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보니 연애 에세이를 냈고, 이렇게 연애 칼럼도 연재하면서 연애란 어떤 의미인지에 관한 질문을 많이 들었다. 물론 단 한 번도 그 무식하게 광범위한 질문에 제대로 대답한 적은 없었다. 그냥 그때그때 남친과의 사이가 어땠느냐에 따라 다르게 대답했던 것 같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이 ‘연애가 갖는 의미’라는 커다란 주제에 관해 조금 더 깊이 있게, 제대로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왜냐하면 이번 글이 이곳에서의 마지막 연재이기 때문이다.
1. 내 안에 수천 명의 미친×가 있음을 발견하는 것연애라는 것을 하면서, 아마도 누구나 가장 크게 배우고 깨달을 수 있는 지점이라 생각한다. 사랑에 빠진 이의 마음은 정말이지 번잡스럽다. 온 세상이 조금의 틈도 없이 가득 차 있는 듯한 행복감을 느끼다가도, 순식간에 세상에서 가장 초라하고 비련한 사람이 되어 눈물을 흘린다. 그 사람에게서 걸려온 전화 한 통화면 이 모든 것이 가능하다. 그랬다. 우리는 연애를 하며 온갖 종류의 모노드라마를 100편도 찍을 수 있는 감성을 경험하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의 표정과 말투 하나로, 우리는 평생 본 적이 없던 새로운 자기 자신을 만날 수 있다. 사랑에 빠진 내가 어디까지 달라질 수 있을까, 그것은 때로 우리를 성숙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상당히 많은 경우 우리를 무척이나 비상식적이고 비정상적인 인간으로 변모시킨다.
2. 사람을 사랑하는 방법이 얼마나 다양한 것인가를 배우는 것우리가 연애하지 않았더라면, 미처 깨닫지 못했을 영역의 이야기다. 연애란 내가 가지고 있고, 내가 표현하려는 사랑이 상대에게 어떻게 작용할지를 끊임없이 실험하고 확인하는 과정이다. 그것은 그 사람에게 가장 벅찬 선물이 될 수도 있고, 혹은 절대 기억하고 싶지 않은 악몽이 되어버릴 수도 있다. 내가 가진 사랑의 방식이 누구에게나, 언제나 옳은 것이 아니었음을 우리는 연애를 통해 수없이 실패하고 실망하며 배워간다.
3. 사랑은 언제나 남아, 다시 시작됨을 인정하는 것1년 전 즈음에 다투었을 때는, 네가 없으면 안 된다고 절대 안 된다고 그 말만 반복했던 남자친구가 어제는 ‘네가 없으면 힘들겠지만 그래도 살겠지’라고 말했다. 다른 사람과 다른 연애를 해도 늘 사랑은 같은 모양이 되어 끝을 보이고야 만다. 이렇듯 허무하고 뭣 같은 사랑놀음 따위를 내가 또 할까보냐 싶지만, 우리는 지난 연애를 통해 충분히 학습하고 배웠다. 우리는 또다시 사랑에 설렐 것이고, 누군가를 생각하느라 밤을 지새울 것이다. 다 태워버려서 이제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고 자조해보아도, 곧 시간은 흐르고, 사랑은 언제나 남아 우리를 다시 뜨겁게 만든다.
세상은 우리를 무엇인가를 포기해야 하는 세대라고 이름 붙여 부르지만, 다른 건 몰라도 우리가 사랑하고 사랑받는 연애의 순간들까지 스스로 포기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는 아직도 연애하며 배울 것이 더 많이 남았으니까. 나도 지지 않고 앞으로도 더욱 뜨겁게 연애하겠다. 언젠가 다시 연애 이야기로 시시덕대며 만날 수 있기를 바라며 마지막 인사를 전한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구여친북스 대표· 저자 @9loverbooks*‘팜므팥알은 연애 중’ 연재를 마칩니다. 좋은 글 보내주신 팜므팥알과 좋은 그림 보내주신 일러스트레이터 long께 감사의 말씀 전합니다.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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