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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타임] 한태숙의 ‘이아고’ 해부

등록 2006-09-16 00:00 수정 2020-05-03 04:24

세익스피어 연극 … 스릴과 전복의 미학

셰익스피어와 한태숙의 만남에는 뭔가 특별한 게 있다. 이미 와 등을 통해 감동에도 깊이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케 했다. 마치 사이코드라마처럼 인간의 어둡고 강렬한 내면을 해부해 극단에 이르도록 하는 연출가 한태숙. 그의 진면모를 새롭게 드러낼 작품은 LG아트센터가 제작하는 연극 (9월12~17일, KG아트센터, 02-2005-0114)다.

한태숙의 는 제목에 드러난 것처럼 세상을 향해 야유와 조소를 던지는 이아고를 새롭게 해석한다. 오셀로의 질투심에 불을 붙이는 자에 머물지 않고 비극적 드라마 살인놀이의 주인공으로 무대의 중심에 서는 것이다. 사건의 막후 조종자로 덫을 놓지만 결국 자신도 제어할 수 없는 지경에 빠지고 만다. 한태숙은 원작의 대사와 에피소드를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이아고의 악행 심리를 스릴과 전복의 미학으로 섬세하게 표현한다.

이때 이아고의 내면을 실감나게 드러내는 장치가 있다. 검정개라는 초현실적 등장인물이 있고, 음악과 오브제는 격정적인 내면을 날것 그대로 드러낸다. 이아고에 의한 아슬아슬한 곡예가 무대 디자인에 반영되기도 했다. 불안정한 바닥과 아득한 길, 낭떠러지 등은 이아고 내면의 몸짓이라 하겠다. 셰익스피어 4대 비극 가운데 하나로 숱하게 무대에 오른 . 한태숙은 예술적 무대를 통해 이아고를 실감나게 해부한다.

현대극의 진수를 보고 싶다면 임영웅 연출의 (9월12일~, 서울 신촌 소극장 산울림, 02-334-5915)를 선택해볼 만하다.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원작자인 사뮈엘 베케트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극단 산울림이 다시 무대에 올리는 작품이다. 의 중심축을 이루는 게 ‘기다림’이지만 심오한 철학이 무대에 흐르지는 않는다. 관객들은 실컷 웃음을 터뜨리는 순간만 찾으면 된다. 그럼에도 막이 내리면 자연스럽게 철학을 하게 된다.

김수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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