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소설 걸작 올린 극단 ‘수’… 모두 자신이 범인이라 주장하는데
▣ 김수병 기자 hellios@hani.co.kr
영화 등과 만화 의 공통점을 찾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일본의 소설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걸작 (羅生門·라쇼몽)을 떠올린다면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한 가지 사건을 두고 등장인물의 진술에 따라 내용이 달라지는 독특한 내러티브 구조를 지녔다는 것이다. 자신의 ‘입장’을 정당화하려고 사실을 왜곡하는 인간 본성을 경험하게 하는 연극 이 월드컵 열기의 저편에서 인간의 이기심과 진실의 상대성을 되묻는다.
극단 ‘수’(秀)가 세 번째로 무대에 올리는 은 강렬한 타악 비트 속에서 펼쳐지는 진실게임이다. 한 무사가 칼에 찔려 숨지고 그의 아내가 산적에게 폭행당한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재판정. 너무나 명백한 사건이기에 진실은 숨을 데가 없어 보인다. 문제는 등장인물 모두가 자신이 범인이라고 주장한다는 데 있다. 재판정에서는 거짓말이 꼬리를 물고, 진실은 꼬여만 간다. 어쩌면 산적과 무사, 부인, 목격자 등의 진술은 코미디 같은 우발적 사건처럼 보이지만 거기엔 미로 같은 함정이 숨겨져 있다.
이미 영화로 만들어져 세계적으로 탄탄한 작품성을 인정받은 . 90여 년 전의 소설을 무대에 올렸지만 낡은 느낌을 찾을 수 없다. 단순한 살인 사건에 시대를 초월하는 보편적인 메시지를 담았기 때문이다. 극의 형식과 내용을 공연 때마다 가다듬어 완성도를 높이기도 했다. 무엇이 진실인지를 쉽게 판단할 수 없는 시대에 연극 은 진실 너머의 그 무엇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산적 최광일과 부인 장영남의 팔색조 연기 변신에 스님 최용민과 가발장수 서현철의 환상적인 호흡 등 배우들의 연기도 일품이다. 7월2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02-741-3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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