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현산 기자 bretolt@hani.co.kr
2년 전 네팔에 다녀왔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갔다. 트레킹 내내 입에서 단내가 나는 바람에 히말라야의 광활한 풍경을 즐기진 못했다. 이틀째인가 사흘째인가 고라파니였나 푼힐이었나 땀에 전 채로 단내 나게 산을 올라가다 만난 산장촌. 몇 개의 게스트하우스 벽에 “이 산장 좋은 곳이에요”라는 식의 한글이 쓰여 있었다. 착한 한국인 관광객이 착한 산장 주인을 위해 남겨놓은 글귀리라. 그런데 어느 게스트하우스에 검은 글씨로 적혀 있는 한 문장이 가슴을 파고들었다. “독도는 우리 땅.” 네팔의 심심산골에도 “독도는 우리 땅”이다.
최근 ‘드로볼’(drawball)이라는 인터넷 사이트에 한국 네티즌들이 대형 태극기를 그린 일이 화제가 되었다. 인터넷상에 제한된 잉크로 그림을 그리는 이 사이트는, 네티즌들이 서로 협력하지 않으면 제대로 된 그림을 그릴 수 없다고 한다. 여기에 우리의 자랑스런 네티즌들이 총화단결해 엄청난 태극기를 그려내었다. 세계의 네티즌들이 그걸 보고 ‘걸작’이라 했는지 ‘분탕질’이라 했는지는 사이트에 안 가봐서 모르겠다. 대형 태극기 안에 한글로 무슨 글귀가 적혀 있었냐 하면… “독도는 우리 땅”.
장정일씨는 586호 ‘독서일기’에서 다케우치 히로시의 <2002 월드컵 전쟁>을 인용하며 월드컵 유치를 위한 스포츠 외교무대에서도 ‘한반도의 역사’를 들먹이는 한국을 꼬집었다. 일본의 한반도에 대한 역사적 책임은 준엄하다. 그런데, 준비를 완벽히 갖춰놓고 실력으로 표 대결하면 되는 순수 스포츠 무대에서도 역사적 책임을 거론할 필요가 있을까. 여기서 슬슬 히말라야 산중에 있는 글귀의 망령이 떠오른다. 독도는 우리 땅.
그래, 독도는 우리 땅이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민족의 땅에 망령되게 숟가락을 걸치는 일본의 검은 야욕은 분쇄돼야 한다. 그런데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독도는 우리 땅”을 외치는 건 (물론 우리는 눈물나게 감동하겠지만) 좀 촌스럽지 않은가 말이다. “엄마 사랑해요”라는 말은 다정스럽지만 그게 화장실이나 외국집 담벼락에 쓰여 있으면 영 ‘거시기’하지 않을까. 난데없이 이런 걱정을 하는 이유는 월드컵 때문이다. 독일 하늘에서 울려퍼질 첫 골의 함성! 아아, 애국자 여러분, 저도 밤새도록 TV를 볼 거예요. 그런데 갑자기 “독도는 우리 땅” 현수막이 전세계의 눈앞에 쫘악 펼쳐지면… 전, 그만, 얼굴을 살포시 붉히고, 이불 속으로 기어들어가서, 잠들어버릴지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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