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은 바다다. 여름은 비키니다. 여름은 ‘식스팩’ 복근이다. 거짓말, 그런 여름은 패션잡지에나 나오는 것들이야. 우리들 옆구리 살에 달라붙은 여름은 찐득한 땀냄새나 풍기며 웽웽거리는 모기나 불러올 뿐이지. 이렇게 생각하는 당신에게 그 살더미 속에 묻힌 배꼽을 찾아낼 방법을 전하고 싶다. 뜨뜻미지근한 방구석에서 선풍기 바람을 쐬며 인터넷을 뒤적거리는 우리에게도 바다를 안겨줄 녀석들을 찾았다. 김미선의 해양 개그 웹툰 다.
아론의 패거리들은 만화 출판사인 대원씨아이의 홈페이지(www.daiwon.co.kr)에 출몰하고 있는데, 정말로 기상천외하다 못해 기가 막히는 바다의 모험담을 들려준다. 무대는 대체로 등의 이야기가 펼쳐져온 바로 그 바다다. 대항해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듯하다. 그러나 ‘외다리 실버’나 ‘검은 수염’ 등 지금까지의 놀라운 해적들은 모두 잊어도 좋다. 여기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거기에서 한술 더 뜬다.
선장인 아론은 귀족 출신으로 거의 장난 삼아 해적질을 하고 있고, 능력 출중한 꽃미남 로빈은 오직 돈에 눈이 멀어 그를 보필하고 있다. 우연히 이들과 함께하게 된 로니는 여자임에도 남자로 오인받아 그들 패거리에 끼게 된 것을 괴로워하지만, 알고 보면 엄청난 ‘꽃미남 밝힘증’으로 로빈의 얼굴을 몸 바쳐 지키려 한다. 이들을 소탕해야 할 넬슨 대위를 비롯한 해군들 역시 지위가 높을수록 하나같이 옹졸하고 자기 세계에만 빠져 있는 인간들이다. 한마디로 바다는 넓고, 속좁은 인간들은 널리고 널렸다.
이들에게는 본업인 해적질 빼고는 무엇이든 기대해도 좋다. 어느 날은 추석이 되었으니까 아론 선장이 나서 모두가 한복을 입고 송편을 빚으라고 한다. 해적들에게 추석이라니, 이 무슨 시공을 초월한 플레이인가. 그래도 한복 입은 모습이 나름 귀여우니 살짝 봐주도록 하자. 그런데 막상 떡을 다 빚으니 그걸로 떡국을 만들자고 솥에 넣어버린다. 현상수배에 걸려 선원들이 허기에 시달리자 아론이 몸소 시장에 가서 식량을 수급해오는데 기껏 가져온 게 새우과자다. 갈매기들이 좋아할 것 같아 사왔다나. 그들이 깃발에 ‘아론의 무식 함대’라고 적어놓고 다니는 게 이해가 간다.
해적들의 세계관에 익숙한 만화팬이라면 몇 장 넘기지 않아 뒤집어지고 말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독자들에게도 문턱이 높아 보이지는 않는다. 만화 캐릭터들이 펼치는 정말 궁상맞은 플레이들은 여러분의 생활 속에서 어렵지 않게 만나던 모습일 것이다. 클릭 한 번으로 찾아갈 수 있는 터무니없는 해적들의 바다. 김연아의 씽씽씽 에어컨을 장만하지 못한 우리에게 주어진 또 하나의 여름 옵션이다.
이명석 저술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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