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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타임] 잊지 마라, ‘특급호텔’을

네 명의 일본군 ‘위안부’가 치욕의 경험을 끄집어내는 연극 <특급호텔>
등록 2008-04-25 00:00 수정 2020-05-03 04:25

▣ 김경욱 기자dash@hani.co.kr

진실의 반대는 거짓이 아니라 망각이다. 미국, 캐나다, 네덜란드 그리고 유럽연합 등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의회 결의안이 채택되고 있지만 가장 큰 피해 당사자인 우리는 너무나 무감각하다. 한국인 일본군 위안부들의 아픔을 그린 연극이 무대에 오른다. 미국 작가의 작품이다. 4월30일부터 5월5일까지 서울 아르코예술극장에 오르는 라본느 뮬러의 .

제목 ‘특급호텔’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실제로 있었던 위안부 막사의 이름에서 따왔다. 작품은 ‘특급지옥’과도 가까웠을 그곳을 특급호텔이라고 부르는 역설 속에서 위안부들이 겪었을 고통을 객관적으로 그리려고 노력한다. 작가는 일본에 체류하던 중 우연히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전해듣고, 그것에 시적 상상력을 더해 이번 작품을 완성했다.

주인공은 네 명의 위안부다. 11살에서 25살에 이르는 그들은 각각 가슴 깊이 묻어뒀던 치욕의 경험을 하나둘 끄집어내 이야기한다. 이들의 이야기는 섬뜩한 체험으로 채워져 있지만 그것은 시적 언어로 ‘꼭꼭’ 절제된다. 극 형식상 모두가 ‘따로’ 이야기하지만 결과적으로 이것이 하나로 어우러지며 ‘같이’ 이야기하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극단 초인의 이번 공연은 ‘2008 서울연극제’ 공식 참가작이기도 하다. 초인은 로얄(R)석 수입의 50%를 위안부 할머니들의 보금자리인 나눔의 집에 기부할 예정이다. R석 4만원, S석 3만원, A석 2만원. 문의 02-929-6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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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전위

서울 사간동 갤러리 반디 김구림 근작전

김구림(72)은 1960~70년대 실험적 전위미술로 일세를 풍미한 원로작가다. 한국 현대미술사는 그를 비디오아트, 해프닝, 개념미술, 대지예술, 현대판화 등 당시 첨단 장르들을 앞장서 작업했던 선각자로 기록하고 있다. 5월5일까지 서울 사간동 갤러리 반디에 차린 김구림 근작전은 ‘영원한 전위’로 불리는 작가의 식지 않는 창작열과 대면하는 자리다. 항상 그림의 틀 밖으로 뛰쳐나갔던 이력답게 출품작 역시 여전한 전위를 지향한다. 플라스틱, 전자기기 등 색다른 재료들을 뒤섞어 조합하거나, 책·잡지 등의 이미지들을 오려붙인 입체 콜라주(사진) 등을 이란 제목의 연작으로 선보이고 있다. 02-734-2312.

한 여자의 미친 사랑

극단 떼아뜨르 봄날의

페드라! 이름만으로도 설레는 비련의 왕비. 의붓아들과 인륜을 거스른 사랑에 빠졌다가 고뇌 끝에 자살하는, 극작가 라신의 고전극 주인공이다. 고대 그리스 비극이 모티브이며, 1960년대 추억의 영화로도 인상 깊은 이 에 연출가 이수인이 메스를 댔다. 5월5일까지 서울 대학로 소극장 축제에서 공연 중인 은 통속으로 흘러가는 ‘한 여자의 미친 사랑’이 콘셉트다. 연애와 치정에 얽힌 극중 페드라의 내면 세계는 등 동서고금 연애극에 나오는 여주인공들의 캐릭터와 이리저리 겹친다. 극단 떼아뜨르 봄날이 만들었다. 2만원. 02-741-3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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