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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프를 잡아 돌린다고요?

셰프와 TV의 연결고리, 셰프 전문 매니지먼트 ‘플레이팅’ 김진표 총괄이사 최초 인터뷰
등록 2015-11-12 18:08 수정 2020-05-03 04:28
정용일 기자, JTBC 제공

정용일 기자, JTBC 제공

제 손으로 밥 한 끼 차려먹기가 참 곤고하다는 시대, 음식을 둘러싼 성찬이 대중문화에 차려진 건 얼핏 기이한 일이다. 한국 사회가 ‘그럴싸한 음식’을 둘러싼 쟁투로 치열해진 지도 벌써 꽤 오래됐다. 그 치열함은 요리사를 일컫는 말을 ‘주방장’에서 ‘셰프’로 바꿨다. 낯선 호명이 일상화됐다는 건 그만큼 빈번했다는 얘기다. TV 채널을 돌릴 때마다, ‘셰프’들을 관람해온 일상도 꽤 오래됐다. 불가피한 일이다. 대중문화는 스타를 동력으로 돌아가는 컨베이어 벨트다. 제아무리 잘 만들어진 요리라 해도, 요리 자체를 스타덤에 올릴 순 없다. 셰프는 말하자면 당신과 요리 사이를 잇는 기호로 발굴된 셈이다.

셰프들을 TV로 인도한 강력한 안내자

그렇다면 그 많은 셰프들은 어떻게 갑자기 TV로 몰려온 것일까. 셰프들이 제 주방을 넘어 스튜디오에 차려진 조리대로 옮겨오기 전에 반드시 누군가는 ‘기획’을 했을 것이고, 그에 맞춰 또 누군가는 ‘발굴’을 했을 것이다. 당대의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욕구가 어디로 옮아갈 것인지를 먼저 알아차린 눈 밝은 이는 과연 누구였을까. 스타는 실력과 조건이 겸비될 때 탄생한다. 특히 요리는 제아무리 조건이 좋은들 실력이 없으면 버틸 수 없는 영역이다.

최현석 셰프가 요리를 총괄하는 레스토랑 ‘엘본 더 테이블’의 마케팅을 맡고 있으면서 동시에 ‘플레이팅’이라는 셰프 전문 매니지먼트를 이끌고 있는 김진표 총괄이사는 말하자면 대중문화에 음식이라는 성찬이 차려지도록 셰프들을 TV로 인도한 가장 강력한 안내자다. 존재를 드러내고 싶어 하지 않던 기획자를 어렵게, 처음으로 만났다.

김진표 총괄이사의 명함에는 ‘매니지먼트’라는 표현이 없다. 김 이사는 “셰프들의 커뮤니케이션 그룹을 운영할 뿐” 이라고 말한다. 정용일 기자

김진표 총괄이사의 명함에는 ‘매니지먼트’라는 표현이 없다. 김 이사는 “셰프들의 커뮤니케이션 그룹을 운영할 뿐” 이라고 말한다. 정용일 기자

이런 말이 어떨지 모르겠지만, 요리사가 ‘매니지먼트’ 되는 시대를 만든 당사자다. 왜 그동안 언론에 등장하지 않았나.

아니다, 운이 좋았을 뿐이다. 사실 매니지먼트라는 말을 쓰는 것도 조심스럽다. 실제론 셰프들의 커뮤니티 모임을 관리하고 컨설팅한다고 생각한다. 어쩌다 매니지먼트화된 것이다. 그럼에도 이제는 인터뷰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건, 요리업계 안팎의 오해 때문이다. ‘요리사들을 잡아 돌린다’ ‘떼돈을 번다’ ‘방송에 대단한 영향을 미친다’ 이런 소문들은 사실이 아니다. (웃음)

차근차근 얘기해보자.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개인적으로 2009년부터 셰프들을 알게 됐는데, 그 전에는 조리학교를 운영했다. 현장과 학교의 괴리가 워낙 커서 셰프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싶었다. 엘본 더 테이블(최현석 셰프의 레스토랑)이 막 생겼을 무렵인데, 무작정 매일 찾아가 만나달라고 했다. 결국 열흘 만에 최현석 셰프를 만났다. 그게 인연의 시작이었다.

왜 하필 최현석 셰프를 만나야 했나.

당시엔 셰프라는 말조차 생소했다. 다만, 아직까지도 그렇지만 ‘필드’에서 사용하는 칼질, 어떤 재료의 구체적 사용법, 불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이런 것들을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다. 요리학교는 그저 몇 명이 자격증을 땄고, 얼마나 취업을 했는지 실적 위주로 운영됐다. 이걸 바꾸고 싶었고, 현장의 도움을 생각할 때 최현석 셰프가 적격이라고 생각했다.

“계약 원칙은 하고 싶은 자기 요리가 있는 것” 처음 만났을 때, 최현석 셰프의 반응은 어땠나.

