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nt color="darkblue"> 한쪽은 잘하려고만 하고 한쪽은 두렵기만 한 이들이 후딱 치른 첫날… 하기 싫으면 하지 말고 잘못한 것 같으면 안 한 셈 치라 </font>
<font color="#00847C">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첫눈, 첫출근, 첫만남, 첫사랑, 첫키스…. 이 말들은 왠지 모르게 우리를 설레게 한다. 풋풋했던 그때의 기억이 떠오르면서 아련한 기분에 사로잡힌다. 만약, 사람들이 처음이 아니라 두 번째나 세 번째에 의미 부여하기를 좋아했다면 우리는 ‘둘눈’ ‘둘출근’이나 ‘셋만남’ ‘셋사랑’ ‘셋키스’라는 말에 아련함을 느꼈을 것이다.
앞의 ‘첫’ 시리즈에서 중요하게 빠트린 것이 하나 있다. 첫경험. 이 말 역시 우리를 설레게 하지만 풋풋함과 아련함을 줄지는 미지수다. 누군가에게는 아련한 추억이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아픈 추억이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 ‘경험’이 없는 이들에게는 격정적인 동경의 대상이기도 하다.
태양의 뜨거움과 젊은이들의 혈기가 넘실대는 여름. 청춘들은 바다로 계곡으로 산으로 몰려든다. 그리고 오늘도 무수한 곳에서는 첫경험을 둘러싼 한판 전쟁이 벌어진다.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을 곱씹고 있는 20대 청춘 남녀들을 만나 그들의 첫경험을 들어봤다.
당신의 첫경험은 아름다웠나요? 어떻게 아름다울 수 있는 건가요?</font>
<font color="#00847C">남자와 여자는 돌아누웠다. 그들은 뜨겁게 안았으나 남자 마음은 콩밭, 여자 마음은 팥밭이다. 남자와 여자는 안았으나 뜨겁게 돌아누웠다. 남자는 때를 기다렸고 여자는 되도록이면 그때가 안 왔으면 싶었다. 남자는 비디오에서 본 피스톤 운동의 남자와 달리 곧 자리를 내려왔고 여자는 사정이 되지 않았나 살폈다. 남자는 쥐구멍에 들어가고 싶었고 여자는 남자를 다시 보고 싶지 않았다.
남자와 여자의 동침이몽. 그들은 달랐다. 잠자리까지 오기 전 변변한 대화도 나누지 못했다. 남자는 남자에게서 들었고, 여자는 여자에게서 들었다. 남자는 여자가 내숭을 떤다고 생각했고 여자는 남자가 미쳤다고 생각했다. 그들이 같은 꿈을 꾸는 적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서로 꿈을 들여다보기라도 하기를, 여자와 남자의 첫경험에 얽힌 이 교차로에서. 편집자</fo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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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그들은 ‘혼전 순결주의자’였다. 까놓고 “남자는 자봐야 안다”는 친구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주변 미혼여성들이 “난 아직…”이라 했었다. 솔직한 몇몇의 섹스 수다 앞에서도 입을 앙다물고 듣기만 하던 그들이었다. 적어도 내가 결혼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내가 ‘합법적으로 섹스가 가능한’ 여성의 반열에 오르는 순간, ‘순결’(하다 주장)했던 그들은 무장해제했다. 찻집에서도 햄버거집에서도 그들은 서슴없이 성상담을 신청했다. 상담은 주로 첫경험 얘기까지 거슬러 올라갔다.
‘상담’의 형식에 충실하게도 그들의 첫경험은 아팠다. 첫경험의 주어는 남자, 수동태 목적격은 여자. 사회학자 미셸 보종이 “첫경험에 있어 남자들은 자신이 주도권을 잡아 중요한 일을 해냈다는 측면에 중요성을 둔다”고 했던가. 그리하여 사랑하는 남자에게 ‘므흣’한 분위기 속에 ‘강간’ 비스무레하게 당했다는 식의 줄거리가 많았다. 또 첫경험에서 콘돔을 사용하는 ‘젠틀맨’과 마주칠 확률이 높지 않다 보니 다음 생리 때까지 임신의 공포에 시달린 경우가 많았다. 샤워도 하지 않고 급하게 일을 치러 가렵고 찝찝했단다. 아무에게도 털어놓지 못하고 가슴에 담아둔 그날의 기억은 일생의 성생활에 영향을 미쳤다.
