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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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싼 티와 군내가 즐겁네, 이 사람아

<유세윤과 뮤지의 뮤직비디오>
등록 2010-04-30 21:46 수정 2020-05-03 04:26
〈유세윤과 뮤지의 뮤직비디오〉

〈유세윤과 뮤지의 뮤직비디오〉

“우리 뮤비, 터졌어 터졌어.” 자화자찬의 노래처럼 ‘UV’(유세윤과 뮤지)의 뮤직비디오 가 제대로 터졌다. 제목에서부터 쿨과는 전혀 거리가 먼 이 노래는 절묘하게 어우러진 영상과 가사로 겉으로만 쿨한 이 세상에 한 방을 제대로 먹였다. 연달아 들려오는 답답하고 우울한 소식 때문에 축 처져 있던 사람들이 이 노래 한 편으로 툭툭 털고 일어설 기운을 얻었다.

프리스타일 랩으로 만들어졌다는 는 가사도 중독적이지만, 염가의 뮤직비디오와 어우러지지 못했다면 이처럼 폭발적 반응을 불러일으키지 못했을 것이다. 시종일관 진지한 척, 그러나 싼 티와 군내가 꼬질꼬질 나는 영상은 유세윤의 찌질한 연기와 싱크로되며 공감 100%의 웃음을 만들어낸다.

도입부를 본 어느 친구의 말을 빌리자면, 헤어진 여자의 등에 업혀 있는 정도는 누구나 충분히 생각할 수 있단다. 그러나 음악에 뮤지컬리티를 살려 발가락을 까딱까딱하는 건 유세윤이니까 가능한 애드리브라고. 이어 나름 래퍼들의 뮤직비디오를 흉내 내는 저렴한 안무가 이어지는데, 아쉬운 점은 계단에서 미끄러지는 장면에서 너무 쿨하게 내려온다는 점이다. 끝에 넘어져야 제대로인 거 아닐까?

더욱 재미있는 것은 이 물건이 그냥 일회적으로 웃기려고 만든 패러디 뮤직비디오가 아니라, 정식 앨범을 내놓고 판매하려는 홍보 수단이라는 점이다. 덕분에 함께 수록된 역시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역시 만만찮은 코믹 송인데, “비가 억수로 많이 왔던 인천 대공원” “디스코 팡팡 MC 국민 MC” “손잡이 같던 너의 뱃살” 등 웃음의 포인트가 곳곳에 숨어 있다.

둘은 뮤직비디오의 성공을 자화자찬하는 이라는 노래도 발빠르게 내놓았다. “우리 뮤비 터졌어 터졌어. 우리 둘이.” “나는 세윤. CD 주문 안 하고 뭐하세윤.” “형에겐 인기란 건? 다 거품이야. 형에겐 음악이란? 나에겐 돈벌이!” 이 순발력도 놀랍지만, 이렇게 빨리 만들어내는 날림 정신에도 박수를 쳐주고 싶다. 게다가 비욘세의 남자친구 제이지가 도와줬다며 “이 친구 랩 잘하죠?”라고 하고, 닥터 드레를 산부인과 의사로 만들어놓으면서 “이 친구는 랩 빼면 시체랍니다”라고 소개한다. 이건 표절인지, 피처링인지 알 수 없다. 혹시 얼렁뚱땅 남의 걸 먹고 들어가는 요즘 대중가요를 슬쩍 풍자하는 걸까?

의 대박은 인터넷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으리라. 더불어 스마트폰과 소셜 네트워크를 통한 발빠른 전파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팬들은 트위터나 미투데이를 통해 뮤직비디오를 가볍게 퍼나르고 있으며, 유세윤의 과거 걸작들까지 빠르게 소개하고 있다. 눈사람 박대기 기자를 소재로 한 이라든지 닥터피쉬의 를 못 본 사람은 이 기회에 챙겨 보시기를.

이명석 저술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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