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은 첫키스를 날카로운 추억이라 표현했지만, 연애의 모든 순간 가운데 가장 날카로운 추억은 바로 이별의 순간이 아닐까. 가장 최악이라는 ‘잠수 이별’부터 너를 너무 사랑하기에 보내준다는 개수작까지. 우리는 숱한 이별의 순간을 지나며 그 날카로움들을 견뎌왔다. 이제는 ‘아름다운 이별’이란 말 자체가 소리 없는 아우성보다 더 말도 안 되는 것임을 안다. 하지만 사랑이 다해버린 그 순간 세상에서 가장 가깝던 그 사람에게 마지막 그 한마디를 전해야 할 때, 우리는 무엇을 기억해야 할까.
비겁해지지 말기
인연이 아닌 것은 어쩔 수 없는 노릇이고, 사람 마음을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마음이 떠난 것 자체를 비난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그런 이유로 이별을 고하는 상황이라면 적어도 비겁해지지는 말자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나쁜 놈(년)이라고 상대가 악을 지를지 몰라도, 그 무겁고 힘든 상황을 견디는 것이 죽기보다 싫더라도, 그 사람에게 원망 섞인 눈빛을 받고 싶지 않더라도 말이다. 지금은 거북하고 어렵고 무어라 말해야 할지 모르겠는 그 상대가 한때는 당신에게 가장 소중했던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 단지 욕먹고 싶지 않아서, 그 상황을 모면하고 싶어서 거짓말을 하거나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대는 짓은 정말 하지 말자. 특히 ‘지금 내 상황이 연애를 할 만한 상황이 아니다’라는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는 이가 많은데, 진짜 최악이다. 만약 상대가 정말 당신의 말을 철석같이 믿고 있다가, 어느 날 새로운 연애를 시작한 당신을 마주친다면 어떨 것 같은가? 외국에 간다거나 군대에 간다는 말 같지도 않은 거짓말도 집어치워라. 그런 말 하는 놈들이 금요일 저녁 사람 많은 곳에 제일 잘 돌아다니더라. 미성숙하고 어리석은 끝맺음으로 아름다웠던 모든 순간을 뭣같이 만드는 짓은 이제 그만두자.
이별의 이유를 이야기해주기
“이제 노력하기 싫어졌어.” 나를 아주 많이 좋아하던 그 애는, 정말 취향도 무엇도 나와 비슷한 구석이 없었다. 그걸 문제 삼으며 만나지 못하겠다던 내게 그 애는 자기가 다 바꾸고 자기가 다 나에게 맞추겠다며 웃었다. 그리고 그 애는 정말 내게 맞춰서 하고 싶은 것도 참고, 하기 싫은 것도 기꺼이 했다. 가끔 말다툼이 일어나면 나는 그 애에게 “네가 다 맞춰준다며, 왜 말이 틀려?”라며 못되게 몰아붙였고 그때마다 그 애는 바로 고집을 버리고 내게 져줬다. 그리고 마지막 헤어지던 날, 그 애가 이야기한 이별의 이유는 이제 내게 맞추려고 노력하기 싫어졌다는 말이었다. 너무도 깔끔히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한마디. 지금 생각해도 그 말은 많이 아프고, 그동안 그 애가 얼마나 아팠을지 그제야 알 것 같아서 더 아팠다. 끝나버린 지금에야 아무 소용이 없을지 몰라도, 그 애가 그렇게 이야기해줬기에 나는 그동안의 내 연애를 돌아보고 처절하게 반성할 수 있었고 겸허히 이별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당신이 꼭 상대와 헤어질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가 있다면 상대에게 이야기해주면 어떨까? 물론 그에게 생채기를 내겠다는 악은 버리고, 상대방이 지금보다 더 성장할 기회를 줄 수 있으면 가장 좋을 것 같다.
이별에도 예의가 필요한 것은 상대방을 동정해서도 아니고, 욕을 먹지 않기 위해서도 아니다. 끝났다고 해서 지난 사랑이 존중받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분명히 진심이었던 그 시간들을 위하여 마지막 순간에도 우리는 조금 더 애를 써야 한다. 비극은 사랑이 끝난 것 하나로도 충분하니까.
구여친북스 대표· 저자 @9loverbooks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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