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토니 블레어 차례였다. 그다음은 조지 부시였다. 그리고 이제, 니콜라 사르코지가 사라졌다. 20세기 말부터 21세기의 첫 10년을 지나오는 동안, 세계 무대를 뒤흔들던 ‘스타’들이 줄줄이 은퇴를 했다. 세월 이기는 장사 없다. 이라크에서 이들이 벌이던 눈먼 전쟁도 그예 끝나지 않았던가. (이하 ) 한국판 5월호가 머리기사로 올린 ‘사르코지가 누구였지?’를 보면, 새삼 시간의 힘을 느끼게 된다. 더디지만, 역사는 흐른다.
“보잘것없고 괴상망측한 인물이 영웅 역할…”
“보잘것없고 괴상망측한 인물에게, 영웅 역할을 하게 해준 정황을 따져야 한다.” 카를 마르크스는 1852년 미국 뉴욕에서 발행된 독일어 월간지 에 기고한 ‘루이 보나파르트의 브뤼메르 18일’이란 기사에서 이렇게 썼다. 어디 사르코지뿐일까? ‘보잘것없는’ 경력에, ‘괴상망측한’ 인물이, ‘영웅’ 노릇을 하는 건 동서와 고금에 유례가 많다. 경험으로, 우리도 알고 있다. 는 “빅토르 위고는 1851년 12월2일 쿠데타의 주인공인 루이 보나파르트를 악착스럽게 공격함으로써 역설적으로 그를 더 중요한 인물로 만들고 만 것 같다”고 지적한다. 허…, ‘심정적 울림’이 있다.
5월호는 ‘17년 만의 정권 교체’를 이룬 프랑스의 상황을 상세히 전하고 있다. 무엇보다 궁금한 것은 그 변화의 ‘배후’다. 특집으로 7개 면을 ‘중산층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란 주제에 할애한 것도 그 때문일 게다. 따 쓰기 민망하지만, ‘연쇄 성폭행범’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프랑스 사회당의 유력 정치인 도미니크 스트로스칸이 2002년 라는 책에서 이런 쓸 만한 말도 했다고 는 전한다.
“사려 깊고, 정보에 밝고, 교양 있는, 대부분 봉급생활자로 구성된 매개 집단이 우리 사회의 골격을 이루고 있다. 그들은 세대 사이에 공유되는 목표를 추구함으로써 사회 안정에 기여한다. 그 목표는 한편으로는 자식들에게 문화적이고 교육적인 자산을 물려주는 것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부동산 혹은 금융자산을 물려주는 것이다. 이 자산들은 ‘시장경제’에 대한 그들의 애착을 드러내 보여주는 표식이다.”
이게 바로 ‘중산층’이다. 한때 유행했던 말처럼, ‘나도 중산층’이다. 가 미국의 진보적 월간지 의 보도 내용을 따 “자신이 미국의 상위 1% 부자에 속한다고 생각하는 미국인의 비율은 13%”라고 소개한 것도 마찬가지다. 가슴에 손을 얹게 된다. 프랑수아 기조가 에서 “중산층이라는 개념은 다른 계급에 대한 개념보다 특정 정당 혹은 특정 유형의 사람들의 욕망을 대변하는 것 같다”고 지적한 것에도 고개를 주억거리게 된다.
‘저항과 복종’ 사이 중산층을 규합하라
의 표현처럼 ‘중산층’은 ‘저항과 복종’의 사이에 있다. 언제든 ‘변심’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니 뭔가? 실망스러운 총선을 지나, 아직 모를 대선으로 다가서는 우리는 무엇을 할까? 역사학자 도미니크 팽솔은 “중산층은 항상 보수주의자인 것만도 아니고, 반드시 진보적인 프롤레타리아도 아니다”라며 “급진적 사회개혁 계획이 과연 어떤 상황에서 수적으로 다수인 두 그룹을 규합할 수 있는지 평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좌파’라 불리는 프랑수아 올랑드의 당선 비결인 셈이다. 좋든, 싫든.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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