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장 관리를 그다지 호의적으로 바라보지는 않는다만, 남친도 없고 친구들도 바쁜 어느 외로운 날에는 불러낼 남자가 많은 그녀들이 부럽기도 하다. 그럴 때면, 뭐 어장 관리 어떻게 하는 건데, 하며 욱하는 마음이 솟아난다. ‘나도 그득그득 나 만나러 나오는 남자가 많으면 좋겠다.’ 그래서 주변의 사례들을 조금 살펴보았는데, 어장녀들은 이런 특징이 있더라.
예뻐. 완전 초미인인 경우는 특별한 노력 없이도 셀카 한 장으로 모든 어장 활동이 가능하다. 이런 당연한 이야기는 억울하게 또 할 필요는 없고, 생각보다 안 예쁜데 어장 관리에 도가 튼 이들도 있다는 것이 포인트. 우리는 또 속으로 ‘쟤보단 내가 더 나은데!’ 그런 생각 많이 하지 않나. 바로 이 경우다. 평범녀들이 남자들을 떼로 후릴 수 있는 이유는 남자들이 보는 ‘예쁨’과 우리가 보는 ‘예쁨’이 다름에 있다. 어쨌든 남자란 동물은 철저히 시각에 약한지라 예쁘지 않으면 수컷으로서 움직이지 않는다. 단, 그들의 예쁨에 관한 스펙트럼은 우리가 감지 못하는 넓이와 방향이다. 촌스러운 스타일링, 과하다 못해 헤픈 눈웃음, 노림수 가득한 스킨십과 4차원 흉내…. 우리가 치를 떨며 거부하는 그 수법들을 예쁨으로 받아들이는 남자가 아직도 지나치게 많은 것이 현실이다. 아무튼, 어장녀들은 예쁘다. 진짜 예쁘든, 남자들 눈에만 예쁘든.
겁나 부지런함. 우리는 스무 살 시절에 많이 겪어봤다. 그냥 웃어준 건데, 새벽에 전화해 “오빠는 말이야…” 하며 시작되던 개수작들. 그 덕분에 우리는 이제 촌놈에게는 손도 흔들어주지 않는 강인한 여성으로 거듭났다. 그러나 그녀들은 다르다. 촌놈을 몰라서 못 피하는 게 아니라, 직접 촌놈을 노린다. 그녀들은 모든 개수작에도 상냥할 수 있는 비위를 타고났으며, 조금도 사귀고 싶지 않은 남자에게도 세심히 관심을 쏟으며 먼저 연락하곤 한다. 즉, 우리가 누군가에게 반해 그를 꼬시고자 최선을 다하는 만큼을 그 많은 남자에게 골고루 쏟는 것이다. 그녀들은 정말로 모든 남자에게 관심이 있다. 이런 것을 섣불리 따라할 경우 미친 피로와 스트레스, 속터짐을 경험하므로 민간인은 흉내내지 말 것. 번외로 얘기하건대, 이런 그녀들은 동시에 무리 속 모든 남자가 자기 소유여야 하는 ‘여왕벌’일 가능성이 높다. 그녀들의 수법으로는 ‘여자친구 생기더니 너무 무심해졌어’ ‘우리는 그냥 친구인데!’ ‘우리 얼굴 본 지 너무 오래됐는데’ 등이 있다. 미리 남친 및 썸남에게 고지해 그가 그녀의 ‘사랑보다 먼 우정보다는 가까운 놀음’에 빠져들지 못하게 하라. 그녀들은 때론 털털하게, 때로는 상처 입은 작은 짐승의 모양으로 그에게 우리를 “친구도 이해 못하는, 집착 쩌는 악처”로 느끼게끔 만드는 뭣 같은 능력도 갖추었으니 특별한 주의를 요한다.
행복하지 않다. 그 ‘행복’이라는 것이 우리가 생각하듯 정말 사랑하는 사람과 진지한 감정의 교류를 나누며 느끼는 벅찬 감정이라고 정의한다면 말이다. 그녀들이 받아야 하는 관심과 사랑의 크기는 절대로 한 사람에게서 충족될 수 없다. 연애를 한다 해도, 그녀들은 끊임없이 다른 남자들에게서 관심을 받아야 하고, 만남을 지속해야 한다. 그 꼴을 맘 편히 지켜볼 상대가 과연 존재할까. 결국 그녀들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상처를 주거나, 아니면 그를 속이는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 나는 절대로 그 관계가 정상적이고 행복한 관계라고 생각지 않는다. 그래서 내가 생각하는 연애의 행복감을 그녀들은 결코 가질 수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고백하건대, 늦은 밤 그녀를 데리러 오는 남자들이 늘 바뀐다거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남자들 댓글이 가득한 것에 나도 조금 혹한 적은 있었다. 그러나 그 물고기떼는 그녀 역시 그들에게 감정이건 시간이건 베풀어준 결과라는 걸 알기에 다시 금방 고개를 젓곤 한다. 아무튼 난 안 될 거다. 다음 생에도 안 하련다. 다 해먹어라, 어장녀들이여.
구여친북스 대표 @9loverbooks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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