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아래 그렇지 않은 것이 있겠냐마는, 드라마야말로 주인공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다. 드물게 진정한 투톱으로 남자주인공이 두 명이거나 여자주인공이 두 명인 경우도 없지는 않지만, 그래도 으레 한 사람의 비중이 다른 사람보다 크거나 작기 마련이다. 조연이라고 부르기에는 거시기 하고 그렇지만 주인공은 아닌 사람들을 나는 ‘여주투’(여자주인공 2), ‘남주투’(남자주인공 2)라고 부른다.
요즈음은 비열하고 정나미가 떨어지는 놈 일색이던 남주2가 남자주인공 못잖거나 아예 더 멋있는 경우가 많아졌고, 그래서 ‘남주2 때문에 보는 드라마’도 많다. 이렇게 남주2에 열광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아예 남주2를 주인공으로 바꾸어버리는 경우도 있어서 (2005)에서 처음에 주인공이 영화감독인 김한희(정찬)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한지하(이재황)였고, (2007)에서는 과연 처음부터 유준석 실장(박시후)이 주인공이었던 것인지 아니면 남자주인공(백수찬-김승우)과 여자주인공이 맺어지지 않는 세련된 줄거리였던 것인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남주2가 매력적인 것은, 주인공처럼 온갖 문제와 갈등의 요소를 싸짊어지지 않아도 되고, 소쿨하게 “잘 살아. 행복해야 해”와 같은 대사를 쳐주시기 때문이다.
처음에 배우 박용하는 주인공보다는 남주2에 더 잘 어울리는 사람이었다, 고 기억한다. 다른 사람들처럼 나도 (2004)에서 그의 이름을 처음 알았는데, 튀지 않으면서 존재감이 큰, 그래서 극을 알차게 하는 ‘남주2의 정말 좋은 예’였다. 성공 뒤 같은 해 유진과 (2004)를 찍었는데, 재미있기는 했지만 남주2일 때보다는 어색했다. 나는 그것이 배우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묘한 수줍음, 특히 한숨 쉬는 것 같은 발성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나중에 보니 그 수줍으면서도 쓸쓸하고 밋밋한 듯하면서도 가슴속 불길을 내비치는 것이야말로 그의 진짜 매력이어서, 그것을 잘 알아보고 잡아낸 작품들(2008년 , 2009년 )에서 빛을 발하더라. 특히 의 김신은 나름 사연도 많고 독한 남자였는데, 그 대사들이 그의 입에서 나오면 전편을 보지 않아도 그 외로운 내력을 느낄 수 있어 좋았고, 나는 그때 일찍이 에서 욘하짱을 알아본 일본팬들의 안목을 높이 살 수밖에 없었다. 여하튼 그렇게 그는 조연에서 ‘남주2가 잘 어울리는 배우’에서, 다시 ‘남주2로 나와도 주인공 같은 남자’가 돼 있었다.
그가 우리 곁을 떠난 방법에 대해서 무슨 말을 할 만큼 알지도 못하고, 이런 때 그 이유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하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도 없지만, 그의 드라마를 기다리고 있던 팬으로서는 그저 많이 아쉽고 그리울 뿐이다. 영화 리메이크도 많이 기다리고 있었는데. 모두가 자기 드라마의 진짜 주인공인, 그래서 남주2가 없는 그 곳에서 편히 쉬시길. 부디.
김진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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