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metorocktheworld.com의 마이클 애런슨
코미디언들은 세상을 찌르고 뒤집는다. 그러면서 어르고 달래준다. TV 연예 프로그램들이 얼음 땡 해버린 지난 얼마간, 우리는 그 광대들의 가치를 새삼 깨닫지 않을 수 없었다. 다행히 TV 바깥에서는 누가 돗자리를 깔아주지 않아도 사람들의 웃음보를 터뜨려주는 훌륭한 친구들이 있다. 심지어 먼 나라에서 온 마익흘이라는 친구는 기발한 풍자 뮤직비디오로 우리를 부끄럽게 만들고 있었다.
“내 노래야 내 노래야 스키두비두비두, 내 노래야 내 노래야 피카피카피카추.” 요즘 유튜브를 통해 큰 인기를 모으고 있는 라는 곡이다. 어딘가 익숙한 멜로디? 그렇다. 얼마 전 표절 시비를 불러일으킨 씨엔블루의 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미국 뉴욕 출신으로 한국에서 거주하는 마이클 애런슨(Michael Aronson)이라는 친구가 한국 대중가요계에서 반복되는 표절 논란을 정면으로 깨고 나선 것이다. ‘내 노래야 내 노래야’ 약 올리듯 노래하면서 “이건 그냥 우연의 일치야”라며 풍자의 일격을 날린다.
사실 그 착상이야 누구나 해볼 법한 것이다. 내가 놀란 것은 마익흘의 뮤직비디오가 단순히 ‘표절에 대한 표절’을 넘어 한국 대중가요의 여러 문제점을 신명나게 꼬집고 있다는 사실이다. “블랙 킹 화이트 킹 룩 비숍 앤 나잇, 체스 천재야” “3.141595 파이, 수학 천재야”라며 난사되는 무의미 개그. 콩글리시로 범벅이 된 채 의미불명의 영어 단어를 갖다 붙인 가요의 가사들이 그와 별반 다를 게 없다는 말이다. 그는 케이팝(한국 가요)은 모두 똑같이 들린다고, 당신들이 이런 걸 그냥 사주니 결국 이 지경이 돼버린 거라고 대놓고 쏟아붓기까지 한다.
마익흘은 자신의 사이트(timetorocktheworld.com)를 통해 한국 대중가요와 여러 문화에 대한 솔직한 생각들을 털어놓는다. 그는 을 통해 자신이 좋아하고 열광하는 것에는 기쁘게 박수를 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런데 내게 흥미로운 것은 을 비롯해 그의 다른 작품들에 별다른 감동이 없다는 거다. 역설적으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것 자체가 특출나지 않은 재능의 소유자도 남의 좋은 곡을 따와서 베끼면 그럴싸한 아티스트로 변신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게 아닐까.
나는 뮤지션으로서 마익흘의 가능성은 거의 기대하지 않지만, 그의 코미디 감각만큼은 높이 평가한다. 직접 촬영과 믹싱을 도맡아 하는 1인 제작 시스템도 뛰어나고, 가사와 절묘하게 어우러지지만 부조리한 컷을 집어넣는 코믹 연출법도 뛰어나다. 그는 소녀시대, 성형미녀, 스타크래프트, 코미디쇼, 북한의 핵 위협 등 한국에 대한 다채로운 관심과 문제의식을 지니고 있다. 그와 같은 친구들이 외부자의 시선으로 한국 사회의 문제점을 꼬집어대는 아마추어 코미디쇼를 만들어주면 어떨까. 분명히 보다 훨씬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튀어나올 것 같다.
이명석 저술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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