얼굴형, 얼굴 주름이 일치하기 때문에 두 개의 흉상이 모두 술라라고 생각한다”며 노인 흉상에 근거해 술라의 삽화를 그린 이유를 설명했다.

을 읽는 재미는 바로 이런 ‘고고학적 고증’에 바탕한 인물들의 생생한 묘사에 있다. 청년기의 카이사르는 당당하고 영민하며, 최고 권력을 획득하기까지의 술라는 신중하면서도 계략적이고, 권좌에서 내려온 그는 노쇠하고 음탕하다.

인물들에 불어넣은 ‘개연성 있는’ 숨결

신생 출판사 교유서가는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마스터스 오브 로마’ 시리즈 7부작 완역이라는 대장정에 나섰다. 지난해 7월 1부가 나왔고, 오는 11월과 내년 6월에 각각 카이사르·폼페이우스·크라수스가 ‘삼두정치’를 하는 시기인 4부 과 5부 가 출판된다. 2017년 11월 7부 완간을 목표로 한다. 강선재·신봉아·이은주·홍정인 네 명의 번역자가 1~7부까지 번역 작업을 ‘종주’한다.

박수진 기자 ji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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