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프로야구에 용병이 수입되기 시작한 지도 10년이 넘었습니다. 한국 야구를 얕보다가 누더기가 되어 방출당한 선수도 있고, 좋은 성적을 낸 뒤 큰돈을 받고 일본으로 넘어간 용병도 있습니다. 어느 날 한국 야구에 불쑥 나타났다가 이별 인사도 없이 사라지는 용병은 철저히 자본주의적인 인력입니다. 돈 때문에 오고, 돈 때문에 떠납니다. 팬들이 그들에게 바라는 것 또한 돈에 걸맞은 확실한 실적입니다. 여기 프로야구 사상 가장 특이한 용병이 있습니다. 롯데 자이언츠의 라이언 사도스키. 한국에서 3년간 기록한 승수는 29승입니다. 용병에게 기대한 성적으로는 좀 모자랍니다. 용병에게 기대하는 압도적인 무게감을 주는 투수는 아니었습니다. 그런데도 자이언츠 팬들에게는 이 선수와 함께한 3년이 묵직한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아마 사도스키는 모든 종목의 용병 선수를 통틀어 한국말을 가장 잘한 선수일 것입니다. 사도스키가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남기던 정확한 한국어는 거의 경이적인 수준이었습니다. 부산 연고 팀의 외국인 선수로서 ‘형님’을 ‘행님’이라는 한국말로 표현했고, 어느 정도의 이기적인 행동이 용인돼 있는 용병임에도 “한국 문화는 모두가 함께예요. 롯데 자이언츠에는 선수 개인보다 한 팀이 있어요. 우리는 팀입니다” “내가 선발일 때 팀의 기록은 10승2패. 개인 기록은 중요하지 않아요”라고 말하는 선수였습니다. 사도스키의 신기한 한국어는 야구에 국한되지 않았습니다. “누가 나에게 ‘hey’라고 불러서 내가 한국말로 ‘야!’라고 대답했더니 나에게 화냈어”라거나 “영어 ‘stamina’ 뜻과 한국어 ‘스태미나’ 뜻은 비교하면 의미가 완전 달라요”와 같은 말로, 자신이 생활하는 곳의 사람들에 대한 예민한 통찰까지 보여주었습니다.
사도스키는 미국에서 운동을 병행하면서도 최상위급의 학업 성적을 올린 선수로, 예일대학에서 장학금을 주고 데려오려던 학생이었습니다(예일대학의 야구부 실력이 형편없어 사도스키는 이 제안을 거절합니다). 반면 지난해 롯데에서 사도스키를 불신했던 감독은 대학 감독 시절의 입시 비리로 구속이 되었습니다. 2012년의 부진 탓에 사도스키는 정들었던 팀과 재계약에 실패하고 미국으로 떠났습니다. “2010년부터 2012년까지 롯데 자이언츠 팬들이 응원해줘서 감사합니다”라는 어눌하지만 귀여운 인사를 남기며 마지막까지 예의를 지켰습니다. 사도스키는 좋은 선수는 아니었을지 모르지만 한 명의 좋은 인간이었습니다.
이 글을 대선이 막 끝난 날 새벽에 쓰고 있습니다. 문득 사도스키의 말이 생각납니다. “미국의 ‘baseball’과 한국의 ‘야구’는 완전히 달라요.” 오늘 밤 저는 영어의 ‘democracy’와 한국어 ‘민주주의’는 완전히 다른 뜻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가끔 한국인에 대한 가장 객관적인 시선은 외국인에게 부탁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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