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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다 할머니, 외할머니 때문이다. 어릴 적 할머니들께서 해주셨던 음식 때문에 서울에서는 도무지 더 맛있는 것을 찾을 수가 없다. 친가인 전남 곡성에서는 산골짜기의 나물을, 외가인 보성에서는 갯벌과 바다에서 나는 해산물을 먹고 자랐으니 미각을 키우는 데 더없는 천혜의 조건이었다. 할머니들은 손녀의 입에 제철음식을 넣어주며 “할무니, 맛있다. 더 줘요”라는 말에 행복한 미소를 지으셨더랬다. 종종 이야기하곤 한다. “제철 산지 음식을 먹고 자란 것은 축복이었지만, 결국 그런 음식을 먹을 수 없는 서울에서 살게 된 것은 저주다”라고.
그런 나에게 여름철 시원함과 추억을 함께 가져다주는 음식은 우뭇가사리와 콩물이다. 바닷가에 사셨던 외할머니는 우뭇가사리로 묵을 쑤어 미역오이냉국에 넣어주시곤 했다. 씹을 겨를 없이 목구멍으로 쑥 넘어가버리는 우뭇가사리묵은 요즘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인기가 높다. 할머니는 여름이면 콩을 삶아서 갈아 콩물을 만들어 페트병에 담아놓으셨다. 콩물에 소금만 살짝 쳐서 얼음을 넣어 먹으면! 아, 괴롭다. 콩물 만드는 방법은 어렵지 않다. 깨끗하게 씻은 콩을 불린다. 불린 콩이 푹 잠길 정도로 물을 넣고 8~10분가량 삶는다(이때 콩 삶은 물을 식혀 콩을 갈 때 넣으면 좋다). 삶은 콩과 물을 1:1.5의 비율로 섞어 믹서에 갈면 된다. 여름 더위에 무적이다. 얼음 든 콩물에 우뭇가사리묵을 가늘게 썰어넣어 후루룩 마셔보라. 바다와 콩밭이 입안에서 넘실댈 테니. 두 할머니가 무척 보고파지는 여름날이다.
이정연 기자 여름의 맛, 다른 메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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