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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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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솔직하려고만 노력해요”

등록 2008-06-03 00:00 수정 2020-05-03 04:25

노래 과 TV 프로그램 ‘우리 결혼했어요’ 로 정신없이 바쁜 서인영을 두 번 만나다

▣ 글 김경욱 기자dash@hani.co.kr
▣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유쾌감염 그녀

힘들겠다. 내 여자친구가 저러하다면. 못살겠다. 내 부인이 저러하다면. TV 속 그는 결코 만만한 존재가 아니다. 관심 있는 거라고는 오로지 ‘신상’(품)이고, 자신의 구두는 ‘내 자식’이라고 부르며 새끼처럼 귀여워한다. 살림에는 도통 관심이 없고, 하기 싫은 일은 하늘이 두 쪽 나도 안 한다. 단, ‘신상’을 선물로 받거나 이벤트로 기분이 좋아졌을 때를 빼고는.



하지만 그는 응석 부리고 콧소리를 내면서 도리어 언니들의 열광과 남동생들의 순정을 끌어냈다. 물춤과 불쇼로 센세이션만 일으키는 게 다인 것 같았던 ‘비호’(비호감) 대표의 ‘완변’(완전변신)이다. 그의 유쾌함은 감염성이 있다. “베이비 원 모어 타임~ 쿵자라작작 쿵작쿵작.” 그의 흥겨운 노랫소리에 맞춰 두 검지를 맞대보자. 가식과 허례허식을 벗고 솔직하게 말해보자. “나 이거 하고 싶다”, “나 이 ‘신상’ 갖고 싶다”고. 쥬얼리의 서인영을 만나봤다.

펜을 든 손이 그의 빠른 말을 따라갈 수 없어, 녹음기를 꺼내 들었다. “녹음을 해도 될까요?”

양해를 구하기 무섭게 바로 아이스크림으로 응수한다. “그럼, 저는 아이스크림 먹으면서 해도 되죠?”(웃음)

트레이드마크인 보조개 들어간 미소가 얼굴 한가득 번진다. 인기 그룹 쥬얼리의 서인영(24). 지난 5월23일 경기 의정부시에서 만난 그는 브라운관을 통해 비치는 바로 그 모습 그대로 밝고 씩씩하고 꾸밈이 없었다. 그는 ‘더위사냥’ 반쪽을, 기자는 녹음기를 들고 마주 앉았다.

이날 서인영의 첫인사는 “식사하셨어요?”였다, 오후 3시에. 저녁은 아닐 테고 점심을 먹었냐는 말이었을 텐데, 늦어도 너무 늦었다. 그러나 그의 일상을 들여다보니 ‘이른 인사’ ‘늦은 인사’의 기준은 아무런 의미가 없어 보였다. 그는 바빴다. 월요일과 화요일은 대전으로 내려가 케이블 채널 엠넷(Mnet)의 (이하 ) 촬영을 해야 하고, 목요일과 일요일은 문화방송 의 ‘우리 결혼했어요’(이하 ‘결혼했어요’) 녹화를 한다. 두 프로그램 모두 리얼리티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대본이 있는 다른 쇼프로그램보다 촬영 시간이 길다. 보통 9시간 이상 촬영이 진행된다. 뿐만 아니라 각종 쇼·오락 프로그램에다 쥬얼리 멤버로서 가요 프로그램에도 출연해야 한다. 특히 5월에는 대학축제 섭외가 밀려들어 멤버들과 전국 대학가를 누비고 다녀야 했다. 하루 수면 시간은 2시간에서 4시간 사이를 오가고, 밥을 시간 맞춰 챙겨먹는 것은 꿈도 못 꾼다. 이날 서인영은 오후 4시가 다 돼서야 비로소 점심을 먹었다. 장소는 자신의 밴, 메뉴는 매니저가 급히 사온 피자였다.

아이스크림 먹으면서 해도 돼요?

