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수현 기자 groove@hani.co.kr
그와 난 두 살밖에 차이가 나지 않으며, 그렇기 때문에 어쩌면 (혹은 당연하게도) 같은 세대일 수도 있다는 걸 깨달은 건 불과 3개월 전이었다.
장우혁이 그룹 H.O.T에 소속돼 1996년부터 2001년까지 공중목욕탕을 채우고 남을 땀을 쏟아내며 초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올림차순 정렬이 가능한 소녀팬들의 환호 속에서 환히 살고 있을 때, 김수현은 거리의 클럽과 통신 동호회를 뒤적이고 델리 스파이스의 공연과 전람회의 해체에 희비를 느끼며 그냥 그렇게 살고 있었다. H.O.T는 펌프 음악으로나 기억될까. 그렇다 보니 장우혁이 5인조 H.O.T에서 3인조 JTL로 이동했을 때도 그런가 싶었다. 우린 서로 다른 별에 살고 있었다.
그랬던 내가 ‘어떻게 포장하면 장우혁을 문화면 소재 삼아 밀착 취재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됐으니 그건 전적으로 올 하반기에 출시된 솔로 1집 타이틀 곡 <지지 않는 태양> 덕분이다. 가을날 우연히 텔레비전에서 본 그의 무대엔 성실한 열정이 있었다. ‘그들’에서 나온 ‘그’에게 매혹당했다. ‘그’가 아닌 ‘그의 무대’에 매혹당했다.
댄스 가수들에 대한 편견은 없다. 다만 발성도 춤도 불량하고 연습도 불충분한 상태에서 자기 노래에 동화되지 못한 채 몰개성한 무대를 건조하게 내보이는 이들을 만나면 “뜨고 싶다”는 자신의 소망에조차 나태한 이들의 무대에서 흥을 느끼기 어렵다. 작곡가는 고갈되었고, 80, 90년대 히트곡은 반주만 갈려서 다시 나온다. 유열마저 리메이크 앨범을 냈을 때 ‘허걱’했다. 와, 하늘 아래 새 노래는 이제 없구나.
새 노래 <지지 않는 태양>은 멜로디도 그럭저럭 잘 뽑혔다. ‘태양’ 같은 단어는 비, 바람, earth, tree 등의 단어를 쓴 ‘자연물’류 가사를 좋아하는 내 취향에 딱이다. 그리고 ‘태양이 지지 않는다’고 감히 제목 짓다니, 모순과 한계는 내재된 전제요, 그럼에도 도전은 계속되니, 강인하고도 나약한 인간의 단면이 드러난다. 피할 수 없는데도 피해보겠다고 말하던 가수 비의 <태양을 피하는 법>에 버금가는 울림이 있다.
그러나 역시 핵심은 ‘춤’의 진정성이다. 뼈를 쭉쭉 뻗는 그의 춤을 보고 있노라면 ‘얘 정말 춤을 좋아하는구나’라는 느낌이 확연히 든다. 알고 보니, 그는 댄스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지난 10월엔 문화관광부장관배 제13회 전국 청소년 창작댄스 경연대회에서 격려 무대도 펼쳤다. 고등학생 때 2, 3회에 참가했단다. 인생을 관통하는 확고한 키워드를 하나 가진 그가 부럽다.
요즘은 쇼 게스트로 빈번하게 출몰해 몸값 하락의 위험을 보여주는데, 이에 대한 고민은 기획사 실장들에게 맡기겠다. 난 다만 주변에서 구경하기 힘든 성실과 패기의 에너지를 그에게서 공급받는다. 업데이트가 소원한 내 싸이월드 미니홈피는 최근 미니미의 말풍선만 업뎃했다. “올해의 가수는 장우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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