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내부자들’. 쇼박스 제공
단 한 장면으로 기억에 남는 영화들이 있다. 그 사실 자체가 작품성을 판단하는 필연적 기준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특정 장면이 안긴 충격이 영화로 들어가는 또 다른 문을 열어주는 경우는 있는 것 같다. 딱히 서사와 관련이 없음에도 위대한 영화들이 품고 있는 기이하게 매혹적인 쇼트들, 혹은 지극히 평범한 영화들에 돌출된 극단적이고 자극적인 쇼트들이 때때로 그러한 문이 되곤 한다. 올해 초겨울의 흥행작 은 후자와 관련해서 할 말이 있는 영화다.
시작부터 끝까지 서사의 반전을 거듭하는 은 그 반전의 요란함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장면으로 수렴되는 영화처럼 보인다. 영화의 중반 즈음 국회의원과 재벌기업 오너, 그리고 일간지 논설주간이 요정에 모여 비밀 회동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때 화장을 진하게 한 여인들이 나신으로 그들 앞에 일렬로 서 있다. 다음 장면에서는 옷을 모두 벗은 세 남자들 곁에 그 여인들이 짝을 이뤄 앉아 있고, 남자들은 맨몸으로(정확히 말하자면 성기로) 폭탄주를 제조하며 그들만의 파티를 즐기는 중이다. 카메라는 이들의 행위를 다각도에서 은밀하게 보여주는데, 그 시선의 시간은 꽤 길게 체감된다.
이 장면에 대한 의심은 인물들이 보여주는 행동의 폭력적인 저열함에서 비롯된다기보다 그 자리에 입회한 카메라의 시선에 기인한다. 지금 카메라는 나체의 남녀가 벌이는 저 천박한 게임을 쳐다보며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이 장면의 영화적 기능이란 무엇일까. 외설적 이미지의 수위로 앞선 극의 흐름과 뒤이은 이야기들을 모두 삼켜버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이 장면이 여기 반드시 놓여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의문에 대한 실마리는 반전의 연쇄를 지나 영화가 마지막에 도달할 무렵 추측할 수 있다. 앞의 장면은 서사를 마무리짓는 결정적 단서로서 영화의 후반에 반복된다. 차이가 있다면, 이번에는 이 장면이 영화 안에서 누군가가 찍은 비밀 동영상으로 다시 등장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동영상 속 요정 장면에는 우장훈 검사(조승우)도 일행 중 한명으로 앉아 있다. 그는 인물들이 얽힌 비리를 좇다 파면의 위기에 내몰렸던 검사다. 짧은 순간, 우리는 검사의 변절과 저들의 추악한 승리를 예감하는데, 곧이어 영화는 이 모든 것이 검사의 계략이었음을 밝힌다. 동영상 속 요정 장면은 그들의 범죄와 비도덕성을 폭로하려는 목적으로 그 자리에 동행한 검사에 의해 몰래 찍혔으며 의도적으로 유포됐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동영상으로 삽입된 두 번째 요정 장면은 앞선 요정 장면에 대한 영화적 대답인 셈이다. 지금 영화는 자신의 시선을 두 번째 요정 장면에 동석한 검사 우장훈의 시선에 동일시하고 있다. 영화는 처음 등장했던 요정 장면에서 카메라가 취했던 시선이 실은 관음이 아니라, 결국은 폭로의 성질을 갖고 있었다는 주장을 두 번째 요정 장면을 통해 방어하려고 한다. 영화는 그 장면의 선정성을 등장인물들의 선정성으로 국한하고 그들을 바라보는 카메라 자신의 시선은 그 선정성으로부터 분리해 정당화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특정 장면의 윤리를 궁극의 메시지로 환원해서 사후적으로 승인할 수 있다고 믿는 영화의 태도에 대해 냉정히 반문해야 한다.
바로 그 점에서 은 동의하기 어려운 영화가 된다. 영화란 본질적으로 시각적 쾌감과 분리될 수 없는 매체다. 아무리 고발과 비판의 목적으로 폭력을 형상화했다고 주장하는 순간에도 폭력이 재현되는 순간 그것으로부터 완벽히 순수 무결한 위치에 설 수 있는 영화적 시선이란 불가능하다. 그런 맥락에서라면 은 시선의 윤리를 외면하고 그것을 폭로의 도덕으로 위장하는 영화다. 이미지 자체의 외설성이 문제가 아니라, 그 태도의 위장술이 기만적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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