이런 바쁜 일정은 당연히 그의 뜨거운 인기를 대변한다. 텔레비전, 신문, 잡지, 광고포스터, 길을 걷다 흘러나오는 음악 소리에서 그녀를 찾을 수 있다. 헤어스타일, 옷, 구두 할 것 없이 그가 하면 바로 유행이 되고, 미니홈피에 사진만 올려도 각종 포털 사이트에는 ‘서인영’ ‘서인영 미니홈피’가 검색어 1~2위에 오른다. 세상은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을 보이고, 그런 그는 반대로 자신을 향한 세상의 관심이 못내 궁금하다. 그가 탄 밴 뒷좌석에는 무선 인터넷이 가능한 노트북 컴퓨터가 놓여 있었다. “가끔 ‘떴나?’ 하고 확인을 해봐요.”

서인영은 올해로 데뷔 7년차다. 고등학교 2학년 때 길거리 캐스팅된 뒤 2002년 쥬얼리 2집 때부터 활동했다. 데뷔 초반에는 소속사에서 ‘폭탄’으로 통했다. 직설적인 화법과 생각대로 내뱉는 꾸밈없는 말투 때문이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 같은 존재였기에 ‘말조심해라’ ‘가급적 말을 하지 마라’라는 말을 들어야 했다. 쇼프로그램에 출연해 말을 아끼고 아꼈다. 말이 없으니 자연히 프로그램 시작 때 얼굴이 잠깐 나오고 끝날 때 한 번 나왔다. 불편했다. 무대에 서서 노래할 때는 누가 뭐라 해도 주인공이었지만 쇼프로그램에서는 달랐다. 꿔다놓은 보릿자루처럼 어색했다. “‘이 길이 내 길이 아니구나’ ‘연예계는 나 같은 애가 감히 올 곳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요. 연예인이 된 것이 후회되기도 했고, 몇 번이나 그만두려고 맘을 먹었죠.” 진지하게 아버지에게 고민을 털어놨다. 그때 아버지의 충고가 가슴을 울렸다. 반짝하고 사라지는 연예인들 중 한 명이 아니라 ‘가수 서인영’으로 기억돼야 하지 않겠냐고, 뒤에서 응원하는 팬들과 가족이 있지 않으냐고.

오기가 생기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생각을 바꿔보자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가수 서인영에 대한 대중의 기대가 크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쉬울 것 같았다. 노래와 춤만큼은 자신있었다. 어쩌면 재미있는 일이 일어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06년 이지현과 조민아가 팀을 탈퇴하면서 쥬얼리 해체설이 공공연히 나돌았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도 발성과 댄스 연습만큼은 게을리하지 않았다. 2007년 2월 쥬얼리 서인영이 아닌 가수 서인영으로 솔로 앨범을 발표할 수 있었던 것은 이런 노력의 결과였다. 홀로 준비하고 혼자서 무대에 서보니 비로소 뭔가 조금씩 보이는 것 같았다. 이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편안함이 느껴졌다. “자기 세계가 열렸다고 할까요? 홀로 무대에 서면서 가수로, 또 인간적으로 좀더 성숙해졌다고 생각해요.” 그러면서 팀도 점점 제 색깔을 찾아갔다. 하주연·김은정이 합류하면서 이지현·조민아의 빈자리를 채워갔다. 올해 2월 3년 만에 들고 온 5집 앨범은 ‘성공’을 넘어서 ‘대박’이었다. 타이틀 곡 은 가요 프로그램과 음원 다운로드 순위에서 1위를 싹쓸이하고, 이른바 ‘ET춤’은 전 국민이 따라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히트를 쳤다.

