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nt color="darkblue">소나무 그림꾼 오광해와 부채 그림꾼 김상철의 전시회</font>
돈내음 풍기는 미술판 구석에서 한국화는 여전히 신음한다. 먹붓 그러쥐고 한국화의 가난을 노려보면서 전시장으로 걸어나온 예인 두 사람이 있다.
그 첫 번째 이름은 오광해(50)이다. 강화도의 새끼섬 석모도에 사는 이 소나무 그림꾼은 7월16~22일 인천 신세계백화점 갤러리(032-430-1199) 안을 굽이치며 휘감기는 소나무들의 얼굴로 뒤덮는다. 기억 속에서 곰삭인 뒤 붓질한 나라 안 곳곳의 정겹고 다부진 소나무 풍경들이다.
작가는 떠돌이 여행 중에 소나무들을 만난다. 마구 휘어지거나 새끼처럼 가지를 치면서 바람을 맞는 조선 소나무들의 면면을 눈동자 속에 차곡차곡 묻는다. 그리고 석모도 작업실에 와서 조금씩 꺼내어 그린다. 소나무 자태의 숙성한 기억은 마르고 촉촉한 붓질, 텁텁하고 사뿐한 붓질로 화폭에 재현된다. 정교한 필치는 아니지만 진하고 엷은 묵빛들이 번져 소나무의 윤곽과 질감을 이루면서 바람 묻은 소나무숲의 핍진한 진경을 펼쳐낸다. 판박힌 산수화를 피하고 오직 소나무를 대상으로 자신만의 내면 풍경을 치열하게 표현한 산물이다. 철학자 김영민씨는 “그의 그림 속에 머무르며, 처음 숲이 돈다는 상념, 그 속에서 죽어도 좋겠다는 상념에 빠졌다”고 고백했다.
두 번째 이름은 소장 한국화가들의 큰형님으로 통하는 김상철(49)이다. 7월20일까지 서울 견지동 동산방화랑(02-733-5877)에서 평소 즐겨그린 부채 그림들을 모아 ‘100개의 바람’전을 연다. 김씨는 서울 인사동 들머리에서 공평아트센터를 93년부터 지난해까지 운영하면서 숱한 한국화가들에게 데뷔 기회를 주었고, 전시 평문도 단골로 써주었다. 배추 등의 채소와 멧돼지 등의 동물 따위를 담묵으로 내키듯 그린 쥘 부채 그림에 호인의 따뜻한 풍류와 해학이 넘실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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