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쌈 싸서 먹는 추억의 맛

강된장·호박잎쌈
등록 2014-07-11 16:28 수정 2020-05-03 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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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 즐겨 먹는 음식은 물론 국수나 냉면 같은 것들이다. 그러나 내게 이걸 먹지 않으면 여름을 다 맛보지 못했다는 기분이 드는 음식은 따로 있다. 바로 강된장과 호박잎쌈이다. 어릴 적 고향집 평상에서 호박잎이며 양배추쌈을 먹으며 숱한 여름을 보낸 까닭일 테다. 한동안 맛보지 못한 호박잎을 몇 년 전 시장에서 발견하고는 이제 여름이 시작되면 호박잎을 찾게 된다.

엄마가 하던 대로 호박잎을 찜기에 쪄봤으나 골고루 잘 찌는 데 몇 번이나 실패했다. 그래서 언제부턴가 끓는 물에 소금을 넣고 10여 분 데치는 방법을 애용한다. 거친 잎이 보들보들해졌다 싶으면 물을 따라내고 식히면 된다. 국수 삶을 때처럼 차가운 물에 헹궜더니 잎이 너덜너덜해졌던 경험이 있어 이젠 냉장고에 넣고 차가워지길 기다린다.

호박잎을 데치는 동안 강된장에 넣을 재료인 애호박·양파·버섯을 깍둑 썬다. 들기름에 채소와 버섯을 달달 볶다가 물이나 멸치 육수를 자작하게 붓고 고추장과 된장을 3:1 비율로 넣는다. 끓기 시작하면 불을 약하게 줄이고 두부를 넣는다. 매콤하게 먹고 싶을 경우 청양고추를 넣어 뻑뻑해질 때까지 끓이면 강된장이 완성된다. 올여름에는 친구가 에서 봤다며 알려준 대로 감자를 믹서에 갈아서 추가로 넣어봤는데, 고소함은 더해지고 짠맛은 줄어들어 한결 부드러운 맛이 났다. 파스타 소스로 비유하자면 토마토 소스에 생크림을 넣어 만든 로제 소스 같달까. 물 양은 줄이고 가지를 썰어 듬뿍 올려 가지밥을 지으면 강된장과 잘 어울리는 여름 별미를 맛볼 수 있다.

강된장의 ‘강’이 어떤 의미인지 궁금해 찾아봤더니 ‘그것만으로 이루어진’이라는 뜻의 접두어라고 한다. 그렇다면 여태 적은 레시피대로의 강된장은 진짜 강된장은 아닌가. 입맛 없는 여름, 뜨거운 국물도 내키지 않고 그렇다고 매번 차가운 면만 먹을 수도 없을 때 된장만 자작하게 끓여 먹기 시작한 누군가의 여름은 얼마나 뜨거웠으려나. 이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호박잎에 밥과 강된장을 척 얹어 쌈을 싸서 먹는다. 여름의 맛이다.

박현진 감독, 공동연출<font color="#008ABD"><font size="3">여름의 맛, 다른 메뉴</font></fo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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