물욕을 거침없이 드러내다

그러나 무엇보다 현재 열풍처럼 불고 있는 서인영의 인기는 가수로서의 모습만으로는 결코 설명되지 않는다. 올해 2월 설 특집으로 방송된 에 출연한 것은 또 다른 가능성을 세상에 알리게 된 계기가 됐다. “촬영장에 갔는데 대본이 없다는 거예요. 놀랐죠. 그냥 크라운 제이씨를 남편이라고 생각하고 편히 하라는 주문만 받았어요.” 남편에 대한 감정은 느껴보지 못했기에 남자친구라고 생각하고 행동했다. 짜인 각본이 없으니 말과 행동 모두 하고 싶은 대로 했다. 남자친구에게 장난치듯이, 또 투정 부리듯이 찍었다. 찍으면서 ‘재미있다’고 생각은 했다.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편성된 는 꽤 높은 시청률을 보이며 선전했고, 곧 정규 프로그램으로 편성됐다. 방송이 나간 뒤 서인영에 대한 시청자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결혼했어요’에서 보이는 서인영의 모습은 그동안 사회가 비판해오던 전형적인 ‘된장녀’에 가깝다. ‘신상’(신상품)을 사주지 않으면 떼를 쓰고, 이벤트와 선물이 없으면 손가락 하나 까딱 않는 자기 중심적인 인물이다. 비 오는 날 ‘자식’이라고 부르는 구두가 젖지 않도록 ‘서방’이 업어줘야 하고, 옷에 물이 튈까봐, 또 손톱 네일아트가 망가질까봐 설거지도 하지 않는다. 그는 사회적으로 감추는 것이 미덕이었던 ‘물욕’을 거침없이 드러낸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열광한다. ‘폭탄’이 제대로 터졌다고 해야 할까. 대놓고 물어봤다.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냐고. “예전에는 여자는 청순가련하고 예뻐야 인기를 얻었지만 요즘에는 아닌 것 같아요. 오히려 싫증내지 않나요? 대중은 솔직하고 털털한 사람을 더 좋아한다고 생각해요. 물론 제가 계획적으로 그런 것은 아니지만 제 성격이 대중이 원하는 것과 운 좋게 잘 맞아떨어진 것 같아요. 이것이 요즘 유행하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타고 잘 전해진 것 같고요.”

그러면서 고개를 젖혀 남은 아이스크림을 시원하게 입 안으로 털어넣는다. 차가운 기운에 잠시 얼굴을 찡긋하더니 다시 말을 잇는다. “의도를 가지고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것은 다 보인다고 생각해요. 저도 사람을 볼 때 간파를 잘하는 편인데, 요즘 대중의 눈은 보통이 아니에요. 가식 ‘떠는’ 것은 다 보여요. 저는 나쁜 것이든 좋은 것이든 딱 솔직하려고만 노력해요. 물론 그게 단점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그 점을 좋게 봐주는 분들이 많아진 것 같아요.”

‘결혼했어요’에서 시작된 그의 진면목은 에 이르러 더욱 확연히 드러난다. 책방에서 전공책은 달랑 한 권 사면서 패션잡지는 열 권을 구입해도 당당하다. 자신이 모르는 것에 대해 질문하면 간단하게 ‘패스’를 외치고, 어린 친구들이 영어를 쓰면 “한국말로 해”라며 윽박지른다. 쉽게 주눅 드는 법이 없다. 물론 이뿐만이 아니다. 청강생이 되기 위해 치른 면접에서 학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은 뒤 차 안에서 서럽게 운다거나(이때 서인영은 카메라를 꺼달라고 요청한다), 과외 선생에게 “알파벳을 다 외울 줄 아냐”는 소리를 듣기도 한다. 이미지가 중요한 연예인으로서 자칫 위험할 수도 있는 출연을 결심한 이유가 궁금했다.

“처음에는 안 하려고 했어요. 바보처럼 보일 수 있는 일을 왜 해야 하냐고 생각했어요. 괜히 카이스트 가서 남들에게 놀림감이 될 필요는 없잖아요.”

“쟤 왜 왔어?”에서 “귀여워”로

그렇지만 대학 생활을 경험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출연을 결심했다고 한다. “한때 대불대 실용음악과에 입학한 적이 있지만 학교 생활을 하지는 못했어요. 대학 생활에 대한 추억이 없어요. 솔직히 어릴 적 친구들에게 전화해서 ‘내일 학교 가야 해’라는 말을 들으면 부럽더라고요. 직접 경험해보고 싶었어요.”

그는 짧게나마 대학 생활을 즐길 수 있었던 것이 큰 추억이 될 것 같다고 했다. 물론 힘든 것도 많았다. 새벽 4시에 일어나 대전으로 내려가 수업을 들어야 하고 빡빡한 일정 속에서 틈만 나면 공부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저 요즘 공부해야 해요. 기말고사 기간이거든요.”