강인주(27·가명)씨는 남자친구와 자신의 자취방에서 놀다가 첫 섹스를 경험했다. 스무 살 때의 일이다. “TV를 보다가 키스를 시작할 때만 해도 사태가 그 지경으로 갈 줄 몰랐”다고 한다. ‘그 남자’의 손이 강씨의 치마 속으로 들어오는 순간, 안 된다면서 그를 밀치니 “그러려면 지금까지 왜 가만히 있었냐”는 원망이 날아왔다. 미안한 마음에 더 이상 저지하지 못했다. 성급한 삽입은 마른 질 입구에 상처를 줬다. 강씨는 “너무 아파서 걸을 수가 없었고 남자친구가 원망스러웠다”고 말했다.
초·중·고를 거쳐 바로 대학에 진학한 모범생 강씨는 “남자친구가 삽입을 하는 순간 너무 놀랐다”고 말했다. 총체적 성교육 부실이 낳은 순진무식함은 훗날 이런 고민으로 발전한다. “‘그 남자’와 헤어지고 싶은데 헤어지면 다른 남자를 어떻게 만나냐”는 것이다. “새 남자친구가 나랑 자보면 티가 날 텐데 내가 처녀가 아니란 걸 알면 싫어하지 않겠냐”는 걱정이었다.
2001년 프랑스 거주자 140명을 인터뷰한 결과를 담은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원 자닌 모쉬라보의 은 “많은 여성들이 첫경험의 고통과 공포, 죄의식을 토로했다”고 보고한다. 조사 여성의 대부분이 17~19살에 첫경험을 했다. 재밌는 것은 프랑스에서 태어나 프랑스에서 산 여성들의 경우에는 죄의식을 찾아볼 수 없었다는 점이다. 또한 20대 이하의 젊은 여성군에서도 죄의식은 나타나지 않았다. 반면 이슬람 국가에서 태어나 프랑스로 왔거나 프랑스에서 이슬람 교육을 받으며 자란 여성들, 또는 나이가 많은 여성들은 첫경험에 대한 죄의식이 강했다. 이슬람 사회의 경우 결혼 전까지 절대 순결을 지켜야 하고 집안에서 성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선 안 된다. 첫경험을 받아들이는 태도에 사회와 가정의 분위기가 영향을 끼친다는 이야기다.
죄를 짓지 말아야 해
‘죄’를 짓지 않으려고 처녀성에 집착하는 이도 있다. 정한나(28·가명)씨가 남자친구를 사귈 때 요구하는 것은 한 가지. ‘성기 삽입 금지’다. 키스를 하든 애무를 하든, 입을 쓰든 손을 쓰든 상관없다. 하지만 성기가 만나는 방식의 ‘진짜 섹스’는 안 된다는 주의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그가 신앙과 속세의 욕망 사이에서 타협해 내놓은 결론이다. “대신에 남자친구가 사정을 할 때까지 ‘서비스’한다”는 그는 자신의 이런 이중성이 고민이다. ‘공식 처녀’다 보니 새 남자와 애무를 할 때면 늘 서툰 척한다.
에 ‘오마이섹스’를 연재한 김소희씨는 “죄의식은 정조관념의나 순결주의의 볼모가 되어 있는 여자들이 빠지기 쉬운 함정”이라고 말한다. 자기 몸값이 떨어질까 불안해하며 첫경험에 너무 과도한 의미 부여를 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첫경험의 스트레스를 줄이는 방법으로는 “시간과 장소 등 첫경험을 할 환경의 재정비, 안전한 피임 도구, 내가 이사람과 하고 싶다는 자기 확신” 세 가지를 꼽았다. “입학이나 취직, 결혼 등을 앞두고 심사숙고하듯이, 빛나는 첫경험을 아무렇게나 하지 말고 미리 ‘세팅’해 몰두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라”는 말이다.
박지영(29·가명)씨는 대학 시절, 동아리 선배와 사귀었다. 둘은 교제 1년간 잠자리를 같이 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 박씨가 휴학을 하고 1년간 외국으로 어학연수를 떠나게 됐다. 둘은 강원도로 1박2일 여행을 떠났다. 그곳에서 둘의 첫날밤을 보내고자 했으나 실패했다. 첫경험을 앞둔 박씨가 너무 긴장해 전혀 삽입이 안 됐던 것. 몇 차례 시도를 하다가 날이 밝았다. 둘은 ‘그냥’ 돌아왔다. 이후 미국에 공부하러 간 박씨에게 남자친구는 일방적인 이별을 통보했다. 그로부터 6개월 뒤, 남자는 결혼했다. 박씨도 잘 아는 여자 선배와. 결혼식날에는 신부 뱃속에 아기도 함께였다.
