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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한국인이 공식적으로 미국으로 이주를 시작한 지 110년째 되는 해다. 오늘날 한국의 재외동포는 700만 명이 넘는데, 미국에만 그 수가 200만 명이라고 한다. ‘우방’이든 ‘제국’이든, 그동안 미국이 한국에 끼친 지대한 영향을 생각해보면 당연한 결과다. 재미 한인이 어느 주의 의원이 됐다더라 하는 것도 곧잘 외신으로 다뤄진다. 그러나 초창기 한국인이 미국으로 이주해 삶터를 닦아온 역사 자체는 그리 많은 관심을 받지 못한다.
역사연구가인 안형주씨가 낸 책 는 ‘안재창의 가족 생애사’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문중의 조상인 안재창과 그의 가족이 어떻게 살았느냐를 추적해서 당시 한인들의 미국 이민사를 써내려간 것이다.
1800년대 말께 쇠락한 포경산업 대신 사탕수수 산업을 시작한 하와이 군도에서는 중국인·일본인 등 외국인 노동자들의 노동력을 필요로 했는데, 미국 본토로 넘어간 일본인 대신 조선인 노동자들의 이민이 고려되기 시작했다. 극심한 가뭄과 기근에 시달리던 조선 역시 이에 호응했고, 1902년 12월22일 첫 이민자 122명을 태운 배가 인천을 출발했다. 여기에 안재창·안재목 형제와 그의 가족이 타고 있었다. 경기도 양주군의 몰락한 사대부 집안에서 태어난 안씨 형제는 “3년 정도 일하면서 훗날 한국으로 돌아와 일생 동안 먹고살 수 있는 전답을 장만할 수 있는 돈을 번다”는 계획을 세웠다고 한다. 4년 동안 하와이의 사탕수수 농장에서 힘든 노동을 하던 안재창은 좀더 나은 삶을 위해 1907년께 미국 본토로 밀입국했고, 유타주에서 3년 동안 정원사로 일하게 된다. 당시 독립운동가 박용만은 여러 한인들의 힘을 합쳐 네브래스카주에서 농장을 운영할 계획을 세웠는데, 안재목은 여기에 가담하면서 정착 농부로서의 삶을 살게 된다. 그 뒤에는 독립운동가 정순만의 아들인 정양필, 조오홍과 함께 디트로이트에서 정안회사를 세워 음식사업에 뛰어들었는데, 이때가 안재창의 전성기였다.
안재창의 삶 속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부분은, 가는 곳마다 재미 한인 지역사회를 건설하는 데 앞장섰다는 점과 독립운동을 적극 후원했다는 점이다. 개척적인 이민자로서 살아가는 한편 “국권을 상실해가는 수난의 조국을 두고 떠났다는 ‘집단적인 마음 상태’가 재미 한인 집단의 결정과 행위에 거의 절대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지은이는 풀이한다.
지은이는 “어느 집안이나 그 집안에 관한 많은 정보와 자료를 가지고 있는 ‘가족역사가’가 있다”며 이 책이 그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각 가족의 역사적 경험을 정리해 기록할 수 있다면, 이 속에서 ‘수난의 근현대사’를 헤쳐온 한국인들의 특수성과 공통성을 찾을 수 있을 거란 기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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