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 시즌1 첫 회는 불면에 시달리던 왓슨이 어두운 방 안에 커튼도 젖히지 않은 채 우두커니 앉아 있는 모습에서 시작된다. 이때의 심정을 그는 훗날 시즌2 마지막 회에서야 밝힌다. “나는 너무나 외로웠어”라고. 자신을 소시오패스라 지칭할 만큼 관계와 소통에 서툰 셜록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그들을 서로에게 연결시켜준 계기가 “누가 나 같은 놈이랑 살겠어”라는 똑같은 한탄의 말이었음을 떠올리면, 이 작품은 처음부터 둘을 운명의 짝패로 만들기 위해 꼼꼼히 설계됐다는 것이 드러난다. 그러니까 이것은 서로를 고독과 권태에서 구원한 두 사람의 숙명적인 멜로드라마다. 이렇게 생각하고 시즌2 마지막 회를 다시 보면, 셜록을 잃은 왓슨이 맨발을 드러낸 채 소파에 멀거니 앉은 모습 위로 시즌1 첫 장면이 겹쳐지며 상실의 후폭풍이 하염없이 밀려든다. 물론 이는 에 빠져들게 하는 수십 계기 중 하나일 뿐이다. 매력적인 캐릭터와 연기, 감각적인 영상과 치밀한 극본, 원작 팬이라면 열광할 수밖에 없는 원전의 창의적 변주 등 이 작품을 사랑할 이유는 차고 넘친다. 하지만 갈수록 관계가 파편화돼가는 시대에 차가운 대도시를 살아가는 고독한 사람들의 멜로드라마라는 지점만큼 마음 깊숙한 곳까지 영향을 미친 계기는 없었다. 이 멜로라니, 무슨 농담이냐고? 아직도 의구심이 드는 분들이 있다면 국내 첫 방영 당시 본토의 제작진마저 감탄시킨 OCN 공식 예고편을 꼭 찾아보시길 바란다.김선영 TV평론가
역사상 가장 못생겼던 주인공이…의 배후에는 2000년대 세계 드라마 시장을 지배해온 범죄수사극이 있다. 지난 10여 년간 <csi> <ncis> 등 수십 편의 시리즈가 범죄 세계를 파고들어 대성공을 거두었다. 그들은 온갖 기상천외한 범죄를 소개했고, 가능한 모든 수사기법을 동원했고, 다채로운 수사관과 탐정 캐릭터를 창조해냈다. 상상력이 벽에 부딪히면 과거로 돌아간다. 그리하여 100여 년 전 안개에 파묻힌 영국 런던의 가로등 아래에서 파이프 담배를 물고 있던 그 남자가 재발견된다. 그런데 셜록 홈스는 ‘탐정들의 조상님’에 그치지 않았다. 100년 뒤의 시대를 살아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만큼 현대적인 인물이었다. 의학드라마 가 이 현대성을 먼저 차용했다. 탁월한 두뇌에 과학적 지식을 더한 능력자, 모든 인간을 깔보고 비아냥대는 깐죽쟁이, 그러면서 자신의 과거를 이겨내지 못해 괴로워하는 약물중독자…. 닥터 하우스는 셜록 홈스의 분명한 재현이었다. 그런데 더한 놈이 나타났다. 스스로를 ‘고성능의 소시오패스’라고 말하는 모습이 절대 연기가 아닌 것 같은 의 베네딕트 컴버배치다. 허여멀건 얼굴에 뱁새 눈을 한 이 배우는 시즌1이 시작될 때쯤엔 드라마 역사상 가장 못생긴 주인공 후보에 끼어도 좋았다. 그런데 현대의 런던에서 펼쳐지는 감각적인 추리 게임을 통과하고 나더니 이 시대의 가장 섹시한 남자로 변신해버렸다. 이명석 대중문화비평가</ncis></cs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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