그가 처음 카이스트를 방문했을 때 학생들의 반응이 어땠는지 물어봤다. 짧지만 거침없는 답이 돌아왔다. “쟤 왜 왔어?” 그렇지만 서인영은 학생들의 그런 반응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고 했다. “저 역시 학생들에 대해 편견을 가지고 있었으니까요. 딱딱하고 공부만 하는 줄 알았어요. 그 친구들 역시 저에 대한 선입견이 있었겠죠. 독하고, 못됐고, ‘까칠하고’, 차가울 것 같은 그런 생각들이요.”

5월27일 마지막 촬영이 진행되고 있는 대전 카이스트를 찾았다. 5월의 녹음으로 뒤덮인 카이스트는 여느 대학과 달리 차분하고 조용했다. “기말고사 기간”이라는 학생들의 설명이었다. 에 대한 반응은 어떨까? 대부분의 학생들은 “학교 홍보가 많이 됐다”고 입을 모았다. 그렇지만 전산학과의 장민석(23)씨는 “카이스트의 수업이나 시험이 방송에서 그려지는 것처럼 그리 만만하지 않다. 과소평가되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학생 역시 “재미로 보는 것은 상관이 없지만 이곳 생활이 그리 쉽지 않다는 것을 시청자가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남학생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서인영에 대한 여학생들의 평가도 궁금했다. 전산학과 박예진(22)씨는 “처음에는 (서인영에 대해) 좋지 않은 이미지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자꾸 보니까 귀여운 것 같다. 학생들이 그와 정이 많이 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캠퍼스 한쪽에서 촬영을 하던 서인영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카메라 앞에서 한 학기 동안 정들었던 어린 친구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도중 참았던 눈물을 끝내 보이고야 만 것이다. “이곳 친구들한테 배운 것이 참 많아요. 따뜻함을 배웠고, 마음을 표현하는 방법을 배웠어요. 제가 언제 이렇게 일반 친구들과 친해질 기회가 있겠어요. 너무 감사하죠.”

정든 친구들 이야기 중 눈물 보여

서인영은 전날 잠을 한숨도 못 잤다고 했다. 그렇지만 피곤한 기색이 별로 없었다. 쉴 새 없이 이어지는 촬영 중간중간, 학생들이 사진을 찍자고 하면 귀엽게 포즈를 잡아주기도 했다. 바쁘고 귀찮을 법도 하지만 “한 번 더 찍자”고 말하는 학생들에게는 “그래, 빨리 서. 원 모어 타임~”이라고 유쾌하게 외치면서 어깨동무를 한다. 학생들은 그녀를 스스럼없이 ‘누나’ ‘언니’라고 불렀다. 그곳에서 서인영은 분명 이웃집 누나 같은 존재였다. 마지막 촬영을 끝내고 기말시험을 보기에 앞서 서인영은 카이스트 잔디밭 한 쪽에 단풍나무를 기념으로 심었다. 나무에 붙인 이름은 ‘서인영의 카이스트.’ 조용히 물었다.

“또 올 건가요?” “제가 나무까지 심었는데 또 와야죠.” 단풍나무 아래서 그가 밝게 웃었다.



서인영, 세 방향에서 보기

고정관념을 깨는 롤모델


1. 리얼리티쇼
‘신상’(신상품) 구두를 좋아한다. 그것을 남자에게 사달라고 조른다. 하지만 당당하다. 그리고, 서인영은 묻는다. 그게 나빠? 서인영은 엠넷(Mnet)의 에서 ‘신상’에 환호하지만 ‘신상’을 사기 위해 자신의 뮤직비디오를 찍으며 밤잠을 설친다. 문화방송 에 나오는 ‘우리 결혼했어요’에서도 가상 커플 크라운 제이에게 ‘신상’을 사달라고 조르지만, 크라운 제이와 갈등이 생기면 그것을 먼저 풀려는 노력을 하기도 한다. 서인영에게 ‘신상’은 남자의 자동차와 비슷한 하나의 취향이고, 그 취향 뒤에는 인간관계에 능하고 일에 열심인 커리어우먼이 있다. 엠넷의 이나 케이블 TV 올리브의 같은 리얼리티쇼들은 ‘신상’을 좋아하는 여성을 ‘된장녀’나 ‘악녀’로 묘사해 구경거리로 만들었다. 서인영은 리얼리티쇼 안에서 구경거리에 머물렀던 이 새로운 유형의 여성들이 보여주는 라이프스타일을 재구성한다. 서인영은 ‘신상’에 대한 열광을 사치와 허영으로 치부하는 기존 통념에서는 ‘악녀’다. 하지만 세상을 치열하게 살다 가끔씩 ‘신상’에서 위안을 얻는 여성들에게는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새로운 롤모델이다. 리얼리티쇼의 출연료로 돈 대신 ‘신상’을 받겠다고 말할 수 있는 여자가 등장한 것이다.
-강명석 문화평론가

