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종교는 불교가 아니다. 그러나 가끔 불교 신자라고 오해를 받는다. 이유는 손목에 항상 염주 두 개를 끼고 다니기 때문이다. 패션 때문이나 예뻐 보이려고 그런 것이 아니다. 나는 사실 패션에 관심이 전혀 없는 사람이다. 두 개의 염주는 나한테 특별한 의미가 있다.
나는 대구에서 빚는 불로막걸리를 좋아한다. 단맛이 전혀 없고 텁텁한, 옛날 스타일의 막걸리다. 그 맛을 내는 양조장을 방문하고 싶어서 지난해 대구로 내려갔다. 4월의 월요일이었는데, 벚꽃이 벌써 활짝 피어 있었다.
불로동에 위치한 주조장을 찾아가 사장실에 들어갔더니 80살이 다 된 감사님과 사장님, 총무님 등 간부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인사하고 이야기를 조금 나눈 뒤, 바로 양조장을 탐방했다. 막걸리를 어떻게 만드는지 그동안 궁금했는데 드디어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쇠로 된 어마어마한 막걸리통에서 나는 막걸리 향이 구수했고, 코를 톡 쏘며 발효되는 막걸리의 뽀드득뽀드득 하는 소리는 정말 아름다웠다.
견학이 끝나고 우르르 점심을 먹으러 갔다. 내 옆에 앉은 한 간부와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던 중에 그분이 끼고 있는 염주가 눈에 띄었다. 진한 회색 돌로 만든, 표면이 거친 염주였다. 그것이 뭔지 여쭤봤더니 그분이 오랫동안 아팠는데 그 염주 덕분에 나았다고 한다. 혈액순환이 좋아지는 등 효능이 많다고 했다.
식사가 끝나고 헤어질 시간이 다 되었을 때 그분이 자신의 염주를 나한테 건네주었다. 더 이상 필요 없다며 나에게 가지라고 했다. 내 손이 차가워서 자기보다 더 필요할 거라고. 정말 감동받았다. 고마워서 어쩔 줄 몰랐다. 그때부터 그 염주를 하루도 빠짐없이 끼고 다닌다. 그 따뜻한 마음을 항상 기억하고 싶기 때문이다.
두 번째 염주를 받은 지는 며칠 되지 않았다. 방송 촬영을 하느라 친구들과 경기도 양주에 있는 절에 ‘템플스테이’를 다녀왔다. 사찰 음식도 먹고, 108배도 해보고, 명상도 했다. 우리를 안내해준 스님이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는데 그중 하나가 귀에 쏙 들어왔다. ‘바쁘다’라는 단어를 머릿속에서 지우라는 것이었다. 사람들이 매일매일 바쁘다고 한숨을 쉬는데 사실 그 압박감은 머리가 만든 환상이라고, 할 일이 많아도 일정을 정해놓고 하나씩 하나씩 하면 바쁘지 않고 마음이 편해진다고 했다.
산더미처럼 쌓인 일에 쫓겨서 사는 나에게 가슴에 와닿는 말이었다. 템플스테이를 마치는 날 아침, 그 스님이 옥으로 만든 염주를 선물로 주었다. 연한 바닷빛이었다. 그 염주를 보며 스님의 말씀을 되새긴다. 분주한 일상에서도 편안한 마음으로 살려고 노력한다.
살미넨 따루 방송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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