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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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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 인기남녀’ 되고 싶으세요?

SNS계 스타들의 ‘시크릿’을 ‘눈팅’으로 추적해 뽑은, 공감을 부르는 5가지 비결
등록 2014-07-19 15:09 수정 2020-05-03 04:27

왜 나의 페이스북에는 어떤 글을 써도 ‘좋아요’가 30개를 못 넘는 걸까. 왜 그의 페이스북에는 아무 글이나 써도 ‘좋아요’가 100개를 넘는 걸까.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통계분석기관인 ‘앱랭커’에 따르면 7월5일 기준 페이스북의 하루 실사용자 수는 1265만 명, 카카오스토리의 하루 실사용자 수는 1485만 명에 달한다. 을 쓴 하워드 가드너와 케이티 데이비스는 “각종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에 둘러싸여 성장”한 젊은 세대를 ‘디지털 네이티브’로, 유년 시절에는 텔레비전만 보고 자랐지만 갑자기 각종 디지털 기기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둘러싸인 중·장년층을 ‘디지털 이민자’로 불렀다. 디지털 네이티브든 디지털 이민자든, 이제 오프라인으로만 관계를 맺으며 살기는 쉽지 않다. 나를 뺀 다른 사람들이 페이스북이나 카카오스토리, 밴드, 트위터 등 여러 종류의 SNS에서 오고 간 대화로 이야기꽃을 피울 때, 벽만 쳐다보고 있는 건 ‘010’ 시대에 ‘016’과 ‘011’을 고수하는 것처럼 대단한 결심이 필요하다.

<font size="3"><font color="#008ABD">진지한 성찰과 소소한 일상 ‘환상의 배합’</font></font>

이왕 할 거라면 잘해보자. ‘소셜 인기남녀’ 뭐 그리 어렵나. 요즘 떠오르는 SNS에서 스타 되기는 어떻게 가능할까. 몇몇 스타들의 ‘시크릿’을 ‘눈팅’으로 추적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메인 디시와 후식을 적절히 섞어라.] 페이스북 친구 4천 명에 평균 ‘좋아요’ 100개를 기록 중인 홍성수 숙명여대 교수(법학)의 페이스북에는 각종 사회 이슈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담은 ‘메인 디시’와 소소한 일상을 담은 ‘후식’이 적절히 섞여 있다. 세월호 특별법을 통해 국민의 존엄과 안전을 지켜야 한다는 진지한 문제제기나, 선정적 저널리즘에 대한 따끔한 일침 등이 ‘메인 디시’에 해당한다면 ‘아들바보’임을 한눈에 느끼게 하는 아들 사진과 게시물, 각종 먹방 사진과 수염을 기른 뒤 반응을 체크하는 ‘훈남 드립’ 게시물 등은 홍성수 교수의 페이스북 친구나 팔로어들에게 한 줄기 실소 혹은 ‘빵 터짐’을 준다. 괜찮은 후식인 셈이다. 홍성수 교수 본인이 꼽는 폭발적 반응을 불러일으킨 베스트 게시물은 지인들이 언급한 자신과 닮은 연예인 사진을 모아 올린 게시물이다. 은지원, 이문세, ‘갈갈이’ 박준형, 변진섭 등의 사진과 잘 나온 자신의 사진을 모아 올린 ‘고퀄리티’ 게시물에는 그의 평균 ‘좋아요’를 훌쩍 넘는 225개의 ‘좋아요’와 50여 개의 댓글이 달렸다. 페이스북 연재물을 엮은 를 펴낸 최준영 작가 역시 “인문학에 충실한 완성도 높은 글과 이따금 인간미를 발견할 수 있는 소소한 일상 이야기를 곁들이는 전략이 SNS에서 관계 맺은 사람들 간의 거리감을 줄여준다”고 말했다. 최준영 작가는 주로 중학교 2학년인 작은딸의 성적 이야기, 자녀 체벌에 대한 아버지로서의 고민 등으로 자신의 일상을 전한다.