자신이 그 남자와 섹스를 못했기 때문에 차였다고 믿게 된 박씨는 이후 유부남을 만나기 시작했다. ‘경험이 많은’ 남자와 모텔에 간 박씨는 침대에 누워 “사실 이번이 처음”이라고 고백했다. 위에서 ‘작업’을 하던 남자는 표정이 굳더니 “도저히 안 되겠다”며 옷을 챙겨 입었다. 두 번째로 모텔을 찾은 날 역사는 이뤄졌다. 그의 첫경험을 세상은 ‘간통’이라 부른다. 박씨는 “그때는 상처를 받아서 그렇게 행동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어쩐지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접시인가 유리병인가 ‘깨게’
의 저자 박미라씨는 “첫 관계맺기에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원인을 부모와의 애착 문제에서 찾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부모와 아이 사이에 안정적인 애착관계가 형성되지 못하면 타인과 첫 관계에서 공포나 죄의식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런 죄의식은 ‘터부’가 많은 나라에 살수록 더 많은 여성이 느낄 수밖에 없다”고 한다. 그는 “결론적으로 죄의식이나 불안은 사회가 개인에게 준 짐”이므로 “좀더 넓은 시각으로 내 문제를 보면 죄의식을 벗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6년간 사귄 남자친구에게 ‘혼전 순결’을 강조해온 이진희(28·가명)씨. 그는 최근 1년간 남자친구와 헤어졌다가 다시 만나기 시작했다. 그 1년 사이 이씨는 ‘몸의 소리’에 눈을 떴다. “이젠 남자친구와 자고 싶다”는 심경 변화가 일어났지만 문제는 남자가 이런 사실을 모른다는 것. 연애 초기 1년간은 끈질기게 스킨십을 시도하던 남자친구는 이미 지쳐 키스도 잘 하려 하지 않는다. 엿가락처럼 늘어진 둘 사이의 긴장감을 회복하고자 둘은 해외여행을 떠났다. 2박3일이라니, 이씨의 가슴이 두근거렸다.
차마 “나랑 섹스하자”고 말할 용기는 나지 않아 이씨는 대형마트의 콘돔 코너를 괜히 맴돌았다. 그러다가 “여기 왜 서 있냐”며 눈치 없이 구는 남자친구와 “그것도 모르냐”며 대판 싸웠다. 밤에도 남자는 이씨의 손만 잡고 잤다. 남자 품에 파고들면 “자극하지 말고 얼른 자라”는 근엄한 말씀이 돌아왔다. ‘오빠 믿지’의 결정체라 할 만한 2박3일을 보내고 돌아온 이씨는 대낮의 식당에서 밥알을 튀기며 외쳤다. “나도 이제 섹스하고 싶단 말이야!”
오호 통재라, ‘혼전 순결주의자’의 환상은 비명처럼 깨졌다. 을 쓴 현택수 고려대 교수(사회학)는 “무의식적으로 성관계에서 여성이 수동적이고 피해자라는 선입견을 가질 경우 첫경험에 불안과 수치심을 갖게 되고 이런 선입견은 학교와 가정, 매스미디어 등의 영향을 받아 형성된다”고 지적했다. 김소희씨는 “하기 싫으면 하지 말고 하고 싶으면 잘 하고 잘못한 것 같으면 안 한 셈 치라”고 정리했다. 오늘밤 ‘첫경험 다이어리’를 다시 써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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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경욱 기자dash@hani.co.kr
“뭐? 정말이야?” 곽태영(23·가명)씨는 하마터면 들고 있던 술잔을 놓칠 뻔했다. 곽씨가 스무 살이던 2005년 6월의 어느 날이었다. 군 입대 뒤 100일 휴가를 나온 자리에서 여자친구는 눈물을 글썽이며 “임신 3개월”이라고 했다. 청천벽력 같은 말이었다. ‘임신 3개월.’ 드라마에서나 들을 수 있던 말이 여자친구의 입을 타고 흘러나왔다. 믿기 어려워 다시 한 번 “정말이냐”고 되묻자 여자친구는 대답 대신 고개를 돌리고 눈물을 흘렸다. 앞이 캄캄해지면서 겁이 났다. 자신과 연락도 안 된 상태에서 혼자 끙끙 앓았을 여자친구를 생각하니 목이 멨다. 술집에서는 타박이나 하듯이 SG워너비의 신곡 이 흐르고 있었다.
