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방팔방이 원색 천지다. 빨강, 파랑, 노랑, 분홍색 가구와 의자들. 은근히 빛을 내는 양파 껍질 모양의 조명등. 촌스러운 듯하면서도 진득한 원색 라인은 관능적 매혹을 슬금슬금 풍겨댄다. 여체 곡선 같은 S라인 플라스틱 의자(사진), 그 의자에 알몸으로 앉은 슈퍼모델 사진까지 끼어들었다.

이른바 S라인형, 하트형의 팬톤 의자로 유명한 디자인 거장 베르너 팬톤(1926~98)의 전시장은 숫제 복잡한 설명이 필요 없다. 등록상표인 의자들처럼 디자인 상품 표면의 색을 시선으로 즐기고 ‘색 쓰듯이’ 소비하면 된다. 이미 20세기 후반 디자인 역사의 고전이 된 이 덴마크 별종 작가의 개인전이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내년 3월2일까지)에 차려졌다. 팬톤의 국내 첫 기획전이다. 팬톤이 50~70년대 짜낸 다기한 색조와 섹시한 곡선 취향이 어우러진 대표적 디자인들이 뭉텅이째 나왔다. 음울한 정서의 북구권 출신답지 않게 그는 남유럽 이탈리아풍의 담백하고 밝고, 노골적인 색조, 곡선의 미학을 신봉했다. 전시의 뼈대인 수십 가지 섬유 디자인 모델들은 이런 그의 디자인 철학이 단적으로 표현된 명품이다. 어두운 내장 속이나 4차원 세계에 있는 듯한 기괴한 느낌과 호기심을 안겨주는 특유의 인테리어 디자인 룸과 화분 모양 램프도 놓치기 어렵다. 독일 비트라디자인미술관 쪽의 소장품 컬렉션 전시를 사실상 직수입했지만, 50~80년대 유럽 디자인 유행의 변화상을 짐작하기란 어렵지 않다. 성인 8천원, 학생 6천원, 어린이 4천원. 02-580-14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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