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일락 피면
공선옥 등 지음, 원종찬 엮음, 창비(031-955-3371) 펴냄, 9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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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작가와 소설가 7명이 청소년을 위한 단편소설을 썼다. 공선옥은 표제작에서 80년 광주의 봄을 풋사랑으로 앓는 한 소년을 따라간다. 봄을 지내며 소년은 소녀의 영향을 받아 훌쩍 자란다. 방미진의 ‘영희가 O형을 선택한 이유’는 첫 뽀뽀를 할 여학생을 물색하는 중학교 남학생이 여학생 무리의 혈액형 공방을 바라보며 진행된다. 영희가 자신은 O형이라고 주장하지만 사실은 아닐 거라고 의심하는 무리들만큼이나 화자인 남학생 역시 수다스럽다. 성석제는 ‘내가 그린 히말라야시다 그림’에서 자신이 그리지 않은 그림으로 사생대회 상을 받은 화가를 소재로 했다. 화가는 어딘가에 자신보다 뛰어난 재능을 가진 사람이 있을 것이라는 자괴감에 시달린다. 오수연의 ‘너와 함께’, 오진원의 ‘굿바이, 메리 개리스마스’, 조은이 ‘헤바’(HEBA), 최인석 ‘쉰아홉 개의 이빨’, 표명희 ‘널 위해 준비했어’ 등 신작 단편이 실렸다.
시를 읽는 즐거움
이윤옥 지음, 김선두 그림, 문이당(02-927-4990) 펴냄,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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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더니즘 이후로 평가되는 정지용에서 기형도까지 20명을 선별해 대표적인 시 한 편씩을 들려준다. “불투명한 세상 속에서 삶은 알 수 없고 모호해진다. 그 삶을 어떻게 일상 언어가 드러낼 수 있겠는가.” 그래서 시를 읽어야 한다. 저자는 정양의 ‘토막말’이 ‘금기의 언어’에 대한 시라고 말한다. 그는 수많은 금기의 언어 중에서 ‘씨펄’이라는 막말이 시의 가장 아름다운 부분이라고 말한다. 김종삼, 문태준, 김승희, 오규원, 마종기 등의 시 해석에 김선두의 그림이 어우러졌다.
철학 정원
김용석 지음, 한겨레출판(02-6383-1608) 펴냄, 1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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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으로부터 철학적 사유를 풀어낸다. ‘옛날 이야기’는 ‘첨단 사회에 대한 매우 현실성 있는 상상’에 도달한다. 로는 몸의 크기 변화를 통해 자아 정체성의 문제를 읽고, 로는 ‘닫힌 사회와 그 친구들’이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자라지 않는 소년을 다룬 이 그린 유토피아는 이전의 유토피아와 달리 ‘개인의 유토피아’를 그리고 있다. 동화, 문학, 영화, 철학, 사상, 과학 등 6가지 종류의 55가지 텍스트가 사유의 소재다.
송산마을 속으로 들어가다
천승룡·정찬용·문충선 지음, 이매진(02-3141-1917) 펴냄, 9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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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제작소 지역희망찾기’ 시리즈의 첫째 권. 전남 장흥 송산마을에서는 올 3월 대보름놀이가 부활했다. 30여 년 만이다. 2005년 젊은 문화인이 꾸민 한옥을 중심으로 알찬 문화행사가 이어지다가 영근 성과다. 지은이들은 마을 30여 가구 사람들을 만나며 파란만장한 삶의 여정을 기록한다. 가 시리즈로 함께 나왔다.
윤리문제에서 딜레마 뛰어넘기
앤서니 웨스턴 지음, 이주명 옮김, 필맥(02-392-4491) 펴냄, 7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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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코 풀리지 않을 것 같은 윤리문제에서도 새로운 해법을 발견해낼 수 있다. 해법을 위한 첫걸음은 윤리문제에 대해 ‘옳은가 그른가’라는 판단을 해야 한다는 강박증을 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폭넓은 관점으로 문제를 바라본다. 안락사, 낙태, 포르노, 마약 등 다양한 윤리적 쟁점을 다뤘다. 머리카락이 다 빠져 놀림을 받던 여자아이, 인종차별 시대 흑인을 식당에 들인 주인 등 자잘한 사건들도 ‘상자 밖에서’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북한의 대중문화
전영선 지음, 글누림(02-3409-2055) 펴냄, 1만2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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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문화 연구자가 대중들로부터 많이 받는 문화에 대한 질문들에 답했다. 예를 들면 북한 드라마는 어떨까. 드라마는 북에서 ‘텔레비전 예술영화’로 불리는데, 다른 모든 예술 창작 시스템이 그렇듯 국가가 운영한다. 시청률이나 광고 등이 편성이나 내용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당의 통제를 받는 것. 극적인 반전과 드라마틱한 구조보다는 발단, 전개, 위기, 절정, 결말의 무난한 사건 전개를 따른다. 의식의 변화가 동반된다는 것도 특징이다.
나, 마이크로코스모스
베르너 지퍼·크리스티안 베버 지음, 전은경 옮김, 들녘(031-955-7374) 펴냄, 1만3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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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들은 인류가 600만 년 전부터 매달려온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나는 없다’라고 답한다. ‘나’는 조작된 나일 뿐이다. 나를 구축하는 ‘기억’이라는 존재가 신기루 같기 때문이다. 휠체어 신세였던 남자가 교통사고 이후 기억을 모두 잃지만 걸을 수 있게 된다거나 팔다리를 잃고도 지각하지 못하는 일도 생긴다. 신경과학, 심리철학, 인공지능, 과학사 등이 합쳐서 ‘나는 없다’는 증거를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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