흔쾌했다. 열흘을 매일 찾아왔던 게 안쓰러웠는지 바로 ‘그래, 내가 해주겠다’고 했다. 최현석 셰프를 알고 그 인연으로 많은 셰프들을 알게 됐다. 그렇게 알고 지낸 지 5년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매니지먼트 회사가 된 것이다.

회사 이름은 무엇이고, 현재 몇 명이 소속되어 있나.

회사 이름은 ‘플레이팅’이다. 접시에 음식이 담기는 최종적인 단계라는 의미를 담았다. 현재는 최현석, 오세득, 신동민, 남성렬 등이 소속되어 있다. 계약이 완료된 셰프도 있고, 계약 중인 셰프도 있다. 셰프는 8명 정도이고, 그 외에 바리스타와 파티시에까지 합하면 17명 정도 된다.

이제는 이름만 들어도 다 알 만한 셰프들이 됐지만, 실제 음식을 잘하긴 하느냐, ‘쇼 셰프’가 아니냐 이런 의구심도 여전히 있다.

실력은 자신 있다. 방송으로 유명해지기 전에도 필드에서 유명했던 분들이다. 방송을 통해 스타가 된 게 아니라 인정받던 사람들이 방송에 나간 경우다. 계약을 할 때 원칙이 있다. 하고 싶은 자기 요리가 있어야 한다. 단순히 스타가 되려고 방송에 나가려는 요리사들과는 일하지 않는다.

누구나 스타가 되고 싶어 하는 시대에 애매하고 까다로운 기준이다. 요리사 선정은 어떻게 하나.

셰프 매니지먼트는 연예인 매니지먼트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연예인은 키워서 데뷔를 시키는 구조다. 하지만 셰프들은 요리 쪽으론 이미 완성되어 있는 분들이다. 근본이 ‘주방’이라는 걸 잊지 않을, 완성된 분들과 함께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무조건 매장에서 일하고 있는 현직하고만 계약한다. 직접 주방에서 일을 하지 않는 순간 셰프의 ‘메리트’는 사라진다. 최종 계약을 하기 전엔 기존 셰프들과 협의한다. 방송에 나가서 요리를 할 때는 정해진 레시피를 따를 수 없다. 변용과 응용인데 이는 경험과 실력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몇몇 프로그램에서 발생했던 ‘요리 사고’들은 결국 그 문제들 아니었나.

출연자의 생사여탈권을 온전히 방송사가 갖고 있다. 매니지먼트가 실력을 보증한다는 건 대단한 자신감이지만,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출연에 앞서 교섭을 한다. 의외일 수도 있는데 방송사에서 오히려 그 부분을 좋아했던 것 같다. 말도 안 되는 요리는 하지 않도록 가이드를 잡아내니까. 이전에는 방송사가 말이 안 되는 요리를 강권한다거나 이런 부분들이 있었다. 시청률 올리겠다고 무작정 어떤 레시피들을 던졌다. 그래도 요리사들이 거절을 못했다. 그래서 음식이 아닌, 실제 먹으면 토할 것 같은 음식들을 보여주곤 했다. 이젠 그렇게는 안 한다. 잘못된 레시피에 대한 조율을 철저히 한다. 그런 식은 눈높이가 높아진 시청자에게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설득한다. 매니지먼트를 차린 이후 그런 요리는 하지 않고 있다.

“방송사의 잘못된 레시피 요구 조율한다”
이제는 웬만한 연예인 부럽지 않은 ‘스타’지만 오세득 셰프(왼쪽)는 요리로 하는 봉사에, 최현석 셰프(오른쪽)는 제자를 키우는 일에 관심이 많다고 한다. JTBC, CJ E&M 제공

이제는 웬만한 연예인 부럽지 않은 ‘스타’지만 오세득 셰프(왼쪽)는 요리로 하는 봉사에, 최현석 셰프(오른쪽)는 제자를 키우는 일에 관심이 많다고 한다. JTBC, CJ E&M 제공

지금이야 채널만 돌리면 요리 프로그램이 나오지만, 매니지먼트를 처음 차렸을 때는 지금처럼 요리 프로그램이 붐이 아니었다.

맞다. 그래서 수익도 없었다. (웃음) 초창기에는 잡지 인터뷰를 주로 했는데, 그건 오히려 적자였다. 다만, 매니지먼트 구조 자체가 연예인 매니지먼트와는 달랐다. 계약을 할 때, 계약금도 없고 몇 대 몇으로 나눠 갖지도 않는다. 회사는 실제 활동하는 데 필요한 경비만 받는다. 수익은 다 셰프가 가져간다. 셰프들도 기본적으로 본인이 일하는 매장에서 나오는 수익이 있고. 지금도 계약을 하더라도 계약금을 주진 않는다.

매니지먼트 회사를 하며 수익 배분 계약을 하지 않는 건 잘 이해되지 않는다.

초창기에는 셰프들이 매장을 계약하거나, 방송 출연을 하면서 워낙 사기나 부당한 일을 많이 당해서 그걸 도와주고 관리해주는 정도였다. 초창기 방송에 출연할 때는 재료도 요리사가 준비하고 출연료로 3만원을 받고 그랬다. 수익 개념을 갖기도 어려웠다. 분기점이 됐던 프로그램이 였다.

