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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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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타임] 프랑스에 갔던 춘향, 다시 한국으로

등록 2007-11-02 00:00 수정 2020-05-03 04:25

각색한 미하일 포킨의 발레극 국내 초연

▣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이렇게 애먹은 발레극은 처음이에요.” 박인자 국립발레단 예술감독은 가을 공연작 에 대해 혀를 내둘렀다. 20세기 초 발레안무의 거장 미하일 포킨(1880~1942)이 우리 고전 에서 영감을 얻어 각색한 이 발레극은 국내 초연을 위해 험난한 길을 거쳤다. 지금도 감독과 단원들은 원본 춤의 자세한 얼개를 모른다. 원본 동영상 소유자인 포킨의 60대 손녀는 무슨 까닭인지 영상 공개를 거부했다. 그래서 동영상을 본 외국 춤꾼을 데려와 그의 증언과 30년대 공연사진(사진 오른쪽)을 참고하면서 어렵사리 무대를 꾸렸다. 포킨이 참조한 은 19세기 말 첫 프랑스 유학생 홍종우(개화파 거두 김옥균을 암살한 인물)가 처음 현지에 소개한 프랑스어 판본이기도 하다.

이 사연 많은 발레극은 10월31일~11월3일 오후 7시30분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펼쳐진다. 신분 초월의 사랑담 말고는 줄거리, 배경 등이 과 크게 다른 중국풍 무대다. 딸 충양을 외국 사신과 억지로 혼인시키려는 만다린이 변사또풍이라면, 맞서며 젊은 애인과의 사랑을 지키는 충양은 원본의 성춘향과 비슷하다. 원숭이들을 거느리며 고릴라풍으로 걷는 이몽룡 격의 젊은 애인이 충양과 벌이는 사랑 무대는 시종 유쾌하고 익살스런 분위기다. 주역인 김주원, 김현웅은 최근 공개연습 현장(사진 왼쪽)에서 생동감과 익살 넘치는 개성적 파드되(주역 2인무)를 보여주었다. 개구쟁이 같은 김현웅씨의 발걸음 연기, 농염한 여인의 매력을 풍기는 김주원씨의 몸짓이 빚어낼 앙상블이 눈대목이다. 또 다른 주역은 이원철, 노보연. 전통 오방색 무대와 세련된 중국풍 의상들도 볼거리다. 02-587-6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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