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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 <꿀벌 없는 세상, 결실 없는 가을> 외

등록 2009-04-01 15:14 수정 2020-05-03 04:25
<꿀벌 없는 세상, 결실 없는 가을>

<꿀벌 없는 세상, 결실 없는 가을>


로완 제이콥슨 지음, 노태복 옮김, 에코리브로(02-702-2530) 펴냄, 1만6천원

2006년 11월 미 플로리다주의 양봉가인 하켄버그는 양봉장에 들어섰다. 평소 같으면 꿀벌들이 윙윙대야 하는데 그런 기미가 없었다. 하켄버그는 그리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다. 벌꿀통 하나를 걷었다. 일벌들이 없었다. 다만 어린 양육벌 몇 마리만 여왕벌 주위에 보였다. 이 벌통 저 벌통을 뛰어다니며 덮개를 열어젖혔다. 마찬가지였다. 최상급 벌통 400개 중 3분의 2가 그랬다. 양봉 생활 4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하켄버그는 지난 두어 해 동안 꿀벌에 무슨 문제가 있다는 찜찜한 생각이 들었다. ‘흡혈 진드기’ 꿀벌 응애의 짓도 아니고, 다른 꿀벌 해충의 소행도 아니었다. 좀체 집히는 데가 없었다. 보이지 않는 위협. 이 일은 하켄버그의 양봉장에서만 일어난 일이 아니었다. 이 불가사의한 죽음은 미국 동부 해안가, 미국 전역 그리고 전세계로 퍼져나갔다.

레이첼 카슨의 은 봄이 와도 들리지 않는 새소리에서 출발한다. 은 사라진 꿀벌 소리에서 출발한다. 레이첼 카슨처럼 저자는 ‘보이지 않는 위협’의 정체를 추적해나간다.

저자가 원인을 정확하게 밝힌 것은 아니다. 그가 심혈을 기울여 ‘범인’으로 지목하는 것은 농약이다. 도산 위기에 처한 양봉업자들이 여러 가지로 모색해본 해답에는 농약이 없었다. 저자가 꿀벌이 농업과 맺는 관계를 추적했기에 내릴 수 있는 결론이다. 꿀벌은 8천만 년 전부터 농업의 가루받이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래서 사과밭에 벌집을 갖다놓으면 수확이 두 배로 늘었다. 양봉업자와 농가가 사이좋게 상부상조한 토대였다.

책의 결론도 조심스럽다. 꿀벌은 산업 영농 시스템의 첫 단추다. 꿀벌이 사라진 원인이 복합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화이트 타이거>

<화이트 타이거>


아라빈드 아디가 지음, 권기대 옮김, 베가북스(02-322-7241) 펴냄, 1만2천원

인도의 기업가 발람은 중국 원자바오 총리가 ‘기업가 정신’을 배우러 인도를 방문한다는 라디오 뉴스를 듣는다. 그리고 펜을 들고 총리에게 편지를 쓴다. “내가 아니면 누가 기업가 정신을 이야기하겠는가”라며 발람은 자신의 인생 역정을 펼쳐놓는다. 총명하지만 가난한 발람은 운전사로 들어간 집에서 부자의 기만, 만연한 부패를 목격하다가 주인을 살해한다. 작가는 인도 출신으로는 네 번째로 2008년 부커상을 받았다.


<한국 정치의 이념과 사상>

<한국 정치의 이념과 사상>


강정인·김수자·문지영·정승현·하상복 지음, 후마니타스(02-739-9929) 펴냄, 1만7천원

한국의 보수주의, 자유주의, 민족주의, 급진주의는 어떤 이념적 기반에 서 있을까? 그간 한국 정치사상에 대해 근본적인 비판이 있었다. 지킬 전통 없는 보수주의, 부르주아 없는 자유주의, 맹목적 민족주의, 프롤레타리아 없는 급진주의 등의 비판이다. 저자들은 이 비판에 동의하지 않는다. 민족국가 수립과 민주화를 거치며 다양한 사상적 조류들이 각축해왔다는 것이다. 오히려 서구의 역사적 맥락에서 나온 특정 이념으로 한국 상황을 재단하는 것을 비판한다.


<블루 스웨터>

<블루 스웨터>


재클린 노보그라츠 지음, 김훈 옮김, 이른아침(02-3143-7995) 펴냄, 1만6천원

제목의 ‘푸른 스웨터’는 저자가 경험에서 끌어낸 책의 화두다. 저자는 어린 시절 즐겨입던 스웨터를 헌옷 가게에 판다. 이후 아프리카에서 이 스웨터를 입은 소년을 만난다. 이 경험을 통해 저자는 세계인은 서로 연결됐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저자는 ‘빈민구제 사업가’로 비영리 벤처캐피털인 ‘어큐먼펀트’의 설립자다. 빈민 문제의 해결책으로 저자는 기부를 넘어 혁신적인 사업가의 등장을 고대한다. 소비자의 재활까지를 아우르는 사회적 기업의 등장이다.


<21세기 대공황과 마르크스주의>

<21세기 대공황과 마르크스주의>


정성진 엮음, 책갈피(02-2265-6354) 펴냄, 1만3천원

1930년대 대공황을 끝낸 것은 뉴딜 정책이 아니라 제2차 세계대전이었다. 지금의 공황적 사태는 1970년대 이후 심화된 경제위기의 결과다. 국가가 돈을 쏟아붓는 식의 케인스주의 정책으로는 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 그렇다면 무엇을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엮은이 정성진 교수는 자신을 포함한 국내외 마르크스 경제학자들의 분석과 전망을 통해 그 대안 찾기에 나선다. 핵심은 마르크스의 공황론이다. 공황론의 다양한 해석 속에서 그 유명한 이윤율의 경향적 저하 법칙에 대한 논쟁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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