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나 한국인의 주인의식은 투철하다. 2PM 박재범이 한국을 떠나는 사태를 보면서 새삼 느꼈다. 인터넷엔 보무도 당당한 주인 된 말들이 흘러넘쳤다. 한국을 떠나라, 떠나라. 어쩌면 저렇게 남의 눈치를 조금도 살피지 않을까. 놀랍다. 그들의 말은 “짐은 곧 국가” 아닌가.
왜 김씨, 이씨, 박씨, 홍씨, 디씨 같은 개인이 갑자기 인격화된 국가, 대한민국으로 그토록 쉽사리 돌변할까. 미안하지만, 이러한 마법은 지구촌에서 다반사가 아니다. 허다한 말들에 뻔한 생각 하나 보태면, 한국인은 이방인이 되어본 경험이 없구나 생각했다. 이방인, 소수가 되는 경험은 존재 전체를 흔드는 일이다. 세상에 고립된 섬으로 자신을 느끼고, 아무도 이해하지 못할 것이란 판단이 너무도 선명해 절절한 말들을 속으로 삼켜본 경험은 세상의 모든 것이 다르게 보이게 만든다. 저들은 왜 저럴까, 무언가 이유가 있겠지, 야유를 하기 전에 한 번쯤 생각을 제어하는 기계가 몸에서 자동으로 작동한다.
얼굴은 물론이요 키마저 비슷한 사람들만 복작대며 살아온 극동의 땅에서 이방인이 되는 경험은 다른 사회에 견줘 드물다. 인종이든, 계급이든, 도저히 벗어나지 못할 낙인이 찍힌 소수가 되어본 경험이 적은 것이다. 이른바 단일민족 사회에서 대다수 국민은 나의 의견이 다수의 견해가 되는 경험을 어릴 적부터 몸으로 익힌다. 그래서 내가 나가라는데, 나가지 않는 저놈을 도저히 견디지 못한다. 한번 소수는 영원한 소수가 되기 십상이지만, 그래도 소수가 되는 고통은 역지사지의 지혜를 선물한다. 그래서 지구촌 어디든 자발적 이방인이 되어서라도 나의 목소리가 통하지 않는 절절한 외로움을 경험해보라고, 나에게 자식이 있다면 권하겠다.
한국 언론이 ‘생까는’ 참상 하나 더한다. 터키 언론 등에 바탕하면, 미국의 이라크 침공 이후에 이라크에선 동성애자들에 대한 집단학살이 자행되고 있다. 학살의 최신 버전은, 원리주의자들이 인터넷 채팅을 통해 남성 동성애자들을 만난 뒤에 바로 처형해버리는 것이다. 이렇게 숨진 사람이 이라크 경찰이 밝힌 수만 지난 한 해에 130명. 이라크 동성애 그룹은 지난 5년 동안 680여 명의 게이들이 살해당했다고 밝혔다.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이 이라크로 성전을 벌이려 몰려들면서 생긴 참상이다. 이라크 이웃의 이란, 이슬람 원리주의 혁명의 그 나라에선 공권력이 동성애자를 그것도 청소년을 사형에 처하는 사진이 인터넷을 떠돌았다. 이렇게 이슬람 원리주의가 기승을 부릴수록 여성 명예살인, 성소수자 혐오범죄가 기승을 부린다. 그것을 근본주의라고 낮춰 부르든, 원리주의라고 높여 부르든, 그들에 대한 동정은 위험하다. 여성과 성소수자에게 한 짓이 그들이 한 모든 짓이다.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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