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에 서툰 복학생 오빠가 “애기~”, 혹은 “ㅎ 넝담~”과 같은 소름 끼치는 어휘를 구사하며 연애에서 두 걸음 세 걸음 멀어져가는 것이 이제는 남 일 같지 않아 무섭다. 우리는 무엇 때문에 남녀상열지사의 뜨거운 현장에서 멀어져가고 있을까? 연애에 이제는 복학해야만 하는 우리, 냉혹한 현실 진단과 그 해결이 절실하다.
우리는 윤종신, 이승철이 아니다. 모든 사람을 우리의 결혼 상대로 심사할 생각 하지 마라. 물론 나이가 들어갈수록, 연애를 시작하는 것이 결코 이전처럼 가벼울 수는 없다. 지금 연애를 시작하면 주변에서 모두 하나 되어 ‘언제 국수 먹여줘?’와 같은 1960년대식 멘트를 날려대는 것도 사실이고. 하지만 결혼 이전에 연애부터 하고, 사람부터 만나야 할 것 아닌가. 사람과 만나 사랑을 시작하는 일은 오디션 프로그램 같은 것이 아니다. ‘그 사람과 결혼한다면 어떨까?’ ‘아 이것 때문에 절대 안 될 것 같아’ 하는 심사는 집어치우고 그냥 사람을 만나러 나가보라. 장담하건대, 그 사람도 지금 우리랑 결혼할 생각은 없다. 되게 김칫국이다, 그거. 완벽한 사람은 아무리 평생 찾아도 안 찾아진다. 그리고 그런 사람이 우리를 왜 좋아하나? 그런 거는 우리한테 있을 수 없다. 치명적인 단점까지 사랑스럽게 보아주는 단 한 사람, 서로에게 서로가 그런 사람이 되어주는 것, 그것이 바로 연애의 기적이 아닐까.
나 자신을 더욱 사랑하라. 너무 식상한 솔루션 아니냐고? 하지만 우리는 정말로 스스로를 사랑하는 것에 너무나 인색하다. (물론 날 위한 선물이랍시고 매달 물건들을 지르는 것도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라면 우리는 애초에 자존감킹이 되고도 남겠지만.) 우리 잠깐 사람 없는 곳으로 조용히 자릴 옮겨서 육성으로 세 번 외쳐보자. “내 탓이 아니다” “내 탓이 아니다” “내 탓이 아니다”. 그래, 당신 탓이 아니다. 지난 사랑이 그렇게 끝나버린 것도, 줄기차게 계속 나쁜 놈들만 내게 다가오는 것도, 너무 외로워 잠깐 수작을 걸어보다 망쳐버린 수치스러운 일도 모두 당신 잘못이 아니다. 그러니까 다시 누군가를 만나 사랑하는 일에 지레 망설이지 말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우리가 또다시 나쁜 놈팽이를 만나도, 혹은 가슴 아픈 이별을 다시 경험하게 된다 해도, 그리고 누군가에게 거절당한다고 해도 그저 인연이 아니고, 때가 아닐 뿐이다. 내가 어떻기에 겪게 되는 괴로움이 아니라는 거다. 그러니까 겁내지 말고, 다시 가슴이 뛰는 사랑을 해도 된다고, 자신을 더 응원해주자. 당신은 충분히 따뜻하고 멋진 사람이다. 내가 대신 장담하니 사랑을 시작할 수 있는 자기 자신을 조금 더 믿었으면 좋겠다.
체력 핑계 대지 마라. 사랑을 하기에 너무 지쳤다고, 이제 연애하려면 피곤하다고 그래서 연애 안 하고 그냥 내 취미생활을 하는 게 더 좋다는 이들이 많다. 남한테 피해 주는 것도 아니고, 자신만 좋다면 절대로 이들을 힐난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당신이 연애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이런 핑계와 패턴에 갇혀서는 안 된다. 체력이 떨어지면, 운동을 하고 보약을 먹으라. 체력 떨어진다고 평생 안 움직이며 살 텐가? 연애에도 근육이 필요하다. 피곤하고 지친다고 연애의 근육을 방치하지 마라. 감정 소모가 싫어 피하고 도망치는 것은 해결 방법이 될 수 없음을 기억하라.
어린 것들한테 피부로 지는 것도 서러운데, 근성으로는 지지 말자. 연애에 서툰, 이제 연애에 복학해야 하는 언니들, 이제 현역에서 팔딱팔딱, 우리도 연애하자.
구여친북스 대표 @9loverbooks, 일러스트레이션/ long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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