<font size="3"><font color="#008ABD">독특한 패션 정보로 ‘좋아요’ 2700개 </font></font>

둘째, [동영상이 대세]다. 불과 6개월여 만에 구독자가 8만2천 명이 된 페이스북 페이지 ‘유준호 페이지’의 주인공 유준호(25)씨를 보면 쉽게 와닿는 비법이다. 유씨는 짤막한 동영상에 목소리를 더빙해서 올린다. 태풍 ‘너구리’가 왔을 때는 뒤로 넘어지는 6초짜리 진짜 동물 너구리 동영상에 “나는 대한민국을 삼켜버릴 것이다. 으아아아아아”라고 목소리를 입힌 ‘더빙판’을 올리고, 커피 음료 광고 영상에 ‘남자본색’을 드러내는 대사를 입힌 버전을 올린다. 보통 1만 명 넘는 사람들이 열렬히 호응한다. 그가 처음 인기를 얻게 된 건, 한창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불러젖혔던 디즈니 애니메이션 주제가를 개사해서 부른 동영상 덕분이다. ‘개강날~ 진회츄(진한 회색 츄리닝)~, 같이 진회츄 입을래~’라고 복학생의 소소한 일상을 묘사한 가사를 덧입혀 부른 유준호의 ‘진회츄’는 그를 페이스북 스타덤에 올라타게 했다. 팬이 된 구독자들은 한번 중독되면 헤어나기 어려운 초코잼 ‘누텔라’를 그에게 하사해 ‘누텔라보이스’라는 별명을 선물했고, 유준호는 그에 화답하듯 전화 팬미팅을 마련하기도 했다. 그가 페북에 쓴 대로 (조금) “낯뜨겁”기도 하다

홍성수 교수가 지난 2월6일에 올린 게시물. 지인들이 언급한 본인과 닮은 연예인들의 사진을 모아 올렸다(왼쪽). 2만5천여 명이 구독하는 축구 관련 정보와 유머 페이지 ‘축구성애자’ 커뮤니티의 첫 페이지(가운데). 구독자가 22만명에 이르는 페이스북 ‘책벌레’ 커뮤니티는 해당 페이지를 넘어 수많은 관련 소그룹을 만들어내고 있다(오른쪽).

홍성수 교수가 지난 2월6일에 올린 게시물. 지인들이 언급한 본인과 닮은 연예인들의 사진을 모아 올렸다(왼쪽). 2만5천여 명이 구독하는 축구 관련 정보와 유머 페이지 ‘축구성애자’ 커뮤니티의 첫 페이지(가운데). 구독자가 22만명에 이르는 페이스북 ‘책벌레’ 커뮤니티는 해당 페이지를 넘어 수많은 관련 소그룹을 만들어내고 있다(오른쪽).

셋째, [콘텐츠의 독창성]을 높여라. 고등학생 강서현(18)씨는 서로의 패션을 공유하는 소셜형 애플리케이션 ‘스타일쉐어’에서 판매자가 아닌 고등학생으로 절찬리에 인기를 얻고 있다. 페이스북과 마찬가지로 스타일쉐어에도 있는 ‘좋아요’ 기능으로 인기도를 측정하자면 한 게시물에 ‘좋아요’를 2700개까지 받았다. 이유는 뭘까. 강씨는 “저만의 독특한 스타일, 내가 봐도 멋지다고 감탄하는 스타일을 올리기 때문”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독특한 패션 정보가 공유됨에 따라 90만 명 이상이 사용하고 있는 애플리케이션인 스타일쉐어는 주로 10~20대 여성이 이용한다. 패션디자이너가 되고 싶은 강씨는 요즘은 패션잡지가 아니라 이 앱을 통해 자신의 패션을 점검하고, 패션 감각을 날카롭게 다듬기도 한다.

평소 페이스북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던 음성원 기자는 지난 6월 별난 경험을 했다. 서울시교육감 선거 몇 주 전 교육담당 출입기자로서 겪은 문용린 전 서울시교육감과 관련한 일화를 여느 때처럼 일기 쓰듯 썼다가 해당 글이 189차례 공유되는 전에 없던 ‘인기’를 누렸다. 문용린 전 교육감이 아침 회의 시간에 교육청 직원을 대상으로 1시간 동안 일장 연설을 했다거나 애국가를 4절까지 부르게 한 일화, 출판기념회를 열어 수많은 봉투를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는 내용 등을 담은 글이었다. 음 기자는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동시에 원하는 내용을 적확하게 긁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인 것 같다. 여기에 구체성이 더해진 것도 중요한 이유다. 요즘 ‘1인 미디어’가 많지만 정부부처에 대한 접근은 쉽지 않은데 그 영역에서 구체적이고 시원하게 썼기 때문일 것”이라고 이유를 분석했다.

