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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한 전화기 ‘아이 웃겨’

배꼽 잡는 앱애플들
등록 2010-04-15 18:27 수정 2020-05-03 04:26
포토퍼니아

포토퍼니아

나는 전형적인 슬로어답터다. 휴대전화는 전화와 문자 기능이면 대만족. 엉뚱한 기능이 잔뜩 달린 게 오히려 싫어 남들이 버리는 폰으로만 10년을 버텨왔다. 그런데 이번에 많은 사람들을 들뜨게 한 바로 그 폰 때문에 10년 넘은 전화번호를 바꾸게 되었다. 그러고 약 한 달. 이 신기한 전화기가 제법 사람들을 웃길 줄 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별것도 아닌 기능으로 배꼽을 잡게 하는 애플들 때문이다.

가장 즉각적인 반응을 만들어낸 녀석들은 사진을 활용한 애플들이다. 친구의 사진을 현장에서 찍어 수염 같은 것을 덧붙이는 몇 종의 애플들은 여성들에게 더 큰 인기를 얻었다. ‘포토퍼니아’(Photo Funia)는 정교한 사진과 다채로운 콘셉트를 자랑한다. 간단한 클릭만으로 뉴욕 광고판이나 초상화나 우표의 주인공이 될 수 있는데, 앞의 수염 애플로 조작한 사진을 이용할 때 더 큰 재미를 준다. ‘세이왓’(SayWhat)은 소리와 터치스크린이라는 두 기능을 적절히 활용했다. 여왕·염소·돼지 등의 사진을 등장시켜 그 입 부분만 사용자의 목소리에 맞춰 움직이게 한 것인데, 웃음소리 특이한 인간들과 같이 놀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트릭형 애플들로 놀려먹는 재미는 또 어떤가. “너, 아이폰에 알몸 투시 기능 있는 거 알아? 엑스레이도 찍을 수 있어.” 합성이나 동영상 재생에 불과한데도 순진한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 짓궂은 유머 애플들이다. ‘입냄새 탐지기’(Bad Breath Detector)는 친구들에게 입김을 내뿜게 한 뒤에 그 반응을 여러 종류의 욕설로 내뱉게 한다. 반대로 내 입냄새를 테스트한 뒤에는 너무 향기롭다는 멘트가 나오게 한다. 아이폰 유저들의 반려동물도 주요한 공격 대상이다. 고양이 놀려먹기류의 애플도 꽤 있는데, 나는 고양이 소리로 피아노를 연주하는 ‘캣 피아노 주니어’를 좋아한다.

이런 애플들은 기능도 그럴듯해야 하지만, 그걸 시연하는 사람의 연기력도 중요하다. ‘전기충격기’(Getta Shock)는 전압과 소켓을 선택하면 진동·소리·영상으로 마치 감전된 듯한 느낌을 만들어준다. 여기에 사용자의 연기력이 더해지면 효과는 백배 천배. ‘박테리아 스캐너’(Germa-Phone)는 음식물·침대·피부 같은 곳을 영상으로 촬영한 뒤 마치 거기에 세균이 득시글거리는 듯한 영상으로 바꾸어 보여준다. 이 애플은 설명서에 대박 문구가 있었다. “우리는 이 애플을 만들기 위해 어떤 세균도 해치지 않았습니다.” 바퀴벌레 잡기 게임인데 꼭 손으로 잡아야 한다든지 하는 과격한 유머들도 보인다.

때론 진지하게 만든 애플인데 그 사용에 따라 코미디를 연출하는 경우도 있다. ‘치한 퇴치용 호신앱- 누구세요’는 잡상인이 물건을 팔러 오거나 모르는 사람이 초인종을 누를 경우 등 상황에 맞게 어른 남자 목소리를 들려주는 애플. 하지만 앞에서 친구가 헛소리를 할 때 써먹어도 좋다.

이명석 저술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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