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nt color="darkblue"> , , 셰익스피어와 체호프의 정통극 등 이야기의 힘이 이끄는 연극과 공연 재발견 </font>
▣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스토리텔링 바람은 출판·방송의 흥행 코드에 한정되지 않는다. 이야기의 힘은 공연 쪽에서도 새삼 재발견되는 중이다. 연극판의 경우 최근 트렌디한 코믹 애정극 유행의 한켠에서 유장하고 탄탄한 이야기 흐름을 갖춘 정통극들이 다시금 부각되는 조짐이 보인다.
현실 비판적 내러티브 부각
지난 7월16~21일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에서 연희단거리패가 공연한 4시간30분짜리 연극 (원작 김지훈, 연출 이윤택)는 모처럼 이야기 연극의 힘을 새삼 보여주는 사례로 평단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창작극으로는 유례없는 4시간 이상의 분량으로, 지난 시절 쓰레기 매립지에 스러져간 빈민과 소외자들의 삶을 생생한 대사와 은유적인 줄거리로 풀어냈다. 평론가 김명화씨는 “보수 일변도로 흘러가는 요즘 국내 시국에서 현실 비판적 이야기에 비중을 둔 내러티브극들이 다시 부각되고 있는데, 는 이런 흐름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묵직한 수작”이라고 평했다.
기타노 다케시가 출연한 영화 의 원작자인 재일동포 극작가 정의신(51)씨가 대본을 쓴 한·일 합작 연극 (4~5월 예술의전당·사진)도 줄거리의 생기가 단연 돋보였던 화제작. 1960년대 말 일본 간사이 지역 재일동포 가족들의 삶을 핍진하게 드러내는 줄거리와 당시 현장성이 생생하게 살아 있는 대사로 한국과 일본 양국 무대에서 모두 인기를 얻었다.
셰익스피어와 체호프 같은 거장들의 정통 이야기극들도 두드러진 재조명을 받고 있다. 특히 올봄에는 셰익스피어 고전들이 10여 편이나 잇따라 올랐다. 서울 예술의전당의 경우 중견 연출가 한태숙씨의 독특한 물체 이미지 연극과 함께 선보인 가 흥행 바람을 끌었고, 의 경우 뮤지컬 과 각색극 등이 쏟아졌다. 셰익스피어의 작품 36편을 재미있게 패러디한 이란 이색 무대도 마련됐다. 지난 4월엔 아르코예술극장의 ‘아시아연극연출가 워크숍’에서 한국·일본·인도 연출가가 각자의 눈길로 재조명한 등 셰익스피어 대표작 3편이 같이 공연됐다.
올 하반기는 러시아 사실주의극의 거장 체호프의 걸작들이 누빌 전망이다. 뮤지컬 배우들이 체호프 희곡 를 음악극으로 변주한 (8월31일까지, 서울 대학로 나온씨어터)가 신호탄이다. 국제공연예술제 초청작으로 (9월18~20일,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9월18일~10월12일, 서울 드라마센터), (10월3~5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등 수작들이 한꺼번에 공연될 예정이다. 서울 예술의전당의 윤미경 공연사업팀장은 “극적 전개력과 강렬한 메시지를 지닌, 정통 내러티브 연극에 대한 관심도가 부쩍 높아졌다”며 “콘텐츠 대신 감각 이미지를 앞세우는 자극적 유행에 식상한 관객이 새삼 정극의 재미에 맛을 들이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춤과 고전소설과 연극, 마음껏 섞이다
춤에서도 익히 알려진 줄거리의 고전소설 혹은 연극과의 퓨전이 시도되는 중이다. 국립발레단의 경우 한 명의 연극 연출가와 세 명의 안무가, 연극배우와 발레 춤꾼들이 협연한 를 7월 내놓았다. 유니버설발레단은 지난 6월 효녀 심청의 이야기를 뮤지컬 대사, 노래, 발레 안무 등으로 새롭게 변형시킨 발레 뮤지컬 을 올렸다. 재작년과 지난해에는 춘향전 열풍이 불었다. 국립발레단이 대안무가 미셸 포킨이 춘향전을 개작한 을 선보인 것을 비롯해, 판소리를 개작한 안은미무용단의 , 유니버설의 창작발레 , 국립무용단의 등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올랐다. 춤평론가 박성혜씨는 “대중에 친숙한 극적 줄거리를 지닌데다 몸짓 춤의 난해한 상징성을 보완하고 관객과의 소통로를 더욱 넓게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고전 텍스트가 주목받는 것 같다”며 “텍스트에서 이야기를 끌어내 춤으로 표현할 수 있는 안무·연출 기법을 제대로 다듬는 것이 큰 과제”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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