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만큼 알 때가 되었는데도, 가끔 “에 나오는 정일우 같은 변호사, 진짜 민변에도 있어?” 묻는 애들이 있었다(그 드라마에서 정일우가 민변, 즉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원으로 나온다). 왜 이래, 아마추어같이. 재벌가 아들에 미혼이고 게다가 헌신적이고 정일우처럼 잘생기고… 무엇보다 무지하게 유능해서 엄청난 일을 후다닥 해치우고 연애도 열심인, 그런 변호사는, 민변에만 없는 게 아니라 다른 데도 없다(선배·후배님들 죄송). 요즈음에는 은근히 보는 사람이 많아진 (검프) 덕에 “진짜 서인우(박시후) 같은 변호사도 있냐”로 질문이 바뀌었다. 아니란 걸 알면서도, 그렇게 드라마 주인공들을 통해 그동안 잘 몰랐던 직업의 단면을 보고, 조금은 다르겠지만 대충은 비슷하리라 짐작하나 보다. 의사의 삶을 접해본 적 없는 나 같은 사람이, 의사라고 하면 전공의 시절엔 지훈이 삼촌()처럼 매일 밤새우거나 새벽에 나가고 이른바 ‘콜’을 받거나 정강이를 얻어맞지만, 실력을 인정받으면 장준혁 과장님()처럼 카리스마 있는 전문가로 거듭났다가, 개업하면 민 서방()처럼 큰집에 외제차를 타며 여유 있는 삶을 누리는 걸 떠올리게 되는 것처럼. 그래서 “아빠 같은 선생님이 되겠어!” 따위의 운을 타고나지 못한 대부분 아이들은, 드라마나 영화에서 본 직업을 역할모델로 삼기 마련이다. 도서관 구석에서 의 강우석 검사를 떠올리며 “불의에 굴하지 않는 정의의 사도 검사”를 꿈꾸던 철없는 고시생… 나만 그랬나? 하여튼, 나같이 철없는 애들은 그래서 실제 그 직업의 사람을 만나면 실망하거나 충격을 받아 진로를 바꾸게 될지도 모른다. 아무리 취재를 열심히 하고 실제 모습을 가까이에서 보고 쓰더라도(내가 아는 것만 해도 검사·변호사의 배우자가 쓴 검사·변호사 이야기가 몇 있는데), 드라마라는 틀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나 보다. 하긴 “당신이 있는 곳이어서 돌아왔다” 같은 대사를 치고 누님들 설레게 하는 키스를 날리는 서인우 변호사가, 직원들 월급을 걱정하고 판사님한테 빨간펜 지적(고급스럽게 ‘보정 명령’)이나 받는다면 모양이 나겠는가.
검찰청에 마혜리 같은 검사도 없(을 것이)다. 입고 싶은 대로 입고 먹고 싶은 대로 먹으며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하는(이렇게 써놓고 나니 그곳이 뭔가 홍 판서 댁 같은 느낌이…), 어수룩한 듯하면서도 “여자가 아니더라도 문제 많은 검사는 많던데요” 따박따박 할 말은 다 하고, 잘못한 일이 있으면 솔직히 사과하며, 성폭력당한 아이의 집을 직접 찾아가고, 법정에서 춤을 추는…. 그렇지만 에는 옆 동네 나만 해도 알 만한 진짜 검사들의 모습도 꽤 많이 나온다. 일 많다고 푸념이지만 사건 배당이 남들보다 적으면 스트레스 받고, 막내 검사가 부장검사 식성에 맞춰 점심 식사를 예약해야 하는 것 같은. 그런데 정말, 돌아가면서 술 먹고 뭐 장한 일 했다고 박수 치는 그놈의 폭탄주부터 시작해서, 약속이 없으면 같은 부 검사들끼리 떼로 밥 먹으러 가는 그거, 정말 ‘문화’라고 부르기도 우습다. 밥 정도는 자기가 시켜 먹으란 말이야! 그리고… 자기가 먹는 술값도 좀 자기가 내라. 뭐야, 유사 업종 사람까지 다 창피하게.
김진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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