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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 <냉전의 추억>외

등록 2009-07-09 17:31 수정 2020-05-03 04:25
<냉전의 추억>

<냉전의 추억>


김연철 지음, 후마니타스 펴냄, 1만5천원

“설마 냉전시대로 돌아가겠어? 모두들 그렇게 생각했다.”

그렇다. 모두들 그렇게,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어쩌랴. “기억과 현실의 오버랩”을 목도하기까지 시간은 얼마 걸리지 않았다. ‘잃어버린 10년’을 뛰어넘은 지는 이미 오래다. 결국 ‘대한늬우스’마저 되살아나는 지경에 이르렀다. 대체 어디까지 뒷걸음질칠 텐가.

“잊어버린다고, 부정한다고, 분단의 현실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러는 사이 증오의 말들이 가져온 한반도의 먹구름을 보게 됐다.”

시대를 거슬렀으니, 시계도 거꾸로 돌아갔다. 갈등과 반목의 반세기를 딛고 남과 북의 두 정상이 감격으로 얼싸안은 게 불과 9년 전이다. 위기도 있었다. 해묵은 불신의 장벽도 발목을 잡기 일쑤였다. 그래도 한 걸음씩, 선을 넘어 길을 만들었다. “증오가 사라지면 전쟁이 끝난다. 오해를 넘어서면 공존이 가능하다.” 냉전은 추억이 되는 듯했다. 아니었다.

“기차가 뒤로 달린다. 낯익은 풍경들이 스친다. 때맞추어 나타난 기억의 암살자들. 식민지 근대화론을 주장하는 사람들, 이들은 분단을 아파하기보다 자랑스러워한다. 그러나 과거로 고속 후진하는 기차가 망각의 터널로 들어갈 수 있을까? 아니다. 또 다른 기억을 불러오고 있다. 어디서 본 듯한 풍경들, 살아 있는 기억이다.”

낯익은 살풍경에 숨이 가쁘다. 현실의 남루함에 기가 막힌다. “어색하고 유치한 경쟁의 시대, 우습지만 슬픈 냉전의 풍경”이 도처에서 악귀 같은 생명력을 발하고 있다. 추억도 뭐도 아니다. 실제 상황이 돼버렸다. 성찰이 절실한 시점이다. 김연철 한겨레평화문제연구소장은 에서 이렇게 강조한다.

“기억은 때로 고통이고 망각이 치료가 될 때도 물론 있다. 그러나 기억해야 한다. 부끄러워 얼굴이 화끈거리고, 시시비비를 가리면서 감정이 상할 수도 있지만, 기억의 의지는 오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각오다.”

에 연재한 글을 묶었다. 다음호 에는 책에 미처 실리지 못한 ‘마지막회’가 선보인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이동진의 부메랑 인터뷰, 그 영화의 비밀>

<이동진의 부메랑 인터뷰, 그 영화의 비밀>


이동진 지음, 예담(031-936-4000) 펴냄, 2만8천원

이동진 영화 전문기자는 자신의 이름을 딴 사이트(www.이동진.com)에서 ‘부메랑 인터뷰’를 2년 전부터 해오고 있다. 인터뷰 방식이 독특하다. 영화감독의 영화 속 대사를 따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의 김태우의 대사 “이름이 뭐예요?”를 빌려 홍상수에게 주인공 이름의 작명 방식을 묻는다. 같은 영화에서 김태우가 극장 앞에서 하는 말 “금방 시작했어요. 들어가세요”는 영화의 시작 방식에 대한 질문으로 되돌려진다. 홍상수·봉준호·류승완·유하·임순례·김태용과의 심도 있는 대화록이다.


<박준성의 노동자 역사 이야기>

<박준성의 노동자 역사 이야기>


박준성 지음, 이후(02-3141-9643) 펴냄, 1만6천원

구로역사연구소(현 역사학연구소)를 만들고 1991년부터 ‘슬라이드로 보는 근현대사’ 강의를 진행한 저자가 20년간 써온 역사에 관한 글을 모았다. 1부 ‘일하는 사람들의 눈으로 역사 보기’는 규장각 조교로 일하던 저자가 민중의 역사를 공부하게 된 사연을 알려준다. 2부 ‘노동자 운동의 역사’에서는 조선시대 노동자 계급의 등장부터 1980년대 노동자 대투쟁까지 노동자 투쟁의 역사를 모았다. 3부 ‘되새겨보는 역사인물’은 차금봉, 이재유, 이한빈, 강주룡 등 잘 알려지지 않은 노동자 영웅을 소개한다. 4부 ‘역사의 현장을 찾아서’는 한 달에 한 번 이뤄지는 ‘역사와 산’ 모임 등 여행에서 보고 느낀 기록이다.


<촛불세대를 위한 반자본주의 교실>

<촛불세대를 위한 반자본주의 교실>


에세키엘 아다모프스키 지음, 일러스트레이터연합 그림, 정이나 옮김, 삼천리(02-711-6196) 펴냄, 9500원

2003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출간된 ‘반자본주의’ 학습서. 2001년 12월 결성된 일러스트레이터연합회 소속 작가의 그림이 소박하면서도 재밌다. 우리에 갇힌 사람들 앞에 자본가가 나타나 “이 사람들 시간당 얼마지요?”라고 묻는 것으로 인력시장의 구조를 드러내고, 그 옆에서 마르크스가 “경제 자원을 빼앗긴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지배계급에게 노동시간을 넘겨주는 것 말고는 다른 선택권이 없다”고 말한다. 마지막 장은 ‘반자본주의 운동’이다. 관련 사이트를 소개하고 새로운 방식의 ‘은밀한 저항’을 보여준다.


<문학과 근대와 일본>

<문학과 근대와 일본>


윤상인 지음, 문학과지성사(02-338-7224) 펴냄, 1만6천원

근대 이후 일본과 재일 한국인, 한국과 일본의 관계를 문학의 관점에서 살펴본다. 책의 주제는 나쓰메 소세키의 ‘따로 하기’에서 엿볼 수 있다. 나쓰메 소세키는 영문학 연구에 몸담은 뒤에도 영문학에 대해 끊임없이 의심하며, ‘따라 하기’가 아닌 ‘따로 하기’를 역설했다. 저자 역시 나쓰메 소세키를 포함해 “일국적 담론 체계 속에 자리잡은 규범적인 인식으로부터 비판적 거리를 두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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