‘먹방’에서 ‘쿡방’으로 넘어가는 데 가 기념비적인 프로그램이긴 했다.

지금의 요리 열풍이 에서 시작됐다고 본다. 이전엔 정도가 있었지만 ‘먹방’이 대세였고, ‘쿡방’이 만들어진 건 그때부터였다. 제안이 처음 왔을 때, 나는 무조건 하자는 입장이었고 셰프들은 좀 신중했는데 운이 좋게 전환기를 주도하게 됐고, 지금 셰프 매니지먼트라는 이름을 쓸 수 있을 정도의 순환이 발생한 셈이다.

이후엔 수익이 좀 있었을 것 같다. CF까지 찍고 그야말로 쿡방 붐이 아닌가.

셰프들이야 어느 정도 정당한 대가를 받게 된 것은 분명하지만 유명세를 탄다고 생각처럼 당장 큰돈을 버는 건 아니다. TV에 나오면 단기간은 매장에 손님이 늘어나지만 그걸 유지하려면 인력을 새로 충당해야 하고, 그 인건비를 감당해야 한다. TV에서 기대했던 환상만큼 요리가 못 따르면 손님은 금방 빠진다. 그 거품을 감당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셰프들에게도 많이 얘기한다. 스타가 되더라도 수입의 본질은 달라지지 않는다고, 중심을 잡아야 한다고.

“근본은 주방, 현장에 도움되는 학교 준비 중” 스타 셰프를 거느린 소속사 대표의 인식이라고 보기엔 좀 의외다.

지금은 지겨울 정도로 요리 프로그램이 많지만 곧 걸러질 것이라고 본다. 셰프들조차 그렇게 생각한다. 흐름이 생겨서 거기에 잘 탔지만, 그래서 이제 어디로 빠져나갈지 봐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셰프들에게 물 들어올 때 노 저을 생각만 하면서 휩쓸리면 안 된다고 얘기한다. 그래서 무수하게 많은 프로그램 제안이 오고 홈쇼핑 유혹도 많지만 일절 하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건 무엇인가.

요리를 교육하고 요리 콘텐츠를 만드는 회사다. 누구나 요리를 할 수 있고, 현장에 도움이 되는 학교를 준비 중이다. 요리사를 까다롭게 선별하는 것도 결국 교육까지 가능한 요리사를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 사업을 전제로 보는 것이다. 최현석 셰프는 전세계에 자신의 이름을 건 레스토랑을 내는 목표와 함께 제자들을 길러내고 싶어 한다. 오세득 셰프도 요리로 뭔가 봉사할 수 있는 일에 관심이 많다. 그 전제가 제대로 된 주방이고, 그 주방을 유지할 수 있는 인력에 대한 교육이 최종적인 목표다.

그  셰프들에게  궁금한  것들


‘억대 셰프’는  여전히  꿈의  숫자


는 재료를 미리 알려준다? 아니다. 오전에 모여 메이크업 등 사전 준비를 하고 점심 무렵이 되어서야 냉장고를 공개한다. 그러곤 점심을 먹고 녹화에 들어간다. 구상할 수 있는 시간은 그 밥 먹는 시간뿐이다.
최현석 셰프는 너무 바빠 정작 본인 레스토랑에는 없다? 아니다. 김진표 총괄이사는 “스케줄표를 공개할 순 없지만 없는 날이 거의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특히 저녁에 가면 대체로 볼 수 있다고 한다.
셰프 매니지먼트는 한국에만 있다? 아니다. 외국에서는 오래전에 이미 보편화됐고, 최근 들어 더욱 세분화되는 추세다.
‘허세 셰프’ ‘아재 셰프’는 모두 방송용 이미지다? 반반이다. 최현석 셰프는 실제 퍼포먼스로 유명했다. 오세득 셰프의 ‘아재 개그’ 역시 방송에서 어필할 수 있는 본인의 모습 중 하나를 선택한 경우다.
스타 셰프는 모두 억대 연봉을 받는다? 아니다. 억대 연봉을 받는 셰프는 아직 손에 꼽을 정도다. 요식업계에서 ‘1억 연봉’은 아직 꿈의 숫자다.
여성 셰프는 스타가 될 수 없다? 아니다. 요리가 고된 직업이다보니, 어림잡아 비중은 8:2 정도로 남자가 많긴 하다. 하지만 최근엔 여성 셰프가 늘어나는 추세고 오히려 특정한 영역에선 더 뛰어나단 평가를 받고 있다.
셰프 매니지먼트가 탐내고 있는 요리사는 이제 없다? 아니다. 서울 한남동에서 프렌치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이형준 셰프를 눈여겨보고 있다. ‘플레이팅’ 소속 셰프들도 모두 인정하는 요리사라고 한다.


김완 기자 funnyb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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