무지라는 ‘죄’와 그 엄청난 ‘벌’
정확히 100일하고도 하루 전이었다. 곽씨는 그날 밤 친구의 자취방에서 여자친구와 처음으로 성경험을 했다. 입대를 하루 앞둔 날이었다. 여느 때처럼 자연스럽게 시작된 스킨십이 이날만큼은 이상했다. 함께할 시간이 몇 시간 남지 않았다는 생각 때문이었을까. 평소 같았으면 부끄러웠을 법한 행동이 이날만큼은 그렇지 않았다. 첫경험은 아무런 준비도 계획도 없이 갑작스럽게 이뤄졌고, 갑작스럽게 끝이 났다. 무언가 대단히 좋을 줄 알았지만 딱히 그렇지도 않았다. 다만 뭔지 모를 미안함과 고마움이 여자친구에게 들었다.
100일 만에 만난 여자친구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기는 곽씨도 마찬가지였다. 여자친구는 여러모로 아직도 애 같았다. 애가 애를 낳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더욱이 대학 1년을 마치고 입대해 이제 막 100일이 된 상황에서 도저히 누군가의 남편이자 아빠가 될 자신이 없었다. 부모님 얼굴을 떠올리니 더더욱 엄두가 나지 않았다. 여자친구도 “자신 없다”고 했다. 함께 병원을 찾았다. 막상 수술비가 없었다. 부대 중대장에게 전화를 걸어 사정을 이야기하고 돈을 빌렸다. 돈은 군생활 하면서 월급으로 차차 갚기로 했다.
준비 없는 첫경험의 대가는 처절했다. 곽씨는 “여자친구에 비할 수는 없겠지만 내게도 첫경험은 상처”라고 말했다. 죽여버린 생명과 여자친구에 대한 죄책감이 두고두고 가슴에 남는다는 것이었다. 곽씨는 “여자와 성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었다”고 했다. 무지가 그의 ‘죄’였고, 그 ‘벌’은 실로 엄청났다. 그는 “피임이 왜 중요한지 그제야 알았다”고 털어놨다.
여성들이 첫경험을 하면서 가장 공포를 느끼는 건 임신이다. 여성의 몸속에서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일어나는 임신에 대한 공포는 남자들의 상상을 초월한다. 그렇다고 남자들이 임신에 대한 두려움을 전혀 느끼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이경호(29·가명)씨는 “첫경험을 한 여자가 임신하게 될까봐 두려워 도망을 쳤다”고 했다. 그 일은 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이씨는 한 헬스클럽에서 아르바이트를 했고 그곳에서 만난 여성회원과 처음으로 성관계를 가졌다. 자신보다 4살이나 많은 누나였다. 그의 집에서 함께 술을 마시다가 벌어진 일이었다.
이씨는 “다음날 술이 깨고는 죽고 싶은 심정이었다”고 말했다. 술김에 사랑하지도 않는 사람과 일을 저지른 자신이 용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보다 ‘임신을 하게 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이 이씨를 더욱 옥죄었다. 그 사람에게 전화가 와도 받지 않고, 문자가 와도 대꾸하지 않았다. 온갖 나쁜 생각이 들었다. 그날부터 헬스클럽에 나가지 않았다. 휴대전화도 꺼놓았다. 일주일 뒤에는 휴대전화 번호마저 바꿨다. 이씨는 “책임질 마음이 없었다면 그렇게 행동하지 말아야 했다”며 “내 인생에서 가장 치졸하고 치사한 경험”이었다고 후회했다.
