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갑갑하고 말 들어줄 친구는 없다. 그렇다면 다음 중 어떤 방법이 제일 나을까? 냉장고를 상대로 떠든다. 서랍장을 살짝 열고 속삭인다. 돼지같이 생겼지만 돼지는 아니라는 애완동물에게 하소연을 한다. 대관절 이게 무슨 소리냐고? 노나카 에이지의 는 딱 그런 만화다. 도대체 정체를 알 수 없다.
주인공인 토리이 요시오는 구직 중인 32살의 남자. 그 부인은 1부 상장기업의 카리스마 영업 총괄부장. 당연히 부인은 남편에게 빨리 직장을 구하라고 잔소리를 퍼부어댄다. 요시오는 대놓고 맞서기엔 면목이 없고 이렇게 다투다간 부부 사이에 금이 갈 것 같아 뭔가를 시도한다. 바로 애완동물을 키우는 것. 돈 한 푼 벌어오지 못하면서 동물을 들여오면 욕을 먹겠지? 그러나 이것은 ‘새로운 펫’의 테스트를 위한 무료 분양 찬스다. 그렇게 해서 배달돼온 ‘하타키’. 아코디언 주름 같은 꼬리를 빼놓곤 영락없는 돼지이건만, ‘전혀 새로운 펫’이라는 주인공의 기대 아래 그의 집에 눌어붙게 된다.
만화는 참 기이하다. 일단 이케가미 료이치()류의 액션 극화체로 개그 만화를 그리려는 시도부터 수상하다. 게다가 이 만화에는 대놓고 달려드는 개그 대시가 거의 없다. 주인공이 하타키는 돼지가 아니라 애완동물이라는 걸 증명하기 위해 펫숍을 뒤지다가 치료용 엘리자베스 컬러를 두른 뒤 ‘사자’라고 이름표를 붙일 때 정도? 그런데도 책장을 넘길 때마다 실실 웃음이 배어나온다.
나 같은 통상의 개그 만화들은 미치광이와 괴짜들의 백화점이다. 정신병동 정도가 아니라 외계인과 돌연변이들의 집합체다. 그러나 의 등장인물들은 현실적이어도 너무 현실적이다. 게다가 거의 언제나 진지하다.
주인공의 유일한 사회 활동은 미취업 남성들의 회합인 ‘장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사람들의 모임’. 모임의 안건이라고는 휴대전화 슬라이드를 올렸다 내렸다 하는 걸로 시간을 보내는 방법을 자랑하거나, 비디오 가게 신상란에 적기에 모임의 이름이 너무 길다며 줄일 방안을 토의하는 것. 심지어 회원 중 한 명은 진정으로 주인공의 기둥서방 인생을 존경한다. 너무나 한심한 모습이라 눈물이 날 것 같은데, 그런 상황 하나하나가 묘하게 뒤틀리며 웃음을 만들어낸다.
모두가 저 정체불명의 애완동물 하타키 때문이다. 녀석은 이 팍팍한 인생들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천연덕스럽게 놀고 있다. 그리고 주인공이 위기에 처하거나 상심하게 되었을 때마다 뜻밖의 능력으로 몰래 그를 도와준다. 이 녀석을 보면 인생에 구질구질하게 매달려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우스워 보인다. 별다를 것 없는 이야기 속에서 심심하게 배어나오는 실소. 이게 이렇게 재미있는 거였구나 싶다.
이명석 저술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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