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의 이념과 행동 규범 제대로 따져보자
▣ 최성진 기자csj@hani.co.kr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당선 직후 제시한 ‘화두’는 실용주의였다. ‘실용주의’는 이념이나 탁상공론보다 경험이나 실천역량을 중시한다는 뜻이라는 게 당선자 쪽의 설명이었다. 그러면서 미국의 프래그머티즘이나 중국 덩샤오핑의 ‘흑묘백묘론’을 실용주의의 대표적 사례라고 주장했다.
언론은 이 당선자가 말하는 ‘실용’을 ‘이념’이란 단어의 대립어로 받아들였다. 의 한 논설위원은 대선 직후 “(이 당선자가) 지난 대선을 ‘이념정치 대 실용정치’의 대결 구도로 바꾸어놓았고, 그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매일경제신문사에서 펴낸 〈MB노믹스〉에서는 “MB노믹스는 이념보다는 실용을 앞세우는 것”이라며 “이념의 거품을 뺐다는 사실은 MB노믹스가 앞선 정권과 차별화되는 중요한 특징”이라고 규정했다.
이념보다는 실용을 추구한다는 표현은 사실, 곰곰이 뜯어보면 납득하기 어려운 구석이 있다. 방법론, 혹은 하나의 ‘액션플랜’일 뿐인 실용이 어떻게 (특정) 이념의 대립어로 쓰일 수 있느냐는 반론이 제기될 수 있다. 현존하는 세상 모든 사물과 현상 가운데 ‘실용’ 아닌 것은 또 어떤 게 있을까.
이와 관련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1월13일 1차 국정과제 업무보고에서 실용주의에 대한 좀더 구체적인 해답을 내놓았다.
인수위 국정철학TF를 이끌고 있는 박형준 의원은 이명박 정부가 실현할 국정목표로 ‘신발전체제’를 제시하고, 이를 지향하기 위한 국정철학으로 ‘화합적 자유주의’(Harmonious Liberalism)와 ‘창조적 실용주의’(Creative Pragmatism)를 제시했다. 좀더 정확히 표현하면 행동규범인 창조적 실용주의를 통해 화합적 자유주의를 구현하겠다는 설명이었다.
인수위 국정철학TF에 자문 역할을 한 이한구 성균관대 교수(철학과)는 “화합적 자유주의는 (이명박 정부가) 추구하는 이념, 창조적 실용주의는 행동의 규범”이라고 정의했다. 즉 ‘창조적 실용주의’는 ‘화합적 자유주의’라는 이념을 추구하는 방법론이라는 이야기다.
정리하자면 이명박 정부의 국정철학은 자유주의가 맞다. 실용주의는 자유주의를 ‘실용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부연설명에 불과할 따름이다. 그럼에도 이명박 당선자는 자유주의 대신 줄곧 실용주의만 내세우고 있다. 이 당선자의 ‘자가당착적’ 국정철학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실용주의는 무엇이고 자유주의는 뭘까. 은 우선 유종일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의 비판적 주장을 싣는다. 이명박 당선자 쪽의 반론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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