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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수코’ 악녀 없인 안 돼?

등록 2013-10-09 17:37 수정 2020-05-03 04:27
양면성의 매력을 잃은 악녀
On Style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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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 ) 시리즈의 인기 요인은 서바이벌쇼의 긴장감과 리얼리티쇼의 꾸밈없는 재미를 잘 조화시켰다는 데 있다. 프로그램의 핵심은 까다롭고 혹독하기로 유명한 미션과 트레이닝을 통해 도전자들의 열정과 성장기가 그려지는 서바이벌쇼에 있지만, 종종 더 큰 재미는 리얼리티쇼 부분에서 나온다. 특히 출연자들 간의 가감 없는 갈등 묘사는 시리즈 최고의 화제 캐릭터인 ‘악녀’를 꾸준히 탄생시키며 시선을 붙잡는다. 의 악녀들은 시청자의 비난을 한 몸에 받는 문제적 캐릭터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솔직하고 센 캐릭터로 주목받는 양면성을 지닌다. 가령 시즌2에서 ‘꼬마 악녀’라는 별명을 얻은 진정선은 거침없는 태도로 논란도 많이 일으켰지만 당당한 매력으로 관심을 모으며 우승자가 되었다. 시즌3의 대표 악녀 최소라도 마찬가지다. 초반부터 악녀로 등극하며 왕따 논란, 안티팬의 폭행 등으로 내내 화제의 중심에 있었던 그녀는 끝까지 대중의 시선을 놓치지 않고 최종 우승을 일궈냈다. 이쯤 되면 악녀는 의 가장 큰 흥행 요소이자 도전자들에게도 욕심 낼 만한 매력적인 타이틀인 것이다. 문제는 시즌4다. 대표 악녀 정하은은 다른 출연자에게 일방적인 증오만을 표현하는 지루하고 평면적인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녀와 불편한 관계에 놓인 출연자는 주로 당하는 입장이고, 프로그램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갈등을 여과 없이 내보내며 자극적인 화제만 키우고 있다. 양면성의 매력을 잃은 악녀 캐릭터의 폐해와 악녀 마케팅의 한계가 고스란히 드러난 것 같다.김선영 TV평론가

의 진짜 악녀는 너?

또 악녀다. 그런데 이번엔 확실히 파워업한 것 같다. 언니들과의 기싸움에 절대 안 밀리고 직격탄 날리던 시즌2의 진정선, 경쟁자의 아이디어를 훔쳤다고 안티팬의 손톱 공격까지 당한 시즌3의 최소라는 이제 잊을 수 있을 것 같다. 라이벌에게 사사건건 시비 걸며 노골적으로 싫어한다고 외치더니, 결국 수영장 미션에서 무거운 옷을 줘서 물에 빠지게 만든 뒤 깔깔대는 시즌4의 정하은. 그래, 이 구역의 독한 녀는 당신이다. 원판인 에서도 악녀는 필수 요소였다. 유럽 출신의 유망주를 박해하기 위해 기독교인들끼리 모여 기도하고, 온갖 경건한 척하다가 사진가 앞에서 알몸을 까 보이고, 공용 전화를 혼자 2시간이나 쓰면서 일부러 다른 후보들의 화를 돋운다. 진행자인 타이라 뱅크스가 “나는 더 이상 검은 악녀(Black Bitch)를 바라지 않아”라고 선언했지만, 시청률을 안겨다준 건 그 악녀들이었다. 대부분의 리얼리티쇼가 한국화하며 이 코드를 가져오지 못했지만, 만큼은 꿋꿋이 잘도 받아먹고 있다. 패션모델로서의 자질을 알기 위해 이런 대결이 필요한 걸까? 그래, 어차피 업계로 들어가면 전쟁에 끼어들어야 한다. 기싸움에서 이기든지 대범하게 무시하든지 해야 한다. 그런데 그걸 굳이 우리가 봐야 하나? 화면에 등장하는 온갖 상황이 여고생 집단의 시기, 공주병, 따돌림, 일진놀이를 재현하려고 작정한 듯이 보이기도 한다. 어쩌면 의 진짜 악녀는 카메라 뒤에, 편집실에, 그리고 TV 앞에 앉아 있는지도 모르겠다.이명석 대중문화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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