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고전 를 중국 전통의 음모와 계략을 담은 책, 그로부터 처세술을 배울 수 있는 책으로 만든 것은 일본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손자병법’이란 이름으로 를 경영전략의 지침서로 활용했고, 이를 이른바 ‘자기계발서’ 분야에서 꾸준히 팔리는 스테디셀러로 만들었다. 를 ‘손자병법’으로 보는 이런 시각은 우리나라에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고고학·고문자학·고문헌학에 정통하다고 해서 ‘삼고(三古)의 대가’로 통하는 리링 중국 베이징대 중문과 교수는 몇 년 전부터 국내에도 본격적으로 소개되고 있는 중국 고전학자로, 특히 연구에서 독보적인 길을 닦은 학자로 잘 알려졌다. 최근 국내에 번역된 (임태홍 옮김, 글항아리 펴냄)은 리링이 자신의 40년 연구를 집대성한 책이다. 전작 (2006)가 기초 작업이었다면, 이 책은 완결판이라 할 수 있다.
가 ‘손자병법’이란 처세술로 유통되는 현실을 잘 알고 있는지, 지은이는 책머리에 이렇게 밝힌다. “옛 책은 옛 책이다. 군사(軍事)는 군사이며 사상은 사상이다. 나는 여러분에게 장사하는 법을 가르치지 않을 것이다.” 중국 최고의 고전 전문가로 꼽히는 지은이는 대신 가 과 함께 “중국 고전의 지혜를 가장 잘 대표할 수 있는 책”이라고 말한다. 와 가 고대 중국의 사상을 대표하는 저작이라면, 는 ‘병사를 부리는 경전’의 대표작이고, 은 ‘기술 등을 다루는 경전’의 대표작이라는 것이다. 지은이는 철저한 고증으로 원서를 꼼꼼하게 읽어나가며 중국 고대 세계가 어떠했는지, 그 속에서 병법이 어떻게 발달했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밝힌다.
기본적으로 는 ‘병법’이 할 수 있는, 일종의 사유 방식을 논한 책이다. 병법은 ‘나라의 큰일’로서 군사를 부리는 일인데, 이를 따지는 것은 “투쟁의 철학”이다. 지은이는 “병법은 사람의 목숨이 달린 중대한 일을 다루기 때문에 병법의 철학은 가장 총명하고 가장 영리하다”며 “이를 이해하지 못하면 중국 철학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병법 안에는 무궁무진한 사유가 들어가 있지만, 그 가운데 단 하나 핵심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은 바로 “규칙이 없다는 것이 유일한 규칙”이라는 명제다. “전쟁은 속임수를 꺼리지 않는다”는 한비자의 말대로 병법에서는 갖가지 속임수가 서로 경합하기 마련인데, 이처럼 일관된 규칙이 없는 불확실한 상황에 어떻게 대처할 것이냐는 문제가 인간의 지혜를 극도로 끌어올린다는 것이다. 지은이가 밝히는 공성, 화공, 간첩 등 중국 고대 전쟁의 구체적인 모습이나 무기에 대한 상세한 고증 등도 무척 흥미롭다.
최원형 오피니언부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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