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욱 기자dash@hani.co.kr
전쟁의 상처는 깊고 쓰리다. 그렇지만 그 가운데서 살아남았다는 건 아름다운 일일지도 모른다. 비록 수십 년을 벽 속에 갇혀 지내도 말이다. 5월5~14일 서울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펼쳐지는 뮤지컬 모노드라마 은 그 생존의 미학을 다룬다.
한국전쟁이 끝난 1950년대 말을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행상을 하는 어머니와 고단한 삶을 이어가는 한 여자아이의 이야기다. 이념대립이 극심한 가운데 좌익이라는 이유로 수십 년간 벽 속에 숨어 요정으로 살아야 했던 아버지. 이를 알면서도 모른 채 지내야 했던 딸의 사연들이 뭉클한 감상으로 다가온다.
은 스페인 내전 당시의 실화를 토대로 한 일본 작가 후쿠다 요시유키의 작품이 원작. 극작가 배삼식(38)이 우리 상황에 맞게 맛깔스럽게 재구성했다. 중견배우 김성녀(57)가 아버지, 어머니, 딸은 물론 혼자서 서른두 개의 배역을 소화하면서, 2시간20여 분 동안 연기 내공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극의 하이라이트는 딸의 결혼식날. 아버지가 밤마다 몰래 벽에서 나와 손수 짜서 만든 웨딩드레스를 딸이 입고는 벽 틈 사이로 아버지가 잘 볼 수 있도록 천천히 도는 장면. 결혼행진곡과 베틀 소리가 들려오면서 가슴 뭉클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VIP석 5만원, 일반석 3만5천원. 02-747-5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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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nt color="#216B9C">어린이 여러분을 모십니다</font>
5월9~12일 5월16~18일
서울 대학로에 자리잡은 소극장 ‘모시는사람들’이 국내외 광대들이 출연하는 가정의달 맞이 어린이 공연을 준비했다. 극단 자체 기획공연인 (5월9~12일), 일본에서 온 데츠카의 (5월16~18일) 등이 내달 잇따라 무대에 오른다. 는 세 이야기꾼이 나타나 여러 소도구와 인형, 마임과 노래 등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퓨전 마당극. 빈병 등의 재활용품을 악기로 활용하는 등 다양한 표현 기법으로 상상력을 자극한다. 데츠카의 광대극 는 몸으로 다기한 이미지를 뿜어내며 말하는 ‘판토마임 쇼’를 보여주는 자리다. 1만5천원. 02-741-6487~89.
<font color="#216B9C"> 시에서 나는 차 향기</font>
시와 영상, 몸동작이 뒤엉킨 퍼포먼스 ‘차향기’
장르 간 넘나들기를 실험해온 극단 ‘비주얼씨어터컴퍼니 꽃’이 시 퍼포먼스 ‘차향기’를 펼친다. 5월17~18일 서울 홍익대 들머리의 문지문화원 사이. ‘소리 소문 없이 그것은 왔다’‘와룡터널’‘길’ ‘차향기’ ‘물푸른 나무 아래’ 등 5편의 시 이미지를 영상과 그림, 신체 움직임, 악기와 목소리, 빛 따위로 표현한다. 읽던 시를 ‘눈으로 보여지고 귀로 들을 수 있는 무엇’으로 만들려는 시도이자, 도심 빌딩 공간을 시의 울림으로 채우는 환경연극의 성격을 띤 공연이다. 극단 대표 이철성씨가 예술감독과 참여작가로 같이 출연한다. 일반 관객들이 공연 뒤 자신이 직접 시를 쓰고 공연물을 만들어 보면서 창작 과정을 경험하는 워크숍도 같은날 열린다.1만5천원. 02-889-35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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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9일 한겨레 그림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