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화기애애했(던 것으로 기억하고 싶)다. 와잎의 친구 소팔이(가명·855호 ‘머리끄덩이와 엘레강스 사이’ 참조)와 태권이네 커플(가명·867호 ‘여친의 생쇼와 와잎의 만신창이’ 참조)은 초면인데도 잘 어울렸다. 하긴 프리미어 축구 애호가인 태권이가 박지성을 닮은 소팔이에게 친근감을 느낀 것은 너무도 당연했다. ‘티티엘’ 모델 임은경을 빼닮은 태권이의 여친이자 지금의 아내 ‘찌찌엘’도 좀처럼 성별을 가늠하기 힘든 소팔이에게 중성적 매력을 느꼈다고 말했다(진짜?). 2006년, 서울 잠실 신천의 호프집에서 시작된 그날의 회동은 3차 횟집까지 이어졌다.
그날 회동에서 술 취한 소팔이는 묻지도 않았는데 예전 자신의 첫사랑 얘기를 꺼냈다. 자신에게 헌신적이던 그 남자를 헌신짝처럼 차버렸다고 했다. 우리는 “어제 본 드라마 얘기인가?” 하며 내 술도 니가 마시라고 대꾸했다(헌신적으로!). 시간은 자정을 넘겼고, 지하철도 끊겨, 소팔이와 찌찌엘은 와잎(당시 여친)의 친정집에서 자고, 태권이와 난 근처 찜질방에서 자기로 하고 자리를 파하려 일어섰다. 그러나 어느새 소팔이는 몸보다 먼저 정신줄이 귀가해버렸다. 나보다 더 ‘누들누들’ 주인공처럼 튼실한 태권이가 어쩔 수 없이 떡실신한 소팔이를 둘러업었다(너라서 다행이었어~). 택시를 잡으러 큰길가로 한참을 걸어나왔다(일진 사납구나). 연신 트림을 하는 소팔이에게 태권이는 “이게 무슨 개고생이냐”며 “제발 오바이트만 하지 말아달라”고 간청했다(바랄 걸 바라야지). 소팔이는 트림으로 답했다. 소팔이를 택시 뒷자석에 부려놓을 때, 태권이의 어깻죽지는 살포시 젖어 있었다. 난 잠자코 있었다(삭기 전에 빨아야 하는데~).
다음날 오전, 충격적인 사실이 알려졌다. 전날 밤, 와잎의 침대에 누운 소팔이가 찌찌엘을 보고 충고를 했단다. 태권이가 자기를 좋아하는 것 같다며 남친 관리 잘하라는 내용이었다(너도 공주였니?). 자기를 업겠다고 자청한 것도, 거들어준다고 해도 끝까지 업은 것도, 자기를 업을 때 허벅지를 만진 것도 자기에게 호감이 있기 때문이라는 말을 하더니만, 바로 코를 골고 자더라는 것(니 첫사랑도 이런 식이니?). 찌찌엘은 어처구니가 없고 불쾌해 다음날 태권이를 보자마자 따져물었다. “소팔이에게 관심 있어?”(설마~) 자초지종을 들은 태권이는 그런 “미친 ××가 있냐”며 방방 뛰었다.
“개고생해서 업어줬더니 성추행범 취급을 받다니, 그것도 소팔이에게~ 이게 말이 되냐? 그럼 사람 업을 때 허벅지를 안 잡으면 어딜 잡냐, 무슨 발을 잡냐? 내가 무슨 동춘서커스냐?” 6년이 지난 오늘에도 분을 삭이지 못하는 태권이를 위해 복수의 자리를 만들었다. 지난 토요일 저녁, 운명의 재회가 열렸다. 장소는 신천 아닌 신촌 라나이. 직접 구운 피자와 맛 좋은 생맥주로 소팔이를 유인했다. 소팔이는 돌 된 아이를 친정에 맡기며 남편과 함께 미끼를 덥석 물었다. to be continued. 문의 02-334-84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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