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셰프 코리아 3〉 화면 갈무리
“참 예쁘게 잘 먹네.” “복스럽게 잘도 넘기네.” 나는 평생 이런 종류의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어릴 때는 밥상머리에서 깨작거린다고 혼나기 일쑤였다. 군대 시절 취사병도, 하숙집 아주머니도 은근 내 눈치를 보았단다. 네 놈 성의 없는 젓가락질만 보면 억장이 무너졌다고.
‘뭐든 잘 먹어주는 사람’을 바라는 건 취사병이나 하숙집 아주머니만이 아니다. 채널마다 쏟아지는 먹는 방송의 제작진에게는 언제 어디서나 먹방을 연출해줄 수 있는 출연자를 찾는 게 관건이 되었다. 흡입 먹방 시대는 지났다. 맛집 탐방이 젊은 여성들의 중요한 취미이자 사교생활이 된 때이기에, 잘 먹으면서도 예쁘게 보이는 게 중요해졌다. 여기에 혜성처럼 등장한 것이 박수진. 웬만하면 맛있다고 하는 것 같지만, 그 감정이 거짓은 아닌 것 같다. 입으로는 정신없이 먹으면서, 눈으로 맛을 표현하는 솜씨가 탁월하다. 특히 면류를 먹을 때 뾰족해진 입이 예쁘다.
의 새로운 심사위원 김훈이는 요리 오디션 출연자들의 구세주다. 그동안의 심사위원들은 얼굴에 ‘썩소’가 디폴트로 장착된 사람들만 뽑은 게 아닐까 싶었다. 그러니 동그란 얼굴의 그가 맛있게 먹어주는 것만으로도 고맙기 그지없을 것이다. 게다가 분석적으로 맛있게 먹는다. 말린 살구 디저트를 먹으면서 “처음에는 그냥 과일 젤라틴 같은데, 이게 곰돌이 젤리처럼 딱 분리돼서 녹아요. 그다음에 모래처럼 가다가, 그 모래가 쫙 녹아요”. 먹어줘서 고마운 사람이 아니라, 먹여주고 싶은 사람이다. 이명석 대중문화비평가
‘먹고사니즘’이 이 시대 제일의 이데올로기가 되면서 먹는 방송, 이른바 ‘먹방’도 대중문화 최고의 인기 상품으로 떠올랐다. 원조 ‘식신’들의 먹방이 ‘더 많이, 빨리’ 먹기에만 집중했다면, 요즘의 먹방은 조금 달라진 양상이다. 최근 먹방계의 떠오르는 양대 스타 올리브 의 MC 박수진, 올리브 의 새로운 심사위원 셰프 김훈이만 봐도 먹방 스타일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잘 드러난다.
박수진은 음식 앞에서 청순한 여배우 이미지 따위는 던져버리고 얼굴의 모든 근육을 동원해 환희를 표현하며, 김훈이는 손가락 끝에 묻은 양념까지 꼼꼼하게 핥아 맛본 끝에 ‘맛있으니 합격’이라는 단순한 말로 최상의 칭찬을 대신한다. 두 먹방의 공통점은 음식에 대한 원초적이고 솔직한 즐거움의 표현이다. 이제는 음식을 순수하게 음미하는 스타일이 대세인 것이다.
이는 MBC 의 윤후나 KBS 의 추사랑과 같은 어린이 먹방 스타들이 사랑받는 것으로도 증명된다. 아이들이야말로 음식에 대한 본능 앞에서 제일 솔직한 존재 아닌가. 누군가에게는 이러한 먹방의 대세 현상이 전 사회의 구순기적 퇴행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삶에 대한 다양한 욕망이 축소되는 시대의 비애가 가장 근본적인 욕망 하나로 수렴된 현상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의 설렁탕 한 그릇 같은 비애가 찾아오기도 하는 것이다. 김선영 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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