수컷이 가지는 원초적인 공포
신용준(29·가명)씨의 첫경험은 또 다른 두려움이었다. 그는 지난해까지 한 번도 여자친구를 사귀어본 적이 없었다. 자연히 여자에 대해 아는 것이라고는 남자와 다른 신체조건을 가졌다는 것 정도였다. 경험해보지 못했기에 첫경험에 대한 호기심은 어느 누구보다 더 강렬했다. 그런 그가 지난해 한 대기업에 취직을 했고, 회식 뒤 선배·동료들과 찾은 한 ‘안마방’에서 처음으로 성경험을 하게 됐다. 그곳에서 파트너에게 얼떨결에 ‘당하고’ 난 뒤 다음날 일어나 제일 먼저 한 일은 약국으로 달려가는 것이었다. 그는 “성병에 걸렸을까봐”라고 했다. 에이즈, 매독, 임질에서부터 성병과 관계없는 호환마마까지 머리 속을 어지럽혔다. 남성 약사가 운영하는 약국에 들어가 조심스레 성병약이 있냐고 물었지만 약사는 “그 약은 처방전이 없으면 내줄 수 없다”고 했다. 그때부터 신씨는 한 달여간 샤워를 하거나, 소변을 볼 때마다 찝찝함에 시달려야 했다. 엘제이(LJ) 비뇨기과의 이웅희 전문의는 “성병검사를 하러왔다가 잠복기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1년 내내 불안에 떠는 환자들이 많다”고 전했다.
‘업소’에서의 첫경험은 또 다른 문제를 불러일으켰다. 신씨는 올 초 소개팅을 통해 처음으로 여자친구를 만났다. 동갑내기 직장인이었다. 지난 3월 여자친구와 강화도로 여행을 떠났을 때 그는 생전 처음 ‘사랑하는 사람’과 알몸으로 함께 침대에 누웠다. 그러나 여자친구와 관계를 가질 때 이전 경험들과 매우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몸과 몸이 통하지 않고 삐그덕댔다. 여자친구는 자주 “아프다”며 몸을 피했고, 끙끙대는 신씨에게 여자친구는 “왜 이렇게 성급하냐”며 “상대방을 배려할 줄 모른다”고 했다. 신씨는 ‘서비스’를 받기만 하는 ‘업소’에서 욕정을 해소할 줄만 알았지 정작 상대방의 몸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법은 몰랐던 것이다.
곽씨, 이씨, 신씨 세 남자의 첫경험 당시 속마음은 어땠을까. 이들은 “임신이나 성병 등에 대한 생각보다는 (성행위를) ‘잘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가장 앞섰다”고 입을 모았다. 이씨와 신씨는 “어쩌면 첫경험 상대가 여자친구가 아니어서 오히려 다행이었는지도 모른다”고 했다. 여자친구와 첫경험을 했다가 실패하면 그의 얼굴을 어떻게 다시 보겠냐는 것이었다. 김어준 전 총수는 이같은 속마음을 “수컷이 가지는 원초적인 공포”라고 설명했다. 남자들은 항상 자신의 성적 능력을 객관적으로 확인하고, 확인받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그는 “성행위 뒤 ‘좋았냐’고 물어보는 것이나 비아그라, 성기 확대 수술이 판치는 것은 모두 그 연장선상에 있다”고 말했다.
야동을 넘어서지 못하는 지식
첫경험을 할 때 많은 남자들의 성지식은 ‘야동’(야한 동영상) 수준을 넘어서지 못한다. 어쩌면 ‘야동’에서 보고 들은 내용이 그들 성지식의 전부다. 물론 거기에는 피임법과 성병예방법 등 실생활에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이야기는 절대 등장하지 않는다. 다양한 체위와 헐떡거리는 두 남녀의 벗은 ‘몸’만 차고 넘칠 뿐이다. 남성의 눈을 대신한 카메라가 연방 여성의 ‘그곳’을 비추고, 여성을 남성의 성적 판타지를 만족시키기 위한 하나의 도구로 전락시는 ‘야동’이 남자들의 성 교과서가 되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취재 중 만난 ‘첫경험 선배’들은 이렇게 조언했다. “야동 보면서 기술 연마할 생각 하지 말고, 차라리 그 시간에 여자친구와 진솔하게 대화하며 서로의 몸을 알아가라.” “콘돔은 필수품. ‘콘돔 준비했다고 여자친구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걱정하다 훗날 ‘쪼다’ 된다.” “여자가 ‘싫다’고 하면 ‘좋다’고 알아듣는 외계인들이 있는데 싫다면 정말 싫은 것이다. 참고 기다리는 자에게 복이 있다.” 그리고 마지막. “상대방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그를 책임질 수 있을 때 첫경험을 준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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