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를 너무 못해서 확실하게 떴다?’
한 신인 가수의 떠들썩한 신고식이 화제다. 오리(Ori·본명 백지현)는 지난 1월2일 한국방송의 음악 프로그램 에 출연해 꿈에도 그리던 데뷔 무대에 섰다. 사회를 맡은 개그맨 유세윤은 “2009년 가요계의 기대되는 유망주”라며 “이분 분명히 뜬다”고 소개했다. 막상 무대에 오른 오리는 긴장한 탓인지, 떨리는 목소리로 음정과 박자를 놓치기 일쑤였다. 얼굴은 잔뜩 주눅이 들었고, 율동을 하는 몸짓은 어설펐다. 올해 나이 15살인 가요계 유망주의 신고식은 가혹했다. 그러나 사회자의 예언처럼 인터넷에서 확실히 떠버렸다.
방송 뒤 게시판에는 “방송이 애들 장난이냐”(‘한차희’)거나 “유치원 재롱잔치 수준도 안 된다”(‘오선아’) 등의 비난이 폭주했다. 성난 누리꾼들은 ‘오리’와 ‘오리 뮤직뱅크’를 실시간 검색어 1위로 올려놓았다. 신인 가수가 데뷔하자마자 기라성 같은 선배들을 제치고, 며칠째 가수 부문 검색어 1위를 차지하는 기현상도 벌어졌다. 오리의 동영상은 삽시간에 인터넷에 퍼졌다. 노래 실력을 비난하는 댓글은 넘쳤다. 심지어 데뷔하기 전 사진까지 떠돌아다니며 외모를 비난하는 ‘악플’까지 쏟아졌다.
누리꾼들은 연습이 덜 된 어린 가수를 출연시킨 제작진도 싸잡아 비난했다. ‘장태영’은 “오리의 실력은 누가 봐도 형편없었다”면서도 “검증도 없이 무대에 세운 제작진에게 더 큰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부는 소속사의 고도의 띄워주기 마케팅이라고 음모론을 제기했다. “제작사의 노이즈 마케팅에 다 낚이는구먼. 미운 오리새끼가 백조가 되는 것을 보여주겠다는 거지.”(디시뉴스 ‘adsf’) “다음에 뮤직뱅크에 나와 갑자기 가창력 폭발하면 기획사 사장의 전략이 먹혀든 셈.”(‘AK’)
그러나 오리를 비난하는 누리꾼만 있는 것은 아니다. ‘bicroid’는 “욕 대신 응원을 해주면 오리도 힘을 내서 실력이 더 좋아질 것”이라며 “제발 오리를 물 위로 띄우자”고 제안했다. 포털에 발 빠르게 만들어진 오리의 팬카페에는 일주일도 안 돼 3천여 명이 가입했다. 오리를 응원하는 것뿐 아니라 방송사고 동영상을 보며 키득거리는 것처럼 ‘오리 현상’을 놀이로 즐기려는 누리꾼들이 모인 곳이다.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 냉엄한 현실에 나타난 미운 오리새끼 한 마리는 백조가 돼 물 위로 떠오를 수 있을까?
박종찬 기자 한겨레 취재영상팀 pj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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