2. 무대
서인영이 말하는 서인영은 늘 ‘연예인’이 아니라 ‘가수’다. 그는 각종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서 얻은 큰 인기가 ‘운’이라고 말한다. ‘연예인’ 서인영의 성공은 시대와 잘 맞아떨어져 그의 말대로 ‘운’이 조금 섞였는지 모르지만, ‘가수’ 서인영의 성공에는 진짜 ‘실력’과 ‘노력’이 숨어 있다. 흔히 사람들은 서인영의 집에 패션 아이템들이 가득 차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그의 집에 있는 가장 중요한 것은 간이 연습실이다. 그가 바쁜 스케줄 속에서도 완벽하게 자신의 무대를 연출하기 위해 마련한 방법이었다. 그 말을 듣고 아, 그래서 퍼포먼스적으로 뛰어나고, 표정 연출 등의 디테일이 강했구나, 하고 감탄했던 기억이 난다. 음악 방송 PD들 사이에서 서인영은 크게 두 가지 평가를 얻고 있다. 하나는 퍼포먼스적인 아이디어가 많은 가수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자신의 장단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스스로 어떻게 하면 무대에서 더욱 빛날 수 있는가를 잘 아는 가수라는 것이다. 오랜 기간 착실히 쌓아온 내공이 있기에 서인영은 언제나 당당하다. 안티팬에게 크게 상처받지 않는 것도 자신감과 자부심 덕분이다. 한 사람의 여자로서 서인영이 매력적인 것도 바로 그래서다. 서인영이 구두에 대한 욕망을 스스럼없이 표현한다는 이유로, 또는 무대 위의 섹시 콘셉트가 경박하다는 이유로 그를 비난하는 사람들에게 스탕달의 입을 빌려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정숙한 척하는 것이 최악의 탐욕이다.”
-이슬기 엠넷 PD

3. 패션
가수로 무대에 설 때의 룩(최근의 ‘사과 머리’는 논외)은 섹시함을 극대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오락 프로그램 속에서 만나는 서인영의 패션에는 섹시함과 귀여움이 어우러져 있다. 핫팬츠나 미니스커트로 다리를 훤히 드러내는 대신 봉긋한 볼륨감이 살아 있는 핫팬츠나 캐주얼한 느낌의 미니스커트로 사랑스러움을 더하고, 다리 선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스키니 진을 입을 때는 녹색이나 분홍 같은 컬러를 선택함으로써 경쾌함을 더하는 것이 ‘서인영식 섹시&큐트 룩’의 비결. 그런데 가만있자, 섹시함과 귀여움을 동시에 갖춘 여자라니, 그건 현재 대중매체가 여성들에게 ‘강권’하는 여성상인 동시에 (그것에 길들여진) 우리나라 10대와 20대들이 추구하는 이상향의 여성상이 아닌가! 그와 동시에 서인영의 패션은 지극히 현실적이다. 길이가 긴 저지 톱, 면 소재 후드 점퍼, ‘범생이’ 안경, 올인원 팬츠 등 그녀가 즐겨입고 유행시킨 아이템들은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옷들이면서 그다지 우아하거나 고급스러워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매력은 거기에서 비롯된다. 서인영의 패션은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적인 삶 바로 곁에 있다. 그는 의지만 있다면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닿을 수 있는 곳에 있는 ‘워너비’다. 그래서 10대들은 열광하고, 20대들은 응원하며, 그들 모두는 그를 따라한다. 서인영은 닮고 싶은 ‘여자’이며, 나보다 옷을 ‘쬐끔’ 더 잘 입는 ‘옆집 아가씨’일 뿐이니까.
-심정희 패션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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