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희의 신뢰감, 장동건의 인지도, 유재석의 호감도를 한 몸에 갖췄다. 그러나 실상은 거만하고 쌀쌀맞기 짝이 없는 남자, 의 국민 앵커 공정한(박성웅)에게는 비밀이 있다. 첫째, 유명 배우인 아내 조아라(오현경)와 10년 넘게 섹스리스 부부로 살고 있다. 둘째, 남몰래 숨겨둔 어린 애인이 있다. 셋째, 그가 끔찍이 아끼는 애인은 아들 민규(진영)의 예전 과외교사인 지성기(권율)다. 그러면서도 이력에 스크래치 낼 수 없으니 이혼은 안 된다며 버티고, 자신의 커밍아웃에 망연해진 아내에게도 미안해하기는커녕 이죽거리기부터 하며 애인과 동거를 강행하는 공정한은 철저하게 이기적이고 뻔뻔하다는 면에서 남다른 캐릭터다. 칼같이 재단된 슈트와 절도 있는 동작, 지적인 말투와 우아한 삼백안으로 무장한 그는 악역도 선역도 ‘실장님’도 아닌 독특한 타입의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차피 사랑도 욕망도 채울 수 없는 결혼생활이라면 남편을 아우팅시켜서라도 야망을 이루려는 조아라, 부모의 갈등 앞에 철이 들기는 개뿔 양쪽의 재산을 어떻게 뜯어낼지부터 고민하는 민규 등 든든한 콩가루 집안이 그와 함께하니 감히 존재감의 순위를 매기기 어렵다. 게다가 얌전해 보이면서도 속내를 드러내지 않아 어쩐지 의뭉스러워 보이는 성기 역시 방심할 수 없는 캐릭터로, 다음회에는 또 누가 누구의 뒤통수를 치고 짧은 승리를 쟁취할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tvN 제공
막장이 웃긴 이유는 뭘까? 이거 웃기려는 거 아니야. 이거 정말 진지한 거야. 이렇게 아닌 척하면서 끝장으로 가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놓고 막장이라니. 막장을 위한 막장이라니. 오히려 이럴 땐 우와! 하기가 어렵다. 겉으로는 방송가 공인 잉꼬 커플이지만 알고 보면 철저히 연극 중인 부부가 게이 애인까지 집에 들여온다? 파격이라면 파격이지만, 작위라면 또 작위다. 그래도 눈이 가는 캐릭터가 있다면, 잘생긴 문제아 공민규. 부모 관계가 파탄 나는데도 오직 제 몫에만 신경 쓰며 “깔끔하게 모든 재산은 엔빵으로 하자”고 하는데. 이상하게 나는 이 캐릭터에게서 향수를 느낀다. 가미조 아쓰시의 같은 1980년대 일본 청춘만화의 주인공을 떠올리게 된다. 겉으론 부유하지만 내면은 붕괴돼버린 가정의 반항아. 그냥 엇나가기 위해 엇나가고 있는 녀석. 그런데 잘생긴 외모에 하는 짓은 천진난만하고 의외로 다정다감한 면이 있어 정이 간다. 아빠의 남자 애인에게 자기 방에서 자라며 “설마 네 남자 아들까지 건드리는 파렴치한은 아니겠지?”라고 하는데, 대사 자체는 과격해 보이지만 막장조차 결코 넘어서지 못하는 한국 드라마의 가족주의 이데올로기를 슬며시 확인시켜준다. 결국은 이 녀석 때문에 가족이 회복되겠지 싶은 느낌을 마구 풍긴다. 그나저나 성형 전에는 ‘니주가리 씨빠빠’였던 엄마에게서 어떻게 저런 미소년이 태어났을까? 뭔가 또 다른 출생의 비밀이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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