<font size="3"><font color="#008ABD">즐길 줄 아는 자에게 페친이 따르리라</font></font>

넷째,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하라. 2만5천 명이 구독하는 페이스북의 ‘축구성애자’ 커뮤니티는 한 축구 광팬의 쾌거다.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만이 이해할 수 있는 독창적 축구 뉴스는 물론 축구 관련 유머도 볼 수 있다. ‘강남 나이키에서 쇼핑하는 백수!’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박지성 선수의 ‘직찍’도 기성 언론에서 접할 수 없는 소식이다. 익명을 요구한 ‘축구성애자’ 운영자는 자신을 평범한 회사원이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축구성애자’ 커뮤니티를 운영하기 위해 매일 국내 축구 관련 사이트는 물론 해외 사이트까지 ‘성지순례’를 한다. 여기서 얻은 축구 자료를 올리고, 하루에 5번씩 접속해 모니터링을 한다. “좋아하니까 즐겁고, 즐거워하면서 올리는 게시물들이니 보는 사람도 즐거운가봐요.” 그가 말하는 인기 비결이다. 그의 바람은 단 하나다. 자신이 올린 게시물에 사람들이 댓글을 달고 즐거워하는 모습이다.

10~20대가 많이 이용하는 소셜형 플랫폼 ‘스타일쉐어’는 요새 뜨는 애플리케이션이다(위). 성우 지망생 유준호씨의 더빙 동영상이 올라오는 ‘유준호 페이지’의 첫 화면. ‘누텔라보이스’라는 그의 별명이 인상적이다.

10~20대가 많이 이용하는 소셜형 플랫폼 ‘스타일쉐어’는 요새 뜨는 애플리케이션이다(위). 성우 지망생 유준호씨의 더빙 동영상이 올라오는 ‘유준호 페이지’의 첫 화면. ‘누텔라보이스’라는 그의 별명이 인상적이다.

구독자가 22만 명에 이르는 페이스북의 ‘책벌레 페이지’ 역시 평범한 회사원 ‘소셜홀릭’의 작품이다. 소셜홀릭은 원래 유용한 정보를 모으는 취미가 있었다. 페이스북에 그냥 신간 목록을 공유하다 양이 넘치자 보기 쉽게 하려고 2년 전 ‘책벌레 페이지’를 만들었다. 자신이 궁금해하는 도서관 정보, 책 편집자가 쓴 출간기, 다른 블로그에서 돌아다니는 책과 관련한 고급 정보 등을 올렸다. 독서시장이 불황이지만 책을 읽고 관련 정보를 얻으려는 사람은 여전히 많은 모양이다. 최준영 작가는 “정보화사회에서 대중의 지식에 대한 욕구는 세분화되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그 정보를 얻는 경로는 종이책이 아니라 인터넷 세상이다. 사람들은 책을 보는 것보다 더 많은 정보를 책을 다루는 페이지에서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고, 그 때문에 SNS에서 책 관련 페이지가 인기를 얻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렇든 저렇든 ‘소셜홀릭’의 ‘책벌레 페이지’는 지역별 책읽기 모임, 글쓰기 모임 등으로 세분화되며 세를 넓히고 있다.

<font size="3"><font color="#008ABD">결국 할 말은 하는 사람들</font></font>

결국 돌고 돌아 도달하는 다섯째 비결은 [솔직담백, 촌철살인, 정론직필]이다. 남들이 대놓고 못하는 이야기를 하는 것. “등산객 어르신들 참 힘들다. 술 냄새, 땀 냄새, 소음 공해, 등산가방 백어택(Bag Attack), 자리 양보 강요. 공격 전술이 다섯 가지나 되니 당해낼 겨를이 없어.” 철학자 임건순(33)씨는 페이스북에서 돌직구 게시물을 통해 공감을 얻는다. 그는 작가다. 돌직구를 통해 할 말을 다 하는 것은 작가의 본능이기도 하다. 자기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속 시원히 해준다며 좋아하는 독자가 많다. ‘트통령’(트위터+대통령)이라고 불리는 이외수 작가는 솔직담백한 140자를 통해 170만 명의 팔로어를 거느리고 있다. 그는 자신의 의견을 솔직하게 전달함에 따라 받는 비난이나 피곤한 싸움도 마다하지 않는다. “불의를 보고도 못 본 척하는 자신의 비굴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정의를 논할 자격이 없습니다. 불의에 대한 침묵은 불의에 대한 동조에 가깝습니다.” SNS를 통해 인기를 얻는 자들, 결국 할 말은 하는 사람들이다.

장슬기 인턴기자 kingka878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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