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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 보수 교회의 뿌리를 찾아서

등록 2007-07-06 00:00 수정 2020-05-03 04:25

한국 기독교 역사를 낱낱이 해부하는

▣ 유현산 기자 bretol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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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기독교계는 평양 대부흥운동 100주년을 맞아 떠들썩하다. 평양 대부흥운동은 선교사들과 한국 교회 지도자들이 이끈 열광적인 부흥회의 열기가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한국 기독교 발전의 기반을 마련한 중요한 사건이다. (최형묵·백찬홍·김진호 지음, 평사리 펴냄)는 그것이 과연 기념하고 찬양하기만 할 사건이었는지를 묻는다. 책을 나눠 쓴 진보 신학자 3명은 평양 대부흥운동에서 한국 교회의 어긋난 첫 단추를 발견한다. 그리고 한참 어긋나버린 현재를 돌아본다. 이 책의 가장 주목할 만한 논점은 한국 보수 교단의 기원을 대부흥운동에서 찾고, 미국 복음주의·근본주의 신앙과의 관계 속에서 한국 기독교의 역사를 돌아보며, 최근 일어나고 있는 보수 교회 ‘정치 세력화’의 배경과 미래를 진단한다는 것이다.

최형묵 목사는 평양 대부흥운동에서부터 시작된 한국 교회 보수화의 역사를 분석한다. 그에 따르면 이 운동은 청일전쟁, 러일전쟁의 참화와 국가 존립의 위기라는 상처를 치유하는 것이었다. 그 형식은 ‘성령 체험’이라 일컬어지는 열광적인 기도회였다. 이 운동을 통해 ‘비정치화의 신앙’이라는 면면한 전통이 시작됐다. 선교사들은 일본과 본국과의 갈등을 우려해서 정치에 대해 말하기를 꺼렸고, 교회 지도자들은 일본의 위협을 회피하기 위해 ‘성령’에만 매달렸다. 그러나 지은이는 당시 비정치적 신앙운동이 과연 비정치적이었는지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선교사들이나 교회 지도자들이나 운동의 동기는 교회와 일본과의 갈등을 피하고 교회를 보존하기 위한 ‘정치적 선택’이었다는 것이다. 이런 자기보호 본능은 교회 전반의 배타성을 낳았다.

성령 체험에의 의존, 비정치적 정치성, 배타성 등은 이후 한국 주류 교회의 노선이 되었다. 군사정권기 기독교는 민주화 운동의 선봉장으로 정권과 가장 불편한 관계였던 것처럼 보이지만, 그 물밑에는 침묵하고 있는 대다수의 보수 교회들이 있었다. 교회는 박정희 체제의 최대 후혜자이면서 협력자였다. 5·16 쿠데타가 일어난 지 10일 만에 교계는 지지 성명을 내었다. 베트남전쟁 때는 파병 환송예배를 개최했다. 교회는 이 시기의 경제성장 논리를 내면화해 물질적인 성장만을 추구하게 되었다. 교회와 권력의 관계를 한마디로 규정하면 ‘힘에 대한 숭배’다. 이것은 미국에 대한 숭배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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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찬홍씨는 미국 복음주의를 모방한 한국 기독교 보수주의의 역사를 짚어낸다. 19세기 미국에서는 ‘근본주의’라는 초교파 보수주의 운동이 일어난다. 이것은 성서의 절대적 무오류를 수호한 공격적이고 배타적인 교리수호 운동이었다. 평양 대부흥운동 이후 확산된 한국 기독교의 주축은 미국에서 근본주의의 세례를 받은 선교사들과 유학생들이었다. 1930년대 이후 미국에 등장한 신복음주의는 근본주의와 비슷한 보수적 입장이었으나 일상적 복음전도를 중시했다. 빌리 그레이엄이나 로버트 슐러 같은 유명 텔레비전 부흥사들이 등장한 것이다. 신복음주의는 한국에서 경제성장과 맞물리며 교회의 양적 성장과 개인의 성공만을 중시하는 흐름을 만들어냈다.

백씨는 미국 복음주의를 모방하는 한국 보수 교회의 모습을 현재의 정치세력화 움직임에서도 찾아낸다. 미국 복음주의가 몇 번의 실패를 딛고 네오콘과 손을 잡으며 정권을 창출했듯이 한국 보수 교회들도 정권 교체의 야심을 드러낸다는 것이다. 한기총으로 대변되는 보수 교회들이 이런 움직임을 보이는 배경에는 두 차례의 자유주의 정권을 거치며 키워온 위기감과 소외감이 있다. 군사정권기에 덩치를 키운 기세등등한 보수 교회뿐 아니라 뉴라이트와 손을 잡은 좀더 유연한 집단들의 움직임도 주시할 필요가 있다. 이들 뉴라이트 기독교 세력은 보수 기독교의 ‘머리’ 역할을 하며 수구적 이미지를 탈색시킨다. 이들은 상대적으로 취약해진 기독교 진보운동권을 대체하고 있으며, 앞으로 시민사회에